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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농담을 좋아하시는 시어머니

by 낭시댁 2019. 7. 17.

시어머니께서 주말에는 미용실에 가서 염색을 하실 거라고 하셨다. 

“여름이니까 완전히 초록색으로 염색 해 보려고..”

“네에? 초록이요?”

“응 저기 정원에 풀 색깔처럼- 여름에는 가끔 그렇게 기분 전환을 해. 너희 어머니는 그런 색깔은 안하시나봐? 나 전에는 핑크색으로도 해 봤는데.”

“아.. 저희 엄마는 그런 색깔은 절대...” 

종일 시어머니는 주말에 염색하실 얘기만 하셨다. 

자서방에게 작게 말했다. 

“완전 초록색으로 하실거래. 전에는 핑크색도 하셨다던데..”

“아.. 엄마가 너 놀리시는거야. 우리엄마 농담은 프랑스인한테도 이해가 안될때가 있어. 하물며 너한테는 더 어려울거라고 내가 좀 적당히 하시라고 말씀 드렸는데도.. 하여간 농담하신거야. 엄마가 하는 말 다 믿으면 안돼.”

이런.. 

모웬 약먹이시는 시어머니


얼마전 시아버지께서 일때문에 1박2일간 파리로 떠나신 적이 있었다. 시어머니께 무슨일로 가셨는지 여쭤봤다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 파리에 여자가 있거든. 난 말이다, 항상 미셸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건 괜찮다고 한단다. 어디까지나 그 여자한테 돈만 안쓰는 조건으로 말이지. 그 여자가 부자면 더 좋고. 아마 내일 돌아올때 미셸은 내 선물로 비싼 가방을 사올지도 모르지 호호호” 

이정도 농담은 이제 적응되었다. 

“네 저도 자서방한테 똑같이 말하는걸요. 어딜가나 사랑 많이 받으면 좋죠. 저한테는 돈만 벌어다 주면 돼요.”

자서방이 저쪽에서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있다.

다음날 오후 시아버지께서 돌아오셨고 나와 시어머니는 열렬히 반가워하며 맞이해드렸다. 시어머니께서 며느리 선물은 어디에 있냐고 시아버지께 다그치셨다. 무뚝뚝한 시아버지는 아무 대답 없이 멋적게 웃으시며 자리를 뜨셨다. 그러다 잠시후 돌아오셔서는 나와 시어머니께 “꺄도”라며 작은 초콜렛을 한개씩 나눠주고 가셨다.

자서방 얘기로는 시아버지께서는 정년퇴임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바쁘게 사시는데 그 중 한가지는 고용주와 피고용주 사이의 분쟁에 대한 노동재판의 재판관으로 활동하시는 거라고 했다. (시어머니 표현: 돈 조금 되는 바쁜일). 재판관은 시아버지를 포함해서 세분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몰라도 의미있는 일을 퇴임후에도 많이 하시는것이 참 멋지시다. 아무튼 파리에도 거의 매주 가신다고 한다.

자서방은 항상 내가 집안의 분위기를 띄우는 장본인이라고 하지만 분명 이집안에 분위기 메이커는 시어머니시다.

가끔씩 이해하기 힘든 농담들이 있긴 하지만 나는 시어머니의 유쾌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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