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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나를 위한 시어머니의 두가지 조언

by 낭시댁 2019. 8. 1.
 

조언1. 사소한 예쁜것들이 인생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어느 오후 내가 파인애플을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거실로 나왔더니 자서방이 수고했다며 내가 좋아하는 무스카 와인과 잔을 꺼내왔다. 

대충 아무 잔이나 가져온 걸 보신 시어머니께서는 예쁜잔에 마셔야 한다며 (매일 다른 잔을 꺼내주신다;;) 새로운 잔을 가져다 주셨고, 또한 자서방이 봉지 채 갖다놓은 브레첼도 예쁜 접시에 덜어서 새로 갖다 주셨다.  

오른쪽 구석에 갈색은 시아버지께서 가져다주신 낭시 마카롱이다.


평소대로 약간 과장되게 감사하다고 한 후 한 모금 마시는데 시어머니가 말씀 하셨다.

“내가 너를 위해 예쁜 잔과 예쁜 접시를 가져왔더니 니 남편이 뭐래는줄 아니? 얘는 그런거 신경안써. 과자도 그냥 봉지채 그냥 먹는게 편한 사람이야, 이런다? 너 정말 그런거니?

나는 망설임없이 네 맞아요 라고 했는데 그 짧은 대답이 시어머니의 마음에 안드셨나 보다.


“정말이니? 고작 브래첼이지만 예쁜 접시에 담아 먹으면 더 기분이 좋잖니? 사소하지만 예쁜걸 챙기면 인생이 달라져. 누가 나를 우아하게 만들어 주지 않아, 내가 만들어야지.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하라는 게 아니야. 값비싼 사치를 하지 않더라고 스스로를 더 잘 대접해 주고 내 주변 사소한 것들을 더 향기롭고 우아하게 바꿔 줄 수는 있잖니. 사소한 예쁜 접시나 와인 잔, 꽃 한송이, 향기로운 방향제 이런거 말이다. 그리고 절대 네 남편이 너를 대충 해줘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지 마”

너무도 진지하신 시어머니의 연설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뭘 잘못 한거지? 다음 질문은 더 생각하고 대답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항상 대충대충하면 얼마나 지루한 인생이니.. 너는 이제 안그럴거지?”

”네! 맞는 말씀 이세요”

“잔봐라 얼마나 예쁘니. 대충 컵에 마시고 그르지 마라. 여왕처럼 우아하게 먹어야지.”

다시 시어머니의 농담섞인 말투가 돌아왔다. 하아 혼쭐이 났네ㅎㅎ 

다음엔 꼭 대답 잘해야겠다. 

생각해보니 내가 와인을 마실때 마다 시어머니께서는 과자를 접시에 담아서 갖다 주셨다. 

별것 아닌것 같지만 기분이 더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내가 먹을때는 항상 봉지채 들고 그냥 먹는게 편한데.. 앞으로는 좀 조심해야겠다. 대답도 신경써서 하고 ㅎㅎㅎ 

우리언니한테 시어머니의 연설을 그대로 들려 주었더니 우리 언니가 말했다. 

"그게 맞는거지. 근데 살다보니 점점 대충대충 스스로를 대접하게 되고.. 근데 정말 조금씩 습관을 바꾸는게 좋을 것 같애" 

음.. 그렇단 말이지..

나도 이제 누가 안봐도 예쁜잔에 덜어먹고 마시고 하는걸 좀 연습해 봐야겠다. 향기로운 방향제도 바꿔보고 꽃도 한번씩 식탁에 꽂아보고..  

알자스.와인잔



우리 시어머니가 항상 나에게 개선하라고 강조하시는 내 단점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조언2. 솔직한 의견 말하는 연습하기

 

예를 들면, 맘에 별로 안드는데 든다고 하는것! 그리고 맛없는데 맛있다며 억지로 먹지 않기! 이 부분은 여전히 어렵다. 

어려서 부터 “예의상” 이라는 포장으로 습관처럼 베어있는 부분이라.. 우리에게는 예의지만 프랑스인들 눈에는 좀 비효율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그래도 요즘에는 시어머니 음식 먹다가 어떠냐고 묻는말에 내가 솔직하게 싱겁다거나 너무 익은것 같다는 등의 의견을 말하면 시어머니는 솔직한 표현이 늘었다며 그 부분을 칭찬해 주신다. 물론 자서방은 옆에서 오바하면서 어떻게 우리 엄마 음식에 불평하냐 하지만 ㅎㅎ 시어머니는 솔직한 의견은 절대 나쁜게 아니라며 더더욱연습을 시키신다.

시어머니의 사촌언니댁에 놀러 갔을때도 시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사촌언니께서 나더러 "우리도 너처럼 젊고 날씬할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뚱뚱해져버렸어.." 라고 하시길래 내가 "아니에요 두분다 날씬하고 아름다우세요" 라고 했더니 시어머니께서 나를 쏘아보시며 솔직한거 맞냐고 하셔서ㅎㅎㅎ 내가 다시 말했다.

"아.. 네 그러네요ㅎㅎㅎ"

두분 다 엄청 웃으시고 시어머니는 우리 며느리는 솔직하다며 칭찬해 주셨다ㅎㅎㅎㅎㅎ 

아 버릇나빠지겠네... 자중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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