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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에서 얻어온 여름과일들

by 낭시댁 2021. 6. 21.

시어머니께서 오후에 탐스러운 체리사진과 함께 메세지를 보내셨다.

"체리가지러 오거라! 수박도! 딸기도!"

서툰 프랑스어로 열심히 답장을 쓰고 있는데 (솔직히 하던일이 있어서 내일 가겠다고 쓰고 있었다.) 또다시 메세지를 보내셨다.

"우리집 냉장고에 보관할 자리가 없으니까 지금 오면 좋겠구나. 과일이 너무 많아."

나는 쓰던 메세지를 지우고는 "J'arrive! (지금 갑니다!)" 라고 짧게 답장을 쓴 후 곧장 달려갔다.

프랑스 전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길거리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다. 실내는 여전히 의무지만 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여전히 반정도 되는것 같다.

시댁 대문 초인종을 눌렀더니 마릴린몬로같은 섹시한 땡땡이 드레스를 입고 계신 시어머니께서 문을 열어주셨다. 그리고 온 집안에 고소한 체리클라푸티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너 바쁘지 않으면 차한잔 하면서 클라푸티 한조각 먹고가지 않을래?"

"네! 좋지요!"

나는 흔쾌히 대답을 하고 직접 내가 마실 차를 준비했다.

시어머니께서는 클라푸티 두 조각을 접시에 각각 담아서 테라스 테이블로 갖고 오셨다.

구름한점 없는 새파란 하늘과 새빨간 장미 그리고 초록 이파리들이 너무 아름답다.

일부러 설탕을 좀 적게 넣으셨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부담없이 푹푹 먹게 되는 맛이었다.

이때 멋쟁이처럼 차려입으신 시아버지께서 테라스에 오셔서 지금 나가신다며 인사를 하셨다.

"당신 어디가는데요?"

"파리에 미팅이 있어서."

"울랄라... 오늘 저녁에 먹을 음식 다 준비했는데 나 혼자 먹어야겠네... 언제 돌아오나요?"

"내일 저녁에."

무뚝뚝하게 대답하시는데 반해 시아버지의 표정이 심하게 들떠보이셨다. 마치 봄소풍가는 어린이 같은 표정이랄까. 나름 시어머니앞이라 즐거운 티를 안내시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았다.

"파리가시는데 왜이리 행복한 표정이세요?ㅋㅋㅋ 조심히 다녀오세요."

시아버지께서 떠나신 후 시어머니께서는 말씀하셨다.

"파리에 갈때마다 저렇게 좋은가봐. 회의도 하고 바쁘게 사는게 활력을 주는거지뭐. 어디가서 혼자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나는 불안해 죽겠는데 저렇게 좋아하니 못말려..."

모웬은 옆에서 애교를 좀 부리더니 시원한 타일바닥에 누웠다.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이스탄불은 시어머니께 뭔가를 간절히 사정했다ㅋㅋㅋ

"저녁에 차라리 저희집에 오셔서 같이 식사하시는게 어떠세요?"

"아니야. 말이라도 고맙구나. 오늘 준비한 음식은 내일 미셸 오면 같이 먹구 오늘은 간단히 과일만 먹으련다."

시어머니께서는 오븐에 구운 파프리카를 꺼내시더니 껍질을 벗겨서 속살로 샐러드를 만드셨다. 오븐에 구우면 단맛이 강해지고 뭔가 가지 무침이 생각나는 부드러운 식감으로 바뀐다.

나는 시어머니께서 담아주시는 음식들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우는 프로모션이 있을때 마다 하나씩 사다주신다.

체리, 딸기, 복숭아, 수박...
여름이 정말 오긴 온 모양이다.

딸기통에 스파이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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