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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의 친구분댁에 놀러갔어요 (feat.개구리들)

by 낭시댁 2019. 7. 19.

시어머니께서 친한 친구분중 한분이 우리를 모두 초대 했다며 차마시러 오후에 다녀오자고 하셨다.

시어머니께서는 여기저기 집에 아들 며느리가 와있다며 소문을 내 놓으신 것 같다. 

사실 초대한 친구들은 더 있었는데 자서방이 중간에서 거절한 곳도 있다고 하셨다. 솔직히 이렇게 자주 시어머니 친구분댁에 자서방이 따라 다녀주는것도 다 나때문인걸 잘 알고 있고 자서방 성격에 이 정도를 해 주는것 만으로도 나는 굉장히 감동하고 있던 중이었다. 시어머니는 못마땅하신 듯 하지만 말이다. 자서방이 거절했을때는 이유가 있었겠지. 그냥 단순히 멀어서 귀찮았거나 혹은 개인적으로 별로 안좋아하는 지인이었거나 ㅎㅎㅎ 자서방은 그럴 수 있다. 

점심을 먹고 오후 3시쯤에 출발했다. 시아버지께서 운전을 하셨고 시어머니는 집에서 직접 구우신 브리오슈 한덩이와 꽃을 준비해 가셨다.

자서방은 차안에서 말했다. 

"엄마의 오랜 친구분이신데, 정신과 의사셨는데 지금은 은퇴 하셨어. 집이 굉장히 특이해. 다른데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집이 아니라서 너가 보면 흥미로워 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번에는 거절 못했구나? 나 보여주려구"

자서방은 끄덕끄덕하며 대답했다. 

"굉장히 좋은 분이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다큰 아들이 부인델고 엄마 친구네 집에 놀러가는거 이상하지 않나.........

사실 이런 문화가 참 좋다. 나이 상관없이 다들 친구가 되기도 하고 서로 민폐 끼치지 않는 선에서 서로의 집에 꽃이나 와인을 가지고 방문해서 다과나 차를 대접받기도 하고 정말 다양한 주제로 열린 대화를 나누는 삶이란- 

우리 시어머니께서도 언젠간 말씀 하신 적이 있었다. 은퇴하고나서 친구들 집에 놀러가고 초대하기도 하는게 큰 행복중 하나라고 말이다.  

우리엄마 같았으면 아휴 귀찮아.. 뭘 차린담.. 뭘또 들고간담 하겠지 ㅎㅎ 익숙치 않은 문화니까 한국에서는 이해됨

​대문에 들어섰을때 마당을 사이로 양쪽에 집이 있었는데, 왼쪽 집 3층에서 시어머니 친구분께서 손을 흔드시고는 금세 내려오셔서 우리를 맞아 주셨다. 

아 왼쪽 집에 사시는 구나..  했는데 자서방 말이 오른쪽에 있는 큰집도 모두 소유하고 계신거란다.

​왼쪽집에는 혼자 거주하시고 오른쪽집은 여러 세대들에게 세를 주시는거라고..

앗!! 집부자시다!! 

​정원에 있던 큰 나무에 달린 열매들인데 신기해서 뭐냐고 물어봤으나 시어머니와 자서방은 알지 못하심..

​열매를 구경하고 있던 중 자서방이 나를 이끌며 말했다. 

"저기봐. 저거 뭔줄 알아? 물펌프야. 지금이야 사용하지 않으시겠지만 예전에는 저렇게 지하수를 퍼서 물을 사용했거든"

"알거든? 우리 옛날 집에서도 비슷한거 있었그등-" 

​안다고 하는데 왜 실망한 표정인건데.. 다음에는 알아도 모르는척 해야 하나 ㅎㅎ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보니 우리 시어머니 만큼이나 꽃과 식물을 좋아하시는 분인 듯 하다. 

​2층 테라스로 가면서 집을 구경했는데 정말 신기했다. 일단 구조가 2층과 3층이 뚫려 있어서 특이했고 가구들이나 벽에 그림들이 엔틱해 보였다. 

1층에서 2층 올라가는 계단에는 판화그림들이 벽 가득 걸려 있었는데 거기서 풍기는 분위기도 묘했다. 

"이건 우리 아버지가 xx에게서 선물로 받으신 거고 또 이건 할아버지가 쓰시던거고. 이건 xx때..."

이야기를 간직한 오래된 물건들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내가 귀를 쫑긋거리고 듣고 있으니 더 많이 들려 주시려는것 같았다. 

"오 이건 알아요!! 우리 시어머니께서 서울에서 사가신 거예요. 친구분 선물이라고 하셨는데" ​

우리 시어머니께서 인사동에서 사가셨던 메이드인 차이나 강태공들이 여기까지 와 있었네- 

​혼자 차리시느라 고생하셨을 것 같다. 정성이 막 막.. 

자서방이 방석깔린 자리가 제일 좋은 양 나를 먼저 앉혔다. 아무래도 너무 상석같은데..

테라스에서 바로 보이는 옥상인데 이곳도 초록초록 하다. 해가 좋은날 저기 의자에서 책을 보실 것 같은 상상이 떠올랐다. 

맞은편 이집도 내집... 이라면 나는 차암 좋겠다..

​"오잉? 여기 안에 개구리가 있네요?"

친구분께서 개구리를 좋아하신다며 집안 곳곳 또다른 개구리들을 가르키셨다. 

테라스에 있던 큰 개구리-​

​그리고 개구리

​개구리들

​너무 많은데요... 어디서들 구하신 개구리 신가요... 

개구리를 좋아하니 주변에서도 선물로 많이 주셨나보다...

​우리 시어머니께서 드린 꽃다발을 바로 화병에 꽂아서 테이블에 올려 두시더니 틈틈히 바라보며 좋아하셨다. 참 고상하시다..  준 사람도 기분 좋게 하는 표정이라니..

 

곧 방문객이 한사람 더 들어왔다. 키가 190은 거뜬히 넘어 보이는 키가 아주큰 미셸이라는 젊은 남자였는데 시원시원하니 잘생겼고 잘웃는 호감형이었다. 솔직히 남자친구신가..하고 오해를 했는데 ㅎㅎ 자서방이 앞집에 세입자인데 우리 시부모님이 휴가 가실때마다 고양이들 돌봐주러 오는 또다른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시부모님과도 매우 친하셔서 함께 초대를 하셨나 보다. 덕분에 대부분의 대화 내용이 고양이였다. ㅎㅎ

아 이 남자는 남자친구(!!)와 같이 살고 있으며 또 고양이를 7마리나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근데 그 고양이들은 시어머니 친구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고 한다. 누가 주인인지 헷갈릴 정도로..

우리 시아버지와 이름이 같아서 시어머니께서는 이 남자를 "큰미셸"이라고 부르셨다.ㅎㅎㅎㅎㅎ

어차피 나는 대화에 많이 끼지를 못해서 꾸준히 집어먹었다. 그렇잖아도 신기한 음식들이라서... 

자서방은 계속 해서 멀리 있는 접시를 나에게 땡겨 주고 나는 몇개 집고나서 시아버지께 접시를 전달하면 시아버지는 또 옆으로 전달해서 접시들이 그렇게 뺑뺑 돌아왔다. 나만빼고 다들 많이 안드심.. 거의 내가 다 먹음.. 

그래놓고 집에와서 시부모님은 배부르시다며 저녁을 거르셨는데 나는 여기서 많이 먹은걸 깜빡하고 저녁도 많이 먹었다. 

 

나중에 헤어질때 시어머니 친구분께서 고양이들을 보여주신다며 정원을 뒤지(?)시다가 뒤늦게 집안에서 우리를 보고 있던 한 녀석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고 이뽀~ 

역시 고양이라 새침함 

자서방아 우리 저분께 잘해 드리자.ㅎㅎ 나중에 이집에 싸게 좀 세들어 올 수 있도록..응.. 이라고는 차마 말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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