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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예고없이 찾아오시는 베르나르 아저씨

by 낭시댁 2019. 7. 24.

시어머니께서 몸살로 여전히 예민 하셔서 집안 분위기가 조금 굳어 있던 늦은 오후였다.

나는 부엌에서 이른 저녁 준비를 하고 계시던 시어머니를 도와 드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고 자서방이 나가서 대문을 열었는데 방문객은 다름아닌 이웃에 사시는 시아버지의 절친 베르나르 아저씨셨다. 

베르나르 아저씨를 보면 맨 처음 만났을 때가 항상 떠오른다. 내 기억으론 항상 시어머니께서 아저씨께 불평을 하셨다. 그때는 약과를 너무 많이 먹어서..

☞지난 포스팅 다시 보기: 프랑스 시어머니의 약과사랑 

바로 시어머니께 달려가서 "베르나르 아저씨 오셨어요" 라고 했더니 부엌에 계시던 시어머니가 갑자기 정색 하시며 말씀하셨다.

"아휴, 저 수다쟁이가 예고도 없이 또 왔네 울랄라... "

시어머니께서 투덜투덜 하시는 동안 베루나르 아저씨는 큰소리로 인사를 하시며 헤맑게 들어오셔서 나와 시어머니께 살갑게 볼인사를 하셨다. 

베르나르 아저씨는 나에게 간단하게 영어로 안부를 물으시고는 시아버지가 계신 거실로 가서 앉으셨다.

시어머니께서는 불평은 하시지만 베르나르 아저씨앞에서는 또 나름 잘해 주시는 것 같았다.

시아버지와 베르나르 아저씨가 대화 하시는 동안 시어머니는 나에게 오셔서 작게 말씀 하셨다.

“프랑스에서는 말이다. 남의집에 방문을 할 거라면 미리 전화로 연락을 하고 가야 한단다. 이렇게 저녁시간이 다돼서 그냥 방문하는건 예의가 아니야. 금요일이라 친구집에 샴페인 한 잔 마시러 왔다는데 내가 얄미워서 샴페인은 안따주고 그냥 콜라나 갖다 줬단다 호호"

샴페인 대신에 콜라라는 소심한 도발에 스스로 흡족하신 듯 웃으셨다. 

 

아저씨는 시부모님과 거실에서 두시간이상 대화를 나누시다가 시아버지와 단둘이 정원으로 나가셨고 시어머니는 다시 우리에게 오셔서 불평을 이어가셨다. 

"아니.. 아까 7시부터 와이프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빨리 가야 된다면서.. 지금 8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안가고 있네.. 맨날 저래..  와이프는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몰라..

잠시후 아저씨가 이제는 가야겠다며 한사람 한사람 살갑게 볼인사를 하시고는 마침내 떠나셨다. 

시어머니가 아저씨 배웅을 위해 대문으로 따라 나가시자 자서방이 말했다.

"우리엄마 맨날 저렇게 불평하고 아저씨 싫어하시는것 같이 말씀하시지만 엄청 친하셔. 2주전는 아저씨네 내외분들 저녁 식사도 초대 하셨었고... 너 오해 할 까봐 ㅎㅎ"

시어머니 말씀으로는 금요일이 되면 저렇게 불쑥불쑥 오실때가 많다고 하셨다.

금요일에 자주 오시니까 편하셔서 연락을 안주시나봐요.”

시어머니는 그래도 올때는 연락을 미리 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러면 뭐라도 준비해 놓을거라면서... 

아 내가 잠깐 겪어본 느낌으로는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초대하는 경우에는 그게 간단한 티타임이든 식사이든 상관없이 상차림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뭔가 거기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대접을 하는 느낌이랄까.. 꽃이든 조명이든 무엇하나 소홀함이 없이 준비하는 것을 또한 즐기는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불쑥불쑥 찾아오시는 베르나르 아저씨를 시어머니도 미워하지는 못하시는 것 같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로서는 좀 재미있음..ㅎ 

 

“그래도 좋은 사람이란다... 하아...”

하시며 시어머니께서 한숨을 깊이 쉬시더니 나직하게 혼잣말처럼 덧붙이셨다. 

“울라라.. 저양반이 내 감기를 옮아간 모양이다....

 

뽀나스로 이스탄불이랑 모웬 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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