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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은근히 기분이...

by 낭시댁 2021. 12. 8.

프랑스에 살면서 한국과 차이점을 느낄때가 종종 있는데 우편물이나 택배를 받을때가 그 중 하나이다.

일단 집주소를 쓸때 정확한 호수를 쓰지 않는다. 우체부 언니(우리동네는 이쁜 언니가 자전거 타고 온다.)가 일일이 우편함의 이름들을 대조해서 우편물을 넣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우편함에 들어가지 않는 큰 소포의 경우에는 직접 내려가서 수령해야 하는데 배송기사들은 수령자가 정문에 나올때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것이다. 아무튼 호수없이 우편함 이름을 일일이 찾아서 우편물을 넣는 작업은 꽤 번거로울 듯 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장을 보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리집 우편함을 열어봤더니 마스크 한 뭉치가 들어있는것이었다.

'시청에서 집집마다 마스크를 나눠주는건가?'

아무 생각없이 집으로 가져왔는데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보니 수취인 이름에 응우옌(Nguyen)이라고 적혀있는 것이다.

배달기사가 대충보고 우리집 우편함에 잘못 넣은것이었다. 하는수 없이 나는 Nguyen이라는 이름의 우편함을 찾아서 다시 넣어주려고 내려갔다.


Nguyen이라고 가족의 성만 이리도 선명하게 써져있는데 ! 이걸 내 이름이랑 헷갈렸다고?? (참고로 우리집 우편함에는 남편의 이름과 내 이름을 같이 써놓았다.)

참내..


저녁때 자서방에게 말했더니 자서방이 웃었다.

"엔귀엔은 한국의 김씨 만큼이나 베트남에서 흔한 성이야. 배달하는 사람이 제대로 보지도 않고 그냥 외국인이라고 우리집으로 넣었나보네."

베트남 김씨라... 배송기사에게 기분이 나빠지려던 찰라에 남편의 웃긴 발음에서 웃음이 터졌다.

"엔귀엔ㅋㅋㅋ 그게 뭐야ㅋㅋㅋ"

“나 학창시절에 친한 베트남 친구 있어서 잘 알거든? 걔도 엔귀엔이었다고-“

뭐… 흔하긴 흔한가보네...

윗층 응우옌씨는 저 마스크가 아랫층에 사는 한국인집에 갔다가 돌아온걸 모르겠지..

아무튼 나는 오늘 내가 이 동네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환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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