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극도로 까다로워 치즈도 못먹는 우리 남편은 야채중에서도 가리는게 참 많다. 양파, 양배추 그리고 바로 브로콜리!
양파와 양배추는 그동안 닭죽이나 볶음밥을 만들때 말없이 조금씩 양을 늘렸더니 별 생각없이 잘 먹고 있다. 하지만 브로콜리는 요리에 몰래 넣기엔 외모가 너무 튀어서 몰래 먹여볼 생각을 해 보질 못했다.
얼마전 브로콜리를 싸게 팔길래 일단 두송이를 사왔는데, 브로콜리는 냉동으로 보관해서 먹어도 좋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일단 씻어서 손질을 했다.
그런데 줄기를 따로 분리하고 보니 감쪽같네? 자서방한테 몰래 먹여봐야겠다.
잘게 썰어서 얼려놨다가 나중에 볶음밥이나 카레에 넣어야겠다!
자서방은 볶음밥을 참 좋아한다. 다양한 야채를 많이 먹일 수(?)가 있어서 나도 자주 만드는 편이다.
브로콜리 줄기를 꽤 많이 넣었건만 다른 야채들 사이로 감쪽같이 숨어들었다.
아, 양배추는 이제 눈에 보여도 군말없이 잘 먹는걸 보니 제법 익숙해 진 것 같다.
다진 소고기에 갖은 야채, 양념은 간장과 굴소스, 마지막에 참기름을 한바퀴 둘러주면 잡채냄새가 난다ㅎ
화룡점정 반숙후라이!
자서방은 엄청 맛있다며 평소보다 더 잘 먹었다. 이렇게 잘 먹는데 왜 너는 브로콜리가 싫다고 하는거니...
치즈도 몰래 넣어볼까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그건 이미 자서방이 어릴적에 시어머니께서 여러번 시도해 보셨다고 한다. 아주 조금만 넣어도 귀신같이 알아채는 걸 보고나서는, '이건 찐이구나' 싶어서 다신 억지로 먹일 생각을 하지 않게 되셨다고 한다. 브로콜리나 더 사다가 쟁여놔야겠다.
이야기 하나 더 -
애매하게 남은 볶음밥으로 나는 다음날 점심식사로 오므라이스를 만들었다. (자서방은 1일 1식을 하므로 주말에도 점심은 나 혼자 먹는다)
뜨거운 팬에다 계란 두개를 풀어서 얇게 부친 후 그 위에 볶음밥을 얹었다.
그때 물 마시러 부엌에 들어왔던 자서방이 다음장면이 궁금했던지 안나가고 뒤에 서서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큰 접시를 팬 위에다 덮은 후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남편을 돌아보았다.
도와주고 싶어서 저기에 서 있는건가 싶어서 돌아 본건데 남편은 뭐가 그리 흥미로운지 어서 해 보라는 듯 눈썹을 까딱까딱했다. 내가 망치면 실컷 웃고 나가려고 저러는거지...
나는 폼나게 접시위로 팬을 뒤집었다. 짜잔!
"브라보! 가운데가 아닌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아, 그건 내가 일부러 의도한거야. 옆에는 샐러드를 담아야 하니까!"
내 말에 자서방이 빵 터졌다. 절대 안믿는다면서ㅋㅋ
믿든 안믿든간에 나는 꿋꿋하게 양배추를 썰어서, '의도했던 대로' 오므라이스 옆에다 가지런하게 담았다.
ㅋㅋㅋ 말을 하면서도 내가 웃김
요즘에 양배추+ 케첩+마요네즈 조합에 꽂힌 터라... 소스를 듬뿍 뿌렸다. 토스트한 빵에다 양배추 샐러드를 싸먹어도 어찌나 맛있는지...
남은 볶음밥으로 오므라이스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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