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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갑자기 꼬여버린 경유일정에 멘붕이.. (룩스에어)

by 낭시댁 2019. 8. 12.

우리가 떠나던 날 아침, 느긋하게 오전 11시 쯤에 출발하기로 하고 나는 짐도 마저 다 싸지 못한 상태 였지만 시간이 충분했기에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샤워를 막 마치고 나오던 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서방이 올라와서 다급하게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어제 밤늦게 이메일이 하나 와 있었어. 취리히로 바로 가는게 아니라 니스로 먼저 가서 다시 취리히고 가야 된대." 

"뭐야, 경유가 추가된거네? 왜?" 

"이유는 안적혀 있어.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거야. 우리 지금 당장 출발해야 돼, 지금 당장 안가면 비행기 못타!!" 

으악... 나는 이제 샤워를 마쳤단 말이다..

 

매무새를 따질 시간도 없이 급하게 옷을 챙겨입고 눈에 보이는 걸 가방에 마구마구 구겨 넣었다. 

창밖으로는 자서방이 시부모님과 벌써 차에 짐을 싣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음이 급해서 2층 계단으로 케리어를 끌고 내려오다가 그냥 내던질뻔했다 ㅎㅎ 자서방이 달려와서 안잡아 주었다면 정말 던졌을 거임... 그 당시의 급박함이란.. ㅠ.ㅠ 

왜 갑자기 경유를 추가 하냔 말이다..

올때는 새 때문에 회항도 했는데...ㅠ.ㅠ

차에 올라 타면서도 나는 짐을 다 챙겼는지 모르겠다고 중얼 거렸고 시어머니께서는, 

"비행기를 놓치는것 보다야 짐을 덜챙긴게 차라리 낫지..

자서방은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계속 호들갑을 떨고 있었는데, 급기야 시어머니께서 그런 자서방에게 그만하라고 엄한 목소리로 다그치셨고, 곧 시아버지께 부드러운 말투로, 급하게 운전하지 않아도 된다며 늦지 않았다는 말씀으로 상황을 정리 해 주셨다. 

휴우... 시아버지의 운전이 걱정돼서 그렇게 말씀하신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자서방 칫솔은 안챙겼네- 그거 빼곤 다 챙겨왔다 ㅎㅎ

 

룩셈부르크 공항에 도착해서도 우리는 각자 케리어를 하나씩 챙겨서 거의 날아서(?) 체크인 카운터로 갔다.  

그런데 카운터 여직원이 어찌나 늘보인지...  

룩셈부르크에서 취리히로 갔다가 다시 방콕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는데 우리는 니스를 한번더 경유 하게 되었다. 

기왕 이렇게 된거 그냥 마음 좋게 타자..

사실 돌아오는 일정을 자서방이 지난 크리스마스 + 생일 선물로 일등석으로 끊어 놓았기 때문에 나는 라운지에 대한 기대도 컸었는데... 라운지에 가 볼 시간은 커녕, 비행기에 올라 탄 것 만으로도 우리는 만족해야만 했다.. ㅠ.ㅠ 

스위스 항공으로 끊었지만 니스와 취리히로 가는 일정은 모두 룩스에어였다. 이 구간은 비즈니스 클래스로 돼 있지만 어차피 작은 비행기라 비즈니스석도 이코노미석과 똑같은 의자다. 대신에 비즈니스석은 각각의 옆좌석을 비워준다. 옆에 아무도 못앉도록.. 

근데 

이 비행기에 비즈니스 클래스는 우리 단 두명 뿐이었던 것이다. 

의자는 모두 다 똑같지만 등받침에 이렇게 Business Class 라고 써진 건 딱 우리 두자리 뿐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우리는 좋아했다. ㅎㅎㅎ

사실 우리 반대편에 시끄럽게 앉아있던 젊은 백인 세명이 샌드위치를 사와서 냄새를 풍기며 먹고 있었는데 그들이 샌드위치를 다 먹어갈 무렵, 승무원이 와서 우리 둘 만의 만찬(?)을 뽐나게 깔아 준 것이다 ㅎㅎ

그리고 그들의 일행인듯한 여성이 우리 뒷자리에 앉아서 마찬가지로 그들과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는데, 우리 옆에 한자리가 비어있으니 거기로 옮겨 앉으려고 왔다가 승무원이 안된다고 제지해서 시무룩하게 돌아간 걸 봤을때 우리는 또 속닥거리며 고소해 했음 ㅎㅎㅎㅎ 그 후로 그들은 덜 시끄러워졌다..

 

속물같지만 우리는 좀 즐거웠음 ㅎㅎㅎㅎ  

소고기였는데 너무 너무 너무 부드럽고 맛있었다. 

자서방이 눈 깜짝할세에 다 먹은걸 보고 서너점을 덜어 주었다. 결혼하고 나니 남편 입에 들어가는걸 보는 것도 배부르다... 고 말하다니 스스로도 놀랍군!

빵은 항상 나는 한점만 손으로 떼서 맛보고는 자서방에게 남은 걸 넘긴다 ㅎ

자서방은 저 김밥을 나에게로 넘겼다. 고기를 줬더니 밥으로 갚는군..

고기 위에 엊어진 노랗고 조그만 것들은 머스타드 씨앗이란다. 디테일... 

승무원이 우리옆 빈 좌석에 테이블을 펼쳐서 와인을 갖다 주었다. 

1시간 40분 정도가 소요 됐던 것 같은데 음식과 와인덕에 전혀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었다. 

먹는것에 연연하는

마실 것에 연연하는 자서방

다 먹고 나서 초콜렛도 먹었다. 

할일도 없으니 이런것도 폼나게 사진을 찍어보쟈..

곧 아름다운 니스의 풍경이 아래로 펼쳐졌다. 

 


그냥 딱 봐도 부촌이라는 느낌이 확 풍겼다. 

집집마다 수영장이.. 오히려 없는집이 드물어보였다. 

자서방 말로는 여기가 모로코와 가까워서 부자들이 많이 온다고..

공항에 전세기들도 많이 보였다. 

공항이 해변에 있어서 멋졌다. 야사수들도 보이고.. 

룩셈부르크에서 안터지던 전화가 니스에 오니 다시 터지는걸 보고 아참 여기도 프랑스지 싶었다. 

프랑스 같지 않은 프랑스.. 

 

니스 공항에서 경유하는데 엄청 애를 먹었다. 

무슨 공항이 내리자마자 경유 이정표가 없음;;; 

여기저기 물어보며 다녔는데 직원들이 물어볼때마다 다른 방향으로 알려주고..ㅠ.ㅠ

시간은 촉박하고 막 뛰어다니다가 짐 찾는곳 까지 나와버렸다. 그곳 직원한테 다시 물어봤더니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출국장으로 가야 한다고... 

진짜 그때부터 둘이서 막 달렸다. 승질내면서 ㅎㅎ 뭐 이런데가 다있어.. 직원들도 다 다르게 말하고..ㅠ.ㅠ 

 

결국 티켓에 적혀있는대로 A31게이트를 찾아서 줄을 서려는 찰라 자서방이 발견했다.

"잠깐만... 이거 스크린에는 룩셈부르크 행이래.."

 

그때의 멘붕이란...

이미 시간은 다 됐고 다시 게이트를 찾아야 한다니..

 

다행히도 바로 근처 A33에서 스위스항공 취리히행 게이트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 룩셈부르크로 다시 돌아갈 뻔했네" 

우리가 직접 예매한 일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좌석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다행히 자서방 옆에 아무도 앉지 않는걸 보고 내가 그리로 옮겨서 나란히 앉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출발 시간이 지났는데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더니 곧 기내에 안내 방송이 나왔다. 

짐이 도착하지 않은게 있어서 기다리느라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별 생각없이 창밖을 보았는데

저거 우리 가방이잖아

조그만 트럭이 우리 가방 세개를 싣고서 우리가 탄 비행기로 오는게 보였다. 

"우리 짐때문에 지연된 거야?"

"갑자기 경유 일정이 꼬여버려서 우리만 정신이 없는줄 알았더니 항공사 측도 마찬가지인가 보네

짐을 실었다가 다시 빼더니 다시 싣고... 자리가 없어서 저러나... 

뭐 결국 가방을 다 싣고나서야 지연에 대한 사과와 함께 출발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햐... 다행이다.. 안 놓쳤어.. 우리 짐도 다 타는거 내 눈으로 봤고...

 

그래도 먹을 건 먹어야지-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마음을 진정시키는데는 먹는게 최고인 듯.. 

취리히가 가까워오자 눈덮인 알프스 산맥이 나타났다. 산 꼭대기들만 구름뒤로 솟은걸 보니 너무 예뻤다. 


십년전 싱가폴에서 제네바로 출장갈 때 이 광경을 처음보고 당시에 입을 다물지를 못했던 기억.. 

너무 아름답다. 

즐거웠어야 할 여행에 있어 갑작스러운 일정의 변경은 너무 달갑지 않은 뉴스이다. 

라운지도 못가보고..ㅠ.ㅠ

물론 취리히에서 일등석 라운지를 드디어 체험할 수 있었지만 시간에 쫒겨서 그곳에서도 아주 잠깐 앉아 있다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자서방이 아주 야심차게 준비했던 일등석 여행인데..ㅠ.ㅠ

거기다 좌석도 분명히 자서방은 나란히 앉는걸로 지정했다고 했는데 서로 떨어져 있는 자리였다..

 

취리히-방콕 스위스항공 일등석 체험은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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