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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빼박 사십대...

by 낭시댁 2021. 5. 25.

20대

두려운것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내 싸이월드 프로필에 나는 이렇게 당당하게 써놨다.

[난 뭐든지 할 수 있지롱]

진심이었다. 그때 나는 뭐든지 도전하고 경험해 보기를 원했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나는 후회없이 실컷 도전했고 눈물과 땀도 실컷 흘렸다.


30대

2013년 여름. 나는 싱가폴에서 한국으로 승진발령을 받아 근무를 하다가 기대와는 너무 달랐던 현실에 좌절했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냈다. 그리고 막막했지만 태국에서의 새출발을 결심했다.

그 무렵 무의도에서 이른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자욱한 안개와 마주친 날 sns에 이런걸 썼더라.

이길이 맞는지 이래도 되는건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나는 용기가 있었다.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지 되돌아올 수도 있고 다른길로 다시 시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언제까지나 그렇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40대


마흔살이 되었을때 프랑스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나는 여전히 방랑자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우울증 비슷한 증상이 찾아왔다. 앞자리가 4로 바뀌니 모든것이 다르게 보였다. 미래만 설계해도 부족한 시기인데 나는 자꾸만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옛날 사진을 자꾸만 들여다보기시작했다.

후회없이 살아왔다고 스스로 자부해 왔는데 지금보니 후회스러운 일들이 많더라...

나름 자부심 있었던 커리어도 단절이 되었고 막연하고 낯선 미래를 계획하며 불안감도 더해졌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우리언니는 나에게 이렇게 위로를 해 주곤했다.

"야...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야. 마흔한 살 돼봐라... 진짜 우울증은 그때야. 그 다음부터는 쉬워져. 마흔 둘 마흔 셋..."

참 위로가 된다 언니야...


그리고 이제 마흔 한살

올해 나는 그렇게 무섭다던 마흔 한살이 되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빴던지 무시무시한 우울증은 다행히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빼박 사십대구나 하고 절감하는 중이다. 이제는 만나이로도 마흔이다. ㅠ. ㅜ (새치와 뱃살의 공격을 겪기시작하면서 티비에 나오는 동안 연예인들이 관리에 얼마나 큰 노력을 하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게되었다.)

오래전 한비야 책에서 읽은게 생각난다. 나이 마흔이면 80세까지를 24시간 이라고 가정했을때 고작 정오에 해당되는 시간이라고. 커피를 마시며 오후에는 뭐하지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새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나이라나…? 근데 잠은 안자나...? 나는 8시간은 자야 하는데 말이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내 하루 패턴으로 계산해 보면 나는 오후 3시쯤 되는것 같다. 오후 4시까지 마쳐야 할 일들이 적지않다.  

자꾸만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충분히 이루었나... 못 이룬것들과... 이제는 포기해야 할 것들(다음 생을 기약하며)... 지금 서둘러 성취해야 할 것들... 자려고 누울때마다 이런 목록들이 머릿속에 나열되고 그러다보면 자꾸만 마음이 조급해져서 잠을 못이루곤 한다.

무식아... 단순하게 사는 네가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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