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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한국

말썽쟁이 조카가 공항에서 급 얌전해진 사연

by 낭시댁 2017. 6. 11.

말썽쟁이지만 귀여운 우리 조카다. 올해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는데 오죽 정신이 없으면 우리집에서는 "불한당"이라고 부른다. 

얼마전 방콕에 다녀갔을때 우리 자서방도 꽤 정신없어했다. 사랑하는 조카지만 한번씩 통제가 어렵기때문이다. 언니야 미안-

방콕에 처음 도착한 날 집으로 오는 택시안에서 쌩뚱맞게도 이녀석의 앞니 하나가 툭하고 빠졌다. 우리는 여행이 즐거울 징조라며 웃었다. 

 

휴가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도 어김없이 정신없이 떠들고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10살난 제법 의젓한 누나가 심각하게 동생에게 말하는걸 들었다. 

 

"야 너 근데, 오늘 비행기 못타면 어떡해? 너 여권사진에는 앞니 다 있는데 지금 너 앞니 빠져서 못타게할것같애. 얼굴이 달라졌어. "  

깜짝 놀란 녀석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엄마, 나 앞니 빠져서, 여권이랑 얼굴 다르면, 비행기 못타?" 

"아이고 그러네 참. 어쩌지? 이모한테 가서 한번 물어봐라. 큰일났다"

이미 나한테와서 물어볼때는 두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이모... 나... 앞니... 빠져서.... 여권 사진이랑... 달라서.... 비행기... 못타?" 

뒤에서 우리언니가 웃음을 찾고 서 있었다. 나는 최대한 심각한 표정으로

"아... 어쩌지... 안되는데... 그럼 못타는데.....여권을 다시 만들려면 일주일이 걸리는데..... 그럼 넌... 오늘 못가는데...." 

결국 녀석의 울음이 빵 터졌다. 우는애한테 우리언니는 계속 심각하다. 

"이모랑 일주일만 더 있다 오면되지. 울면 이모도 이모부도 싫어해서 너 여기 못있어. 울음 뚝 그쳐"

내가 말했다. 

"그냥 안되면 할 수 없지만, 우선 공항에 입 꾹 다물고 가보자. 비행기표 검사할때랑 이민국 아저씨앞에 줄서 있을때도 입 절대 열면 안돼. 할 수 있겠어?" 

두눈에 눈물이 고여서는 힘차게 끄떡끄떡했다. 

공항가는 차안에서 왠일로 입다물고 조용히 있는 녀석을 보고는 자서방이 신기해 한다. 사연을 들려주었더니 아주 숨이 넘어가라 웃는다. 뒤에 심각하게 앉아있는 꼬맹이를 직접 눈으로 목격하면서 들으니 웃긴 사연이 아닐 수가 없다. 자서방은 공항에서 조카랑 눈이 마주칠때마다 입을 막는 시늉을 하며 혹시 누가 봤을까 걱정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차안에서는 괜찮으니 방콕아 잘있으라고 인사를 하라고 했더니, 이 순수한 녀석이 그제서야 입을 열고는 한다는 말이

"방콕아 안녕~ 자동차야 안녕~ 택시야 안녕~ 오토바이야 안녕~" 하며 눈에 보이는 모든것에 작별인사를 시작했다. 

공항에 도착했을때 내가 물었다.

"공항아 안녕은 안해?"

그랬더니 이녀석이 자기 입을 가리키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안까먹고 있었구나.. 쨘한녀석.. 

"아참.. 이모가 미안해. 말 안시킬게. 계속 입 다물고 있어야돼 알았지?"

끄떡끄떡하며 늠름하게 대답도 잘한다. 

결국 우리 조카는 티켓팅도 잘 마쳤다. 

"비행기 안에서도 입 열면 안돼 알았지? 할말 있으면 아무도 없을때 엄마한테 작게 말하고.."

다들 작별인사를 나눌때도 이녀석은 입을 다물고 주변을 살폈다. 에고고 너무 겁을 먹었구나.. 그래도 집에갈때까지 안떠들고 조용히 있어서 참 다행이다. ㅎㅎ

나중에 커서 이 사건을 기억한다면 우리를 원망하겠지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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