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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사랑이 넘치는 프랑스 낭시의 발렌타인

by 낭시댁 2023. 2. 15.

아침에 등교를 하면서 항상 지나치는 파티스리가 있다.

유리너머 진열된 예쁜 케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오늘은 케잌들이 특히 더 화려했다. 

앗 오늘 발렌타인데이구나! 

이따 집에갈때 초콜렛 케잌 하나 사가야겠다.

 

사실 우리 부부는 둘다 발렌타인에 무심하다.

하지만 주말에 자서방에게 사소한일에 크게 화를 내고는 제대로 된 사과없이 어물쩡 넘어간 일이 마음에 걸렸던지라 초콜렛으로 애정을 표현할 필요가 좀 있었다. 또 내가 초코케잌을 좋아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친구들이 나눠준 초콜렛- 

난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마음 씀씀이가 참 예쁜 친구들이다. 

 

 

"오늘 나 남친 발렌타인 선물 사러 갈건데 같이 따라가 주라."

 

"그래, 나도 갸또 하나 사려던 참이야. 점심 먼저 먹고 나가자."

 

그렇게 나는 필리핀 친구와 함께 학생식당으로 먼저 갔다. 

오늘은 닭다리!! 그리고 디저트는 밀크초콜렛 크림이었다. 

 

"이 디저트는 우리 남편 갖다줘야겠다. 발렌타인 선물ㅋ"

 

 

식당에서 우리반 브라질 남학생을 만나서 그 친구도 함께 시내로 갔다. 

 

"나도 와이프 선물 사야 돼. 오늘 아침에 와이프가 웬일로 침대까지 아침 식사를 정성스레 차려서 갖다주더라고. 오늘이 무슨날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발렌타인이더라고. 아, 오늘은 빈손으로 들어오면 안되겠다 생각했어." 

 

"오, 나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남친이 거실에 풍선 장식까지 해 놓고 초콜렛 박스를 내미는거야. 난 발렌타인인 줄도 몰랐어. 귀찮지만 나도 뭔가 준비해야겠더라고. 그냥 안받고 안주면 편한데... 내 남친은 차(tea)를 좋아하거든. 성세바스티앙에 가면 차로 부케를 만들어서 파는데가 있는데 그거 사주려고." 

 

안주고 안받는 커플 바로 여기 있단다... 

 

"그럼 나도 와이프 선물로 그거 사야겠다. 작년 브라질에 살때는 발렌타인때 와이프한테 스파이용권을 10장 선물했어. 꽤 비싼거였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었던게, 내가 선물을 주면서 꼭 나랑만 같이 가야된다고 다짐을 받았거든. 나도 스파 좋아해서 아주 만족스러운 선물이었어. 하하" 

 

"음... 내가 갸또 좋아해서 남편한테 갸또 사주는거랑 비슷한건가. 근데 에리카, 네 남친은 초콜렛보다 차를 더 좋아하는게 확실해?" 

 

"초콜렛도 좋아해. 하지만 내가 초콜렛을 별로 안좋아해서 남친이 날 위해 사준 초콜렛은 결국 본인이 다 먹게 될거거든." 

 

커플들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발렌타인이 아무리 상술이래도 커플에게 있어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날이니 나쁠게 없다고 생각한다. 뭐 우리 부부는 거의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이긴 하지만. 

시내는 괜히 평소보다 핑크핑크한 분위기였다. 매장마다 빨간색 핑크색 하트들이 뿅뿅💗

바로 이 가게구나. coffea. 차 뿐만 아니라 커피와 초콜렛도 판매된다. 

예쁘게 부케로 포장된 각종 차와 커피들

브라질 친구는 은행과의 헝데부를 깜빡했다며, 이따 다시와서 와이프 선물을 사야겠다며 급하게 떠났다. 

그녀가 최종적으로 고른 차 부케. 차 이름에도 죄다 사랑(amour)이 들어가있다ㅋ 빨간색 하트 초콜렛도 달려 있고- 

 

 

이제 갸또를 사러 파티스리에 갈 차례- 

띠에보- 

이 집 갸또 오 쇼콜라가 참 맛있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좋아하는 갸또가 큰 사이즈로는 다 팔렸단다... ㅠ.ㅠ 

결국 작은 사이즈로 두개를 골랐다. 하나는 자서방꺼 하나는 내꺼- 

자서방은 갸또 오 쇼콜라로 고르고, 내꺼는 맨 앞에 보이는 하얗고 긴 슈같이 생긴거...

 

내가 케잌을 고르고 있을때 내 친구가 뭔가 웃긴걸 발견했는지 가게 반대쪽에서 혼자 키득거리고 웃고있었다. 

 

"야, 빨리와봐. 이거 꼭 봐야 돼."

초콜렛이네..

으음? 

하나하나 자세히 보니 하나같이 숭악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거 살래. 이거 판매용 맞나요?" 

 

내 친구의 질문에 여사장님은 우아한 말투로 대답해주셨다. 

 

"이쪽에 더 많은 종류가 있으니 오셔서 골라보세요. 오늘 꽤 많이 팔렸답니다." 

 

우리는 또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서 계속 웃었는데 여사장님도 우리랑 같이 웃으셨다. 

 

"재미있지요. 호호" 

 

 

"나 이걸로 할래! 차 부케속에 끼워놔야지, 서프라이즈 선물로!" 

 

"내일 남친 반응 좀 말해줘, 궁금하다ㅋ" 

 

이런 우아한 가게에서 이런 숭악한걸 팔다니 참 솔직한 프랑스다ㅋㅋ

 

 

 

저녁에 자서방이 돌아왔을때 내가 말했다. 

 

"나 오늘 선물 있어." 

 

"학생식당 갔다왔구나? 쁘띠빵?" 

 

참고로, 학식 먹는날에 나는 빵을 종종 들고오는데 자서방은 매번 참 잘 먹는다. 

 

"아니, 오늘은 빵 말고 디저트 갖고왔어."

 

"오, 이거 맛있는건데 왜 안먹고 가져왔어. 고마워, 쥬뗌!"

 

쇼콜라크림에 벌써 저렇게 좋아하다니... 

 

"그리고 또 있어. 이거! 열어봐." 

이번에는 눈이 더 크게 떠진 자서방. 역시 자서방에게 쇼콜라는 항상 통한다. 

 

"해피 발렌타인! 쥬뗌."

"나도 오늘 와이프 주려고 준비한거 있는데... 나 역시 발렌타인 잊지 않았다구!" 

 

 

과연 그 선물은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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