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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항상 두손가득 얻어서 나오는 곳, 시댁

by 낭시댁 2021. 7. 5.

며칠전 오후, 시어머니께서 줄게 있다며 잠시 올 수 있냐고 메세지를 보내셨길래 곧 시댁으로 건너갔다.

온종일 비도 뿌리고 쌀쌀해서 집안에서는 낮에도 난방을 켜고 있었는데 오후 늦게서야 하늘이 잠깐 게었다. 해가 비치니 집안보다 따뜻한 기분...

시어머니께서는 오전에 그헝프레에 다녀오셨다며 이것저것 꺼내서 담아주셨다. (사실 그헝프레에 가신다며 필요한게 없냐고 전날 물으셨을때 난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대답을 했었는데도 여전히 이렇게 우리를 챙겨주신다.)

속에 허브가 들어간 이 소세지 정말 맛있다. 오늘 저녁엔 이 녀석으로 먹어야징.

그리고 매우 아름답고 두툼한 소고기!! 우리나라에서 이 부위의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마블링을 보니 분명 맛있겠다!

이때 갑자기 서럽게 울러퍼지는 모웬의 울음소리. 마치 나더러 "왔는데 왜 말안했어! 언제왔어!" 이렇게 말하는것만 같았다.
저리도 목놓아 서럽게 울 일인가... 그래도 매번 변함없이 똑같은 목소리로 열렬히 반겨주니 너무 고맙고 찡하다.

그리고 손질한 멜론도 한통 주셨다. 시댁 반찬통이 이렇게 자꾸 쌓인다. 또한번 정리해서 한꺼번에 돌려드려야겠다.

"이건 버섯 피클이란다."

주는대로 넙죽넙죽 받다가 이 순간에는 정지.

"이건... 고맙지만 사양합니다.(Non merci.)"

이제 나는 싫은걸 싫다고도 말을 할 줄알게 되었다. 다름아닌 시어머니께서 나를 그렇게 훈련(?)시키셨고 또한 직설적인 내 남편을 보면서도 열심히 배운것이다. 매번 쉽지는 않지만ㅋㅋ 장하다 요용!

"왜? 너 버섯 좋아하잖니. 피클도 좋아하구. 난 너두 좋아할거라고 생각해서 두병이나 만들었는데..."

"그래도 버섯 피클은 낯설어요. 근데 맛은 보고 싶어요. 한통 가져가는 대신에 나중에 식사하러 오게되면 그때 맛보게 해 주세요!"
시어머니께서는 웃으며 동의해주셨다. 그나저나 버섯피클이라는 음식은 처음 들어봤다. 시어머니덕에 음식에 대한 내 시야가 아직도 확장되는 중이다.

그리고 또 새로운 음식-
이번에는 시어머니께서 내가 뭐라고 말도 꺼내기 전에 작은 유리병에 듬뿍듬뿍 담으시며 얼마나 맛있는건지 빠르게 말씀하셨다.

"이건 내가 그릭요거트로 만든거야. 빵에 발라먹으렴. 미셸은 이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오 쎄 트헤트레봉!! (너무너무 맛있어!)"

"그릭요거트랑 또 뭐가 들어갔나요?"

"오이를 잘게 썰어서 넣고 허브도 좀 넣었는데 많이는 안넣었어... 그리고 올리브오일이랑..."

우리집 냉장고에 이미 먹을것들이 가득하지만 시어머니덕에 자꾸자꾸 쌓여만 간다. 그래도 시어머니께서는 나더러 많이 먹어도 살이 안찐다며 많이많이 먹으라고 재촉(?)하신다.

장바구니속에 소고기, 소세지, 멜론 뿐만아니라 요거트 머신으로 만드신 카라멜 바닐라크림도 담아주셨고, 카카오가루 그리고 과일바구니에서 손에 잡히시는대로(?) 아보카도랑 복숭아도 추가로 담아주셨다.

과일도 냉장고 안과밖에 넘치는 중이다. 더군다나 과일을 별로 즐기지 않는 자서방 덕에 나 혼자 매일 과일파티를 하는 중이다. 스무디도 매일매일 만들어서 먹는다.

소세지 중 한덩이는 수비드로 포장해서 얼렸고 한덩이만 잘라 구워서 저녁에 먹었다. 고구마 당근 퓨레와 함께- 넘넘 맛있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시어머니께서 주신 그릭요거트 스프레드를 빵에 발라 먹었다. 거친 시리얼빵만 만들어먹다가 일부러 간만에 버터, 설탕, 우유, 계란을 넣은 부드러운 샌드위치 빵을 만들었다.

시어머니께서 주신 멜론으로는 바나나와 우유를 넣어 스무디를 만들었고,

멜론 향이 기가 막힘

빵 하나를 토스트해서 오픈 샌드위치로, 맨 아래에 꿀을 바르고, 시어머니표 요거트 스프레드를 바른뒤 맨 위에 아보카도를 잘라서 얹었다.

아보카도의 검은 반점은 섬유질이라 먹어도 상관은 없는데 아보카도의 맛은 좀 떨어진다...

아주 든든하고 맛있는 브런치였다.

시어머니께서 주신 양상추는 드디어 다 먹었다; 양이 너무 많아서 점심 저녁으로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수비드로 익힌 소고기를 먹었다. 한조각이 꽤 커서 자서방과 반을 잘랐는데도 둘이 아주 배부르게 먹었다. 고기가 부드럽고 담백하니 최고였다. 나는 장보러 가면 맨날 세일하는것만 사오는데 ㅋ 시어머니덕에 호강하고 살찐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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