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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함께 기도해 주시겠습니까 (덧붙임 추가)

by 낭시댁 2023. 11. 3.

자서방과 함께 한지는 어언 10년이 다되어가는데 우리는 아직 아이가 없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커리어가 더 중요했고 커리어만큼 인생을 즐기는 것도 중요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아이는 가질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나이 먹는 것을 까맣게 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태국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정착하기로 결심했다가 다시 프랑스로 정착하는데까지 어영부영 수년을 까먹어버렸다. 
 
아이는 저절로 생기지 않았고 프랑스에서 뒤늦게서야 난임센터를 찾았다. 
 
 
몇 달전, 바쁜 남편대신 시어머니와 함께 검사를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프랑스어 처방전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당시 그게 무슨 검사인줄 도 몰랐다. 어머님이 말씀해주시길, 이 검사는 별거 아니고 그냥 단순하게 초음파를 보는거라고 하셔서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갔었다. 
 
그런데 대기실에서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약국에서 우리가 직접 사온 길다란 대롱이 달린 이 도구가 어디로 들어가게 될 것인지 말이다. 
불이나케 검색을 해 보니 이게 바로 나팔관 조영술이라는 것이었다. 아프기로 악명높다는. 
 
덜덜 떨면서 검사실에 들어갔는데 다행히도 검사는 아프지 않았다. 차가운 침대위에서 내가 너무 떨고 있었더니 의사와 옆에 보조하는 직원이 내 손까지 잡아주며 아프냐고 여러차례 물어왔을때 나는 매번 괜찮다고 대답할 수가 있었다. 여전히 덜덜 떨면서 말이다.
 
검사를 마치고 나왔을때 어머님께서 물으셨다. 
 
"아팠지?" 
 
"...하나도 안아픈거라고 하셨잖아요..." 
 
내 볼멘 소리에 어머님께서 대답하셨다. 
 
"사실대로 말했으면 미리부터 무서웠을거 아니냐. 그건 전혀 도움이 안되었을거야."
 
"그렇긴 하네요. 다행히도 안아팠어요."
 
내 말에 그제서야 어머님께서 활짝 웃으셨다. 다행이라고 하시며. 
 

어머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젊은 엄마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 아기 좀 보세요 진짜 예뻐요!" 
 
내 말에 어머님은 눈길도 안주시며 대답하셨다. 
 
"하나도 안이쁘네." 
 
"안 보셨잖아요?"
 
"너희 아기가 세상에서 제일 예쁠거야. 그건 안 봐도 내가 알아." 
 
그 말에 코끝이 찡해져서 말문이 막혔다. 
 

 
의사는 우리에게 4차까지의 인공수정을 제안했다.
4차 이후부터는 성공률은 떨어질 것이고
시험관은 처음부터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내 나이에 리스크가 더 크다면서...
43살까지 무료로 난임지원을 받을 수가 있는데 그 이후에 추가 시도는 무의미하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까지 시도한 세차례의 인공수정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점점 마음을 내려놓는 중이다.
 
이번에도 안되면 안되는 이유가 있는거겠지...
하나님께서(특정 종교는 없습니다) 우리 부부를 위해 더 좋은 계획이 있으신거라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보다는 이미 가진것들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하루하루 웃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안그래도 내가 도전하고싶은 것들이 요즘 많아지는데 그걸 다 해보라는 의미일수도 있겠지.
 
다만 나보다 더 마음 졸이고 계신 친정엄마를 생각하면 미안해진다.
 
 
지인들로부터 나는 귀에 굳은살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파리로 가라니까.... 왜 서울에 가서 받지 않는거냐...
누구는 어떻게 해서 성공했다더라... 
입양은 생각없냐... 등등...
 
물론 걱정해 주는 마음에서 하는 말들인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듣다보니 이제는 희망이 생기기보다는 서러워진다.
파리나 한국까지 갈 여유가 안되는 상황을 내가 왜 이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주고 있나... 눈물 먼저 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난임이야기를 피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블로그에 작성하는 이유는-
 
 

작년에 모웬이 실종되었을때 한마음으로 기도해 주신 덕분에 4개월만에 기적적으로 돌아온 것이 떠올라 올해도 혹시나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말에 저는 마지막 기회가 될 지 모르는 4차 인공수정을 받게 됩니다.

함께 기도해 주신다면 정말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덧붙임: 
 
오늘 아침에 인공수정을 받고 왔답니다. 
 
이른 아침에 눈뜨자마자 수없이 달린 댓글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눈물이 핑 돈 채로 침대에 누워 댓글을 하나하나 찬찬히 읽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답니다. 
 
오늘 시술 대기를 한 시간이나 했는데 대기실에서도 댓글들을 읽고 또 읽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소중한 응원과 조언들 가슴에 꼭꼭 새기는중입니다.
no 커피, 땀나게 운동, 알칼리식품, 몸 따뜻하게... 마음은 편안하게... no 스트레스...
 
 
 
컨디션이 안좋아 댓글에 하나하나 답변을 못드리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앞으도 두고두고 댓글을 반복해서 읽으렵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께서 저를 위해 응원해주시니 결과와 상관없이 저는 이미 행복한 사람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복 받으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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