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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보람찬 아침이었다.

by 낭시댁 2021. 11. 24.

장보러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가는데 매번 나는 동네 리들이 오픈하는 8시 반에 맞춰서 일찍 나간다.

아침에 부모님과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것도 즐겁고 요즘엔 기온이 쌀쌀해져서 입김을 호호 불면서 찬공기를 느끼는것도 즐겁다. (워낙 외출을 잘 안하고 살아서;;)

하지만 일찍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고기등의 떨이세일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장보기는 대성공이었다.

다들 셔터가 다 열리기도 전에 좀비영화처럼 달려들어갈때 나는 차마 (양반이라...풉) 뛰지는 못하고 느긋한척 걸어가느라 매번 도착해 보면 좋은건 다들 골라가고 없는데 오늘은 운이 너무나 좋았다.

1킬로짜리 칠면조 가슴살과 오리넓적다리를 각각 1유로에 득템을 한 것이다!

그리고나서 나는 양반걸음으로 디저트 코너로 가서 에끌레어를 1유로에 득템했고 또다시 신선코너로 갔다가 우리 남편이 좋아하는 마쉬샐러드(세척)를 0.20유로에 담았다.
움하하!! 머릿속에서 폭죽이 빵빵 터지는 중-

시금치, 바나나, 바질토마토소스 그리고 우리 무식이 간식도 한봉 샀는데 저렇게 다 해서 9.43유로니까 우리돈 1,3000원 정도밖에 안된다.

아쉬운 점이라면 감자가 세일중이었는데 못사왔다는 것이다. 5킬로에 1.89유로 (2,530원)였는데 무거워서 포기했다. 그래도 이미 쟁취한 승리가 작지 않기때문에 개선장군처럼 (혹은 양반걸음으로ㅋ) 집으로 당당하게 돌아왔다.

근데 집으로 와보니 남편이 차를 놓고갔네?

오늘 나 처음으로 차끌고 리들 한번 가봐...?

수십번을 망설인 끝에 남편차를 끌고 리들로 다시 돌아갔다.

주차장이 생각보다 한적했기때문에 무난하게 주차를 했는데 이때 심장이 터지는 줄 …!

좀전에 감자가 산처럼 쌓여있었는데 그 사이 반이상이 줄어있었다. 바로 돌아오길 잘했군...

평소엔 엄두도 못내는 생수도 한묶음 담았다. 나 차 가져왔으니까! 후훗!

클라이막스는 단연 트렁크에 실을때다!!

집에 돌아와서 나에게 상을 내렸다. 초코 에끌레어-

한조각은 저녁에 남편 먹으라고 남겨뒀다. 커피랑 너무나 맛있게 냠냠 먹으면서 아침의 승리를 되새겼다.

고기는 수비드 포장후에 냉동실로 넣었고 뿌아호도 세척후 잘게 썰어서 냉동실로 넣었다.

뿌아호는 냄새도 대파랑 비슷한데 맛이 살짝 다르다- 이걸로는 베이컨넣고 키쉬를 만들어먹는다.

내가 아침에 득템한 물건들 사진을 보낸걸 뒤늦게 확인한 남편이 답장을 보내왔다. 따봉을 여러개 찍어서-

"저렇게 다 해서 얼마였어?"

"십유로 정도."

"대단하다, 정말!"

"남편은 참 운도 좋아. 와이프가 이리 알뜰하고 부지런한데다 이제는 운전도 하잖아!"

그리고 나는 시어머니를 포함해서 온 동네방네 자랑을 다했다. 떨이세일에서 승리한것도 자랑하고 운전해서 장보고 온것도 자랑하고-

운전하는게 일상이 된 사람들은 잘 못느끼겠지만 나는 이제서야 진정 어른이 된것 같은 뿌듯함이 자꾸만 꿀렁꿀렁 샘솟는 중이다. 왜 웃음이 자꾸 나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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