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코로나가 아시아에서 왔다는 말에

by 낭시댁 2021. 7. 14.


이른 점심을 먹고나서 후식으로 시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채리 클라푸티를 먹었다. 요거트 머신으로 만드신거라 촉촉하고 쫀득하고 색다른 맛이었다.

그러다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주셨다.

"아침에 농장에 가서 샐러드를 사왔는데 너희랑 나눠먹으려고 3개나 사왔단다. 편할때 와서 가져가거라."

아침에 비가와서 마침 귀찮은 마음에 장을 보러가지 않았는데 잘됐당.

바로 시댁에 가서 상추도 얻고 차도 마셨다. 시아버지께서 주시는 마들렌도 하나 먹고-

Red Romance 라는 차인데 과일향이 난다.  

시부모님과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라디오에서 흥분하면 혼자 떠들던 남자가 하는말을 듣더니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저 남자가 방금, 코로나는 아시아에서 왔대."

"아니죠. 중국이죠."

"중국이 아시아잖아."

"중국에서 코로나가 시작된 건 모두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저렇게 언론에서 말하니까 더더욱 아시아인들이 코로나때문에 인종차별을 당하는거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인들은 더 큰 피해자라고 생각되네요."

우리 시어머니는 처음에 장난식으로 대꾸를 하시다가 내가 너무 진지하게 나오니까 농담을 멈추셨다.

"아시아인들을 향한 해외 인종차별 기사를 거의 매일 봐요. 오늘은 특히 더 화가나는 기사가 있었지요. 미국 한 쇼핑몰에서 미국인 여성이 6살 한국계 미국인 소년의 목을 때렸대요. 중국인이라고 소리치면서요. 부모도 있는데 비겁하게 아이를 공격하다니요! 그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생각없이 하는 표현들을 곧이곧대로 믿을것 같아요."

내가 살짝 흥분해서 떠들었더니 시부모님께서는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기사를 검색해서 아이를 공격했다는 그여자의 사진을 시부모님께 보여드렸더니 우리 시어머니께서 얼굴을 잔뜩 찌푸리셨다.

"나 사진 괜히 봤어. 저 여자 얼굴보니까 너무 불쾌하다."

"전에 기억나세요? 우리 시장에 갔을때 난을 굽던 아저씨가 저더러 니하오! 하고 큰소리로 인사해서 제가 바로 돌아섰잖아요. 코로나때문에 중국인으로 오해받는것도 저는 겁나요."

"아하, 그랬지. 나는 네가 중국인들을 정말 싫어하나보다 했지, 호호~ 근데 그 양반은 정말 아무뜻없이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려고 했던것 뿐이야. 보통은 아시아인을 봤다면 베트남계 프랑스인이 흔하니까 그저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했을텐데 그때는 네가 시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어서 아마 관광객으로 봤을것 같아. 그리고 그 양반은 니하오가 중국말인지도 모르고 말했을지도 몰라. 그 정도로 아시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거든."

아... 정말 아시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 중국이든 한국이든 혹은 태국이든 그냥 아시아틱이라고 퉁쳐버리니까 코로나의 고향이 중국이 아니라 아시아가 돼 버리는건 아닌지...

상추는 제일 작은걸로 골라왔다.

저녁때 자서방에게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들려주었다가 꽤 긴 토론을 했다.

"음... 라디오에선 절대 그런 의미로 말한게 아닐거라고 생각해. 코로나가 중국에서 온건 다 아는 사실이고 프랑스에도 못배우고 멍청한 사람들이 있기때문에 인종차별은 존재하겠지만 말이야. 우리 엄마는 와이프한테 장난치는걸 좋아하셔서 그러신거니까 오해하진 말아줘."

시어머니께는 당연히 오해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 뉴스기사때문에 내가 더 흥분한것도 있고, 또 한국도 코로나에 대해서는 엄연한 피해국가인데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어서 표현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