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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한국

지하철에서 목격한 훈훈한 사람들

by 낭시댁 2017. 2. 27.

한국에 있을때를 생각하면 항상 빽빽한 지하철이 많이 떠오른다.  

이날도 친구랑 놀다가 1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는데 퇴근시간이라 지하철이 콩나물 시루처럼 복잡했다. 그냥 사람들틈에 꽉 껴서 어딜 잡지도 못하고 너무 끼어있어서 전철이 흔들리더라도 어디 넘어질 틈도 없는 그런 숨막히는 상태였다.

내 근처에는 세살쯤 돼 보이는 곤하게 잠든 남자아이를 안고 서있던 젊은 엄마가 서있었는데 정말 힘들어보였다. 아이는 자느라 정신이 없는데 잠을 안자고 있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서 있기에는 너무 위험할 만큼 지하철이 복잡했다. 좌석을 양보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너무 복잡해서 앉아있는 사람들에겐 키작은 아이 엄마는 보이지도 않았다.

이어폰을 낀채 한동안 음악을 듣다가 돌아보니 아이엄마가 땀은 뻘뻘 흘리면서 점점 얼굴이 창백해 지기 시작했다. 잠든아이를 내려놓지도 못하고 금방 쓰러질 것 같았다. 아이는 세상편하게 잘도 잔다. 어쩌지.. 도와주고는 싶은데 잠자는 남의 아이 잘못 안았다가 떨어트리기라도 하면 어떡해.. 애기가 꽤 무거워보여... 정말 자신이 없어서 나서지를 못했다.

여러 정거장을 지났지만 인파는 줄지를 않았고 나는 조금씩 아이 엄마와 위치가 멀어지게 되었다. 

잠시후 생각나서 두리번거리며 그 모자를 찾아보았다. 

아 저기 아이엄마가 있었다. 다행히 안색이 좋아보였다. 어라? 근데 아이는 어디에 있지? 아 옆에 아빠가 같이 있었구나. 정말 다행이다.. 아빠 품에서 세상편하게 잘도 잔다. 아빠가 잘생겼구나 ㅎㅎ 정장차림에 아이를 안고 서있는 모습에서 빛이났다. ㅎㅎ

그런데 잠시후 그 잘생긴 정장남이 아이엄마에게 "죄송합니다만 이번에 제가 내려서요." 하며 아이를 건네주려고 했다. 그러자 그옆에서 지켜보던 한 아저씨가 "아, 저한테 주세요" 하고는 잽싸게 아이를 받아들었다. 아이 엄마는 감사하다며 두 남자분들께 인사를 했다. 아.. 아빠가 아니었어..
한참후에는 또다른 남성 한분이 자처해서 아이를 이어 받았다. 총 세분의 낯선아저씨 품에 아이가 번갈아가며 안겼다. 아이는 찡얼거리지도 않았다.

아 정말 천사들이 이렇게 곳곳에 있구나하고 감동받은 날이다. 매일 그렇듯 그날도 집에와서 나는 식구들에게 모두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식구들도 감동했다.
퇴근길 그 빽빽한 지하철안에 나혼자 서있기만해도 힘든 상황이었는데 기꺼이 남의 아이를 안아주신 훈훈한 그분들을 잊을수가 없다. 


방콕에서도 비슷한걸 본 적이 있다. 정말 복잡한 지하철안에서 한 아가씨가 갑자기 사람들을 밀치며 벽쪽으로 걸어갔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서 벽이라도 잡으려는것 같았다. 태국어로 "미안하다 근데 몸이 안좋아서 그렇다"라고 외친 것 같다. 

옆에 어떤 아저씨가 오더니 계속 부채질을 해주었고 또 어떤 아줌마는 그 아가씨입에 비타민같은 알약을 넣어주고 옆에서 지켜봐 주는걸 봤다. 

국적 불문하고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마치 지인인것 처럼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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