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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리뷰

영화 아이엠히어를 보았다. (줄거리 및 후기)

by 낭시댁 2021. 6. 19.

언제한번 보고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영화, 프랑스어 영화지만 한국이 배경인, 아이엠히어 (je suis la)를 자서방과 함께 보았다.

스포 있습니다! 주의!

사실 나는 이 영화의 대략 줄거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없이 봤다. 하지만 내 부족한 프랑스어 실력으로 띄엄띄엄 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막없이 봐서 주인공들의 표정과 화면에 좀더 집중할 수가 있어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같다. 영화내내 한국장면이 대부분이지만 나는 오히려 영화초반에 나오던 프랑스 장면이 훨씬 더 좋았다.

영화는 큰아들의 결혼식으로 시작된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주인공 스테판은 직접 아들의 결혼식 피로연을 준비했다. 나는 이곳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 너무너무 좋았다.

피로연 막바지에 큰아들이 다른남자랑 키스하고 있는걸 발견한 스테판은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작은아들에게 진지하게 물어봤더니 작은아들은 대수롭지 않게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란다. 엄마, 그러니까 스테판의 전부인도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그걸 아직 몰랐냐는 식으로 대충대충 대답하는데 프랑스인 특유의 그 화법이 너무 웃겼다. (이 영화의 장르는 코메디다!)

아들들과의 거리감도 느끼며 오춘기를 겪던 주인공은 SNS에서 만난 수때문에 갑자기 활력을 찾았다. 운동도 하고 옷도 젊게 입고 레스토랑에 있던 우중충한 그림과 동물박제를 처분하고 수가 그린 산뜻한 그림을 벽에 걸기도 했다. 그러다가 충동적으로 수를 만나러 한국으로 날아갔는데 수는 공항에서 기다리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 아저씨는 1주일이나 공항에서 지냈다.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SNS에 올렸다가 1주일안에 유명인사가 돼 버렸다.

이 영화의 교훈은 아무래도 SNS의 인연은 허상이다- 눈치없이 굴지말아라- 이게 아닐까-

공항에서 1주일을 지내다가 무작정 서울로가서 수가 일한다고 보여준적 있었던 건물로 무작정 찾아갔고 어쩌다 자길 보고 도망가는 수와 만나기는 했다. 근데 이여자 너무 뻔뻔하다. 힘들게 찾아와서 개고생한 나이든 아저씨한테 캐리어바퀴소리가 성가시단다; 가엾은 우리 중년의 스테판은 또 케리어를 번쩍 들고 따라다닌다.
수의 변명은 딱 이거-
"눈치가 있어야지요-"

이 장면에서 자서방 진심으로 빡쳤음. 뭐 저런여자가 다 있냐고... 한국여자 어쩌고해서 나한테 등짝한대 맞음.

암튼 짧은 재회를 마치고 그녀는 "이젠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예요."라는 뻔뻔한 말을 우아한 표정으로 뱉고는 뒤도안돌아보고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딸을 픽업해서 떠나버렸다. 아, 그녀가 그렸다던 그림도 실은 옆집사람이 그린거였단다.

스테판이 걱정된 두 아들이 한국으로 찾아오고 아들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다짐하며 기분좋게 프랑스로 돌아가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평화로운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번잡한 서울의 거리로 화면이 바뀌었을때, 뭔가 외국인의 시선으로 서울을 바라보는 느낌을 살짝 느낄수 있었다. 그들에겐 이런 서울이 참 이국적이겠구나... 그리고 나역시 방황하던 시절, 완전 낯선곳으로 혼자 여행을 하면서 원래의 내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의 다짐에도 공감이 갔다.
자서방은 영화가 쏘쏘였단다. 속터지는(?) 공항의 장면이 너무 길어서 한국의 더 많은, 더 좋은, 더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못담았단다. 나도 공감한다.

갠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불편했던 것은, 낯선 이방인들에게 너무나 무례하게 구는 한국인들의 모습이었다. 솔직히 무뚝뚝하고, 영어로 말걸면 무시하고, 외국인한테 반말하고, 알고보면 츤데레고 잘 도와주는 뭐 그런건 어느정도 현실이긴 하지만... 너무 과장한건 아닌지...

특히 경찰.. 제대로 들을 생각도 없고 막 한국말로 윽박지르고 짜증내더니 헤어질때 갑자기 같이 사진찍자고 환하게 웃음 ㅡㅡ;

공항에서 근무하시는 할머니가 반말로 말귀 못알아듣는다면서 심하게 짜증낼때는 자서방이 나더러 무슨말이냐고 물어봤다. 실제 안산 살면서 외국인들을 도와주면서 반말로 무례하게 말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기는 했다.


영화에 대단한 스토리나 볼거리를 기대한다면 실망 할 것같다. 다만 프랑스에서 프랑스인과 사는 입장에서, 외국인 감독이 한국에서 한국인 배우들과 촬영한 영화이기때문에 외국인의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어서 나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서울 장면을 보면서 자서방은 꽤 수다스러웠다.
"저기! 우리 가본데 맞지? 갔다가 사람들 많아서 그냥 왔던..."
"저거 나 먹어봤어!"
"담에 나도 저 시장 가볼래."
"기억나! 우리가 묵었던 호텔 근처맞지?"
"소주다! 소맥 너무 싫어. 맥주좋아."

자서방이 생각보다 많은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런 자서방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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