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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어 공부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

by 낭시댁 2019. 8. 6.

내가 프랑스어를 공부하게 된 것은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 부터였다. 자서방과 살면서도 솔직히 프랑스어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막상 회사를 관두고 집에 있게 되니 뭐라도 생산적인 것을 해야 할 것 같고 중간에 태국어 학원도 다녀보긴 했지만 역시 더 중요한 것은 프랑스라는 생각이 들어 태국어 공부를 접게 되었다. 

물론 자서방은 아직 한국어를 모른다. 작년에 한국에 정착하려고 결정 했을 때 (결국 접었지만-) 한국어 공부를 시작(!)만 했다가 곧 어마어마한 좌절감을 느끼던 모습을 보았다. 한국어는 정말 다른 언어구나 하면서 ㅎㅎㅎ 그래서 그냥 마음 편하게 해주려고 간단한 문장만 몇가지 우선 익혀 보라고만 말해 주었다. 

사실 프랑스어는 영어와 매우 비슷해서 아주 어렵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또 영어와 비슷한 단어가 프랑스어로 얼마나 다르게 발음이 되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 발음이 정말 재미있다. 물론 문법은 골치 아픈 부분이 많지만- 예를 들어 사소한 사물들에도 성별이 있고 그에 따라 동사가 바뀌는걸 처음 알았을때의 충격이란... 

 


시어머니께서 영어를 잘 하시니 시댁에서도 크게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막상 프랑스어를 어느정도 배우고 조금씩 표현을 하게되니 사람들이 나에게 더욱 친근함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우리 시아버지와 단 둘이 최고로 긴 대화를 나누었을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아침이었는데 일어나서 혼자 부엌으로 내려왔다가 시아버지께서 커피를 뽑고 계시는 것을 발견했다.
평소같으면 시아버지는 내 이름을 불러주시며 봉쥬ㅎ- 하시고 나역시 똑같은 한마디로 서로 대화가 금방 끝났을 텐데, 내가 대화를 더 이어간 것이다!

 “잘 주무셨나요?”

살짝 놀라시던 시아버지께서 대답하셨다. 

“잘 잤지. 너도 잘 잤니?”

“네 저도 잘 잤는데 남편은 잘 못잔것 같아요. 지금은 샤워하러 들어갔어요”

“저런 안됐구나. 마리엘(시어머니)은 어딨는지 아니?”

“아마도 다이닝룸에 계실걸요. 소리를 들었어요”

“아 그렇구나. 고맙다”

시아버지께서 지나가시는데 내가 또 말했다. 

“오! 저 프랑스어 완전 잘하네요. 하하”

“하하 그러니까! 완전 훌륭해. 공부를 열심히 했구나!!”자화자찬하며 감격해 하는 나에게 시아버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시며 활짝 웃어주셨다. 

잠시후 샤워를 마치고 내려온 자서방한테도 스스로 너무 대견해서 시어버지와의 대화를 들려주었다.

시아버지께서 정원에서 일하고 계실때도 내가 달려나가서 말씀드렸다. 

“많이 바빠 보이세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친절하구나. 하지만 괜찮아. 다 끝났거든” 

내가 거실로 돌아왔더니 시어머니께서 내가 했던 말을 들으셨는지 내 목소리로 흉내를 내시며 자서방과 웃고 계셨다. 이뻐해주시는 웃음이었다ㅎㅎ 내 프랑스어는 이번에 시댁에서 아주 큰 화제였다. 


문제는 우리 시어머니께서 자꾸 지인들을 만날때마다 “우리 며느리는 프랑스어를 독학으로 마스터했어요. 아주 똑똑하고 짧은 시간에 이미 프랑스어를 잘 말해요 하고 소개를 하시는 거다. 그리고 내가 대화에 안끼고 있으면 (주로 먹거나 마시는데 집중하고 있음) 화제를 내 이야기로 옮기신다. 그러면서 잘 이해 안되는말이 있으면 항상 다시 물어보라고...;; 그러면 제가 모든 대화를 다 끊게 될텐데요 ㅎㅎㅎ

몇번 그게 반복되고나서 결국 자서방이 시어머니께 부담주지 말라고 내가 얼마나 초보인지를 설명해 드리게 되었다.

"쟨 아직 초보야. 지금 티비 보면서도 저 중에 5%도 못알아 듣고 있어. 근데 엄마는 얘가 벌써 50% 이상을 이해하고 있는걸로 오해하고 있다구.. 한단계씩 차근차근 해야지 미리 부담주면 쟨 더 입을 못 열게 될거야."

시어머니는 알겠다고 대답하셨지만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하시고 자꾸 나에게 프랑스어로 말씀을 하신다. 마치 우리 엄마가 한국말 못알아듣는 자서방한테 이러면 좀 알아듣겠지 싶은마음에 큰 목소리로 천천히 한국말로 말하는거랑 같은거겠지ㅋㅋㅋ

그리고 또 나에게 용기를 주시려는 듯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년에는 너 저기 텔레비전에 나오는거 다 알아 들을수 있게 될거야. 이렇게 짧은 시간에 혼자 공부해서 이만큼이나 하고 있으니 넌 분명 머리가 좋은거야”

“음 저도 텔레비젼에 나오는 말 다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한 5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아직 많이 서툴지만 프랑스어를 배우고나니 사람들을 만나는게 더 즐거워졌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시아버지와 단둘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 무뚝뚝하신 우리 시아버지는 표정의 변화가 잘 없으신분인데 나와 대화하시면서 활짝 웃어주시는게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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