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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에서 일광욕하는 여유

by 낭시댁 2021. 7. 12.

늦은 오전,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보내셨다.

"나 갸또 새로 만들었는데 혹시 맛보고 싶니?"

"네, 저 한조각만 주세요."

그동안 집에 쌓인 시댁 접시와 반찬통들이 꽤많이 쌓여있어서 돌려 드릴겸 시댁으로 갔다.


하늘은 청명한데 온도가 19도밖에 안된다. 해가 안드는 우리집은 실내가 추워서 아침에도 라디에이터가 돌아갔는데 시댁에 갔더니 시어머니께서는 반바지에 끈나시 차림으로 정원에서 일광욕을 하고 계셨다. (시아버지께서는 시어머니께 이른오후에 정원사가 오니 꼭 옷을 챙겨입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나도 시어머니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해를 쬐기로 했다. 새로산 차라고 하시며 상큼한 과일향이 나를 붉은색의 차를 갖다주셨다.

모웬은 이웃집 어딘가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지 모습을 볼 수가 없었고 이스탄불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온갖 애교를 부렸다. 애교덩어리 모웬이 없어야 소심한 애교가 빛을 발하는 녀석이다.

까꿍!

살구를 하나 쥐여주셨는데 너무 맛있었다.

이스탄불이 망부석처럼 미라벨나무 아래에 앉아서 위를 보고 있었다. 이유는 바로

모이를 먹는 새 때문에.
너무 빨리 움직여서 어쩌지는 못하고 그저 엉덩이만 몇번 들썩이며 바라만 볼 뿐이다.


한 30분 앉아있었더니 땀이날 지경이었다. 우리집은 추운데ㅋ
부엌으로 가 보니 시아버지께서는 시어머니를 대신해 부엌 찬장정리를 하고 계셨다. 시어머니께서 유리병을 하나 사셨는데 너무 커서 찬장에 넣을수가 없으셨고 시아버지께서 찬장의 칸을 조절하시느라 안에 물건들을 죄다 꺼내놓고 다시 정리를 하고 계셨다. 옆에서 물건들을 집어드리며 돕다말고 내가 말했다.

"물건들이 너무 다양해요. 마치 수입품파는 슈퍼에 온거같아요! 찬장도 너무 크고, 저라면 뭐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을 못할것 같아요."

그말에 시어머니께서는 "당연히 기억하지." 라고 대답하신 후 시아버지께서 안보실때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시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드셨다. 본인께서도 뭐가 있는지 기억을 잘 못하신다는 의미인가보다. 시아버지께서 잔소리 하실까봐 솔직하게는 말씀 못하시고. 그런 모습도 사랑스러우시다.

시어머니께서는 찬장에 물건을 넣으시다말고 이것저것 나에게 주셨다. 갈때 돌려드렸던 장바구니를 다시 펼쳐서 주시는 물건들을 담아서 도로 가져왔다.

"저 이만 가볼게요."

"정말? 나 혼자 두고 갈거야? 점심 먹고가지…"

"시아버지랑 두분 계시잖아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차도 마시고 일광욕하러 아무때나 들르렴~"

코코넛 설탕을 주시면서 귀여운 나무 스푼도 하나 딸려서 주셨다. 통에 든건 새로 만드신 휘바브 갸또인데 휘바브의 새콤한 맛이 약하고 전체적으로 아주 부드러웠다. 점심식사후에 커피와 먹었더니 너무 맛있었다.

시댁정원은 특별하다. 햇살과 꽃, 고양이, 새도 있지만 햇살보다 더 따뜻한 시부모님의 정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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