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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인들이 정말 거만한가? (feat.와인부심)

by 낭시댁 2019. 8. 3.

우연히 인터넷에서 프랑스인들은 모두 거만하다는 누군가의 댓글을 발견하고는 자서방에게 의견을 물었다. 

"남편, 프랑스인들이 거만하다고 생각해?"

자서방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고개를 흔들더니 나에게 물었다. 

"아니. 너도 봐서 알잖아. 내 친구들이나 친척들 중에 거만한 사람이 있었어?"

"음, 없었지. 근데  한국에선 이러더라 - 프랑스인들이 콧대가 높아서 여행중에 영어로 프랑스인에게 뭘 물어봐도 프랑스인들은 상대가 알아듣던 말던 프랑스어로 대답한대. 사실 나 이거 몇번 들어봤어. 오래전 대학시절 내 친구가 난생 처음 유럽여행 다녀와서 그러더라. 그리고 방금 인터넷에서 똑같은 얘길 읽었거든."

"그게 거만해서 그런거라고?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영어를 몰라서 그랬겠지 ㅋㅋㅋㅋㅋ"

사실이다. 자서방 친구들이나 친척들은 처음에 영어로 몇마디 하다가 막히면 그냥 프랑스어로 나한테 얘기하곤 한다. 일부러 프랑스어를 강요하려고 그런거는 절대 아님- (가끔 우리 시어머니가 프랑스어 연습시키려고 강요하실 때는 있지만ㅎㅎ) 

"그렇지, 의외로 영어 잘 하는 프랑스인들이 많지 않다는거 너도 알지? 여행이라면 아마 파리였을 것 같은데, 솔직히 나도 파리에서는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긴해. 근데 프랑스인들이 전반적으로 거만하다는 말은 전혀 인정 할 수가 없다"

"내가 같이 일했던 프랑스인 동료들 다들 파리 출신이었는데 거만하지는 않았어. 말이 좀 많았을 뿐 ㅎㅎ 근데 사실 와인 얘기 나오면 거만해 지는거 인정?ㅋㅋ"

"그건 거만한게 아니지. 자부심이지. 프랑스에 훌륭한 와인이 있다는건 사실이니까. 내가 항상 말하지, 모든 프랑스 와인이 다 맛있는건 아니지만, 프랑스에는 훌륭한 와인이 많다고. 다른 나라에도 좋은 와인이 있다는것도 인정해. 난 요즘 켈리포니아 와인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프랑스 와인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새 대화의 주제가 와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또...

"그럼 만약 이곳에 세계 최상의 와인 100병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중에 프랑스 와인은 100병중에 몇병이나 있을거라고 생각해?" 

남편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최소 60병?"

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군. 역시 와인에 대해서는 이사람들 겸손하지 않아. 그렇지만 자서방의 표정은 매우 겸손한 대답이었다는 표정같은데...

그때 시어머니가 오셨고 자서방은 똑같은 질문을 시어머니께 드렸다. 그 말을 들은 시아버지도 대화에 참여하시면서 거만하지 않은 세사람의 프랑스인들의 겸손치 않은 와인에 대한 토론이 열띠게 이어졌다. 

시부모님은 내가 예상했던 것 처럼 다른 나라의 와인은 별로 드셔 보지 않으셨나보다. 프랑스 와인이 최고 아니었어? 하는 느낌ㅎㅎㅎ 

대충 내가 이해한 내용들을 정리하자면, 

와인이 맛있으려면 포도나무가 충분히 성숙해야 함. 프랑스는 기후도 포도재배에 적합한데다 포도재배나 와인 제조에 대해 오랜 역사가 있음. 다른 나라에서 아무리 기후가 맞다고 해서 포도를 키우고 와인을 만든다고 해도 어린 나무들에서 나는 포도는 껍질이 두꺼워서 성숙한 맛이 나올수가 없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와인이 발전하니 곁들이는 음식들도 따라서 발달하게 되었다.. 등등..

 


 

또한 자서방이 나에게 자신있게 말한게 있었다.  

"내가 장담하는데 너 프랑스 있는동안 맛있는 와인만 마셔서 나중에는 맛없는거 먹으면 바로 느낄거다. "

근데 다음날 시동생이 사놓았다는 와인을 따서 한잔 마시고는 괜찮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살짝 상했더라는ㅎㅎㅎㅎ 자서방은 나에게 돈만 버렸다며 ㅎㅎ 상한것도 저렇게 잘 마시는데 쓸데없이 좋은 와인만 사줬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오늘도 모든 대화의 마무리는 와인이었다ㅎㅎ

 

마지막으로 이번에 프랑스에 있는 동안 마셨던 와인들. (에투왈님을 위해 올렸습니다!) 

다 맛있었던 와인들인데 자서방 말로는 같은 와인이라도 제조년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다고 한다. 

​이거 15유로 밖에 안했는데 가격에 비해서 맛이 매우 훌륭했던 와인-

다음날 다시 가서 남은 와인 다 쓸어왔다. 

2011년산이라 더 맛이 풍부해 진 것 같다고 함

 

배고플때 내 식량이 되어준 브레첼.. 
우리 시부모님은 아직도 내가 브레첼을 매우 좋아하는 걸로 오해하고 계시다.. ​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생떼밀리옹 라꾸스포드

리들에 갈때마다 남은거 다 사왔다. 두고두고 먹겠다고...

​큰 마트 와인 코너에 책(와인 사전)이 구비돼 있어서 놀랐다. 

그리고 나는 ​와인을 하도 따서 팔에 근육이 좀 생긴것 같다. 매일 연습시킨 집념의 자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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