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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나는 뭘 기대했을까...

by 낭시댁 2021. 12. 14.

오후에 인터폰이 울렸다.

"알로?"

당당하게 응답을 했지만 못알아들었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달라고 하는데 꺌렁드리에 퐁피에 어쩌고...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남편에게 인터폰을 넘겨주었다.

살갑게 몇마디 나누고 현관문을 열어준 남편은 뜬금없이 나더러 현금이 좀 있는지 물었다. 나는 지갑에 들어있던 전재산인 50유로짜리 한장과 10유로짜리 한장을 건네주면서 물었다.

"왜? 돈달래? 누군데? 소방관아니야?"

"응, 소방관맞아. 연말에 이렇게 달력 판매를 다니거든. 모금하는거라 다들 하나씩 사."

"달력이 얼만데?"

"가격이 정해져있지는 않고 그냥 모금하고싶은 만큼 하는거야."

뭔가 어릴적에 복조리를 팔러오던 아저씨가 떠오르네... (물론 모금은 아니지만)

남편은 10유로와 50유로 짜리 지폐를 양손에 들고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10유로는 너무 적고 50유로는 너무 많은것 같고... 흠... 한 30유로쯤이면 적당한것 같은데..."

아, 그럼 저금통을 털자!
나는 거실에 있던 동전 저금통을 가져와서 테이블위에 쏟았다. 그리고 우리는 1유로와 2유로짜리를 골라서 총 20유로를 만들었다.

윗층을 먼저 다녀온 소방관아저씨께서 잠시후 우리집 현관에 도착했고 자서방은 지폐 한장을 포함해서 30유로를 건넨 후 달력을 하나를 받았다.

후후후... 한번 구경해 볼까나...
슈퍼 히어로 컨셉으로 울끈불끈 뭐 그런 소방관 달력... 인터넷에서 본 적있는데...

아... 내가 기대한건 이게 아닌데...
멈미까이게... 낭시소방관아저씨나빠요... 😑

그래도 왠만하면 잘 보이는데다 달력을 걸어두려고 했는데 구멍을 왜 밑에다 뚫어놓은거지...? 이거 너무 성의없이 만들었네.. 멈미까이게... 걸지도 못하자네요...

숫자라도 크게 만들던가... 메모할것도 없는데 노트칸만 크고..
날짜마자 이름이 적혀있다. 당직인가... 😑

그래도 딱한장 야성미가 아주 조금 가미된 사진이 있긴하다. 성에는 안차지만-

내가 계속 투덜거렸더니 자서방이 비웃었다. 대체 뭘 기대했냐고ㅋㅋㅋ 이건 그냥 모금일 뿐이란다.
글쎄다... 내가 뭘 기대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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