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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은퇴하니 너무 좋으시다는 시어머니

by 낭시댁 2021. 7. 15.

시어머니께서 오후에 마트에 가실거라며 나에게 혹시 필요한게 없는지 메세지를 보내서 물으셨다.

"음... 전에 만든 크리스마스 롤케잌 혼자서 다시 만들어 보고싶어서 재료를 사고싶어요. 가실때 저두 따라갈게요!"

"그래 3시까지 데리러 갈테니 전화하면 내려오렴."

시간 맞춰서 오신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차에 타기도 전에 종이상자를 내미시며 "우선 이거 냉장고에 넣고 가자꾸나. 널 위해서 만든 디저트들이야." 라고 말씀하셨다. 역시 부지런하시다.

요거트 머신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계신 시어머니. 유리병이 5개가 들어있었는데 총 3가지의 서로 다른 디저트들이 들어있었다.

복숭아조림이 깔린 우유맛이 진한 디저트2개, 체리 클라푸티1개, 코코넛밀크를 넣은 크림카라멜2개

냉장고에 디저트들을 갖다넣고와서 우리는 코라에 갔다.

운전을 하시면서 시어머니께서는 매우 기분이 좋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은퇴하니까 너무너무 좋아. 그동안 생각만하고 바빠서 못해보던 다양한 요리들을 다 해 볼 수가 있잖니!"

"저두 좋아요. 어머니께서 만드시는 그 요리들 제가 거의 혼자 다 먹고 있는거 맞지요?"

"응, 맞아. 미셸도 그렇고 우리는 살쪄서 단거 많이 먹으면 안되거든. 호호"

마트에 도착하기 전에 내가 미리 메모해온 롤케잌 재료들을 하나씩 읽어드렸는데 시어머니께서는,

"그건 집에 있으니 내가 줄게."

"그것도 안사도 돼. 나한테 있어."

라고 하셨고 결국 사야 할 재료는 거의 없었다.

우리는 마트 구석구석을 구경 하고 다녔다. 특히 시어머니께서는 항상 그러시듯 베이킹관련 도구들이 있는 코너에서 가장 오래 머무르셨다.

코라에서 내꺼랑 똑같은 기계인데 조금 더 큰 사이즈로 판매되고 있는걸 봤다. 130유로나 하는구나...

우리는 총 2군데의 마트에 들렀고 두곳에서 내가 고른 물건들은 모두 시어머니께서 계산하셨다. (언제나 그렇듯 말려보았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다...)

과일을 포함한 대부분은 시어머니께서 골라서 사주신 것들이다.

집으로 데려다 주셨을때 내가 우리집에 들러서 콜라도 드시고 무스카델도 보고가시라고 모셔왔다.

시어머니께는 콜라를 드리고 나는 좀전에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디저트 중 가장 궁금했던 복숭아 조림이 들어 있는걸 꺼내와서 맛을 보았다. 진하고 달콤한 우유를 가득 머금은 부드러운 질감에 상큼한 복숭아가 완벽하게 조화되는 맛이었다.

우와... 아직도 시어머니께 배워야할 것들이 끝이 없구나... (사실 워낙에 많이 만들어 주셔서 점점 게을러지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너무 맛있어서 다 먹고나서도 아쉬워서 빈병을 한참 더 긁다가 쟁반위에 내려놨더니 시어머니께서 씻지도 않은 그 병을 두껑을 닫아서 본인의 핸드백으로 바로 챙겨넣으셨다.

"씻어서 다른 병들이랑 같이 갖다드릴게요."

"아니야, 다른거 또 만들고 싶은게 있는데 남은 병이 없어. 너 하나 더 안먹을래?"

그 말씀에 나는 또 크게 웃어버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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