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방과 저녁에 같이 미드를 몇편 보고나서 자러 가려고 했는데, 뭔가 생각난듯 자서방이 갑자기 내 손을 잡아 이끌며 보여줄게 있다고 했다.
"뭐야~~ 나 맛있는거 줄거야?" 하고 들떠서 따라 나서는데 자서방이 마치 무시하려다가 대답하는 듯한 표정으로 "넌 이제 그만 먹어야대.." 하고 낮게 대답했다. ㅋㅋ
나를 베란다로 데려간 자서방은 세탁기뒤에 에어컨이 있는 공간의 문을 열었다.
"저거 보여?"
엥? 왠.. 지푸라기가.. 허걱! 저거 설마 새둥...지??? ㅇ,.0??
놀란 눈으로 자서방을 바라보자, 자서방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신기하지 하는 눈으로 웃으며 마주 바라보았다.
"나 더 자세히 보고싶어. 안에 새가 있을까? 새끼? 아님 알이라도~?"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으로 내가 들떠서 자세히 보겠다고 기어들어가려고 하자 자서방이 "이제 넌 자러갈 시간이야. 내가 내일 자세히 사진 찍어서 보내줄게" 하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한참 아침마다 새소리가 징글징글하도록 시끄러울때가 있었다. 근데 최근에는 그소리가 안들렸다.
그 다음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자서방이 약속한 대로 사진을 찍어보내줬다.
잉,, 아쉽게도 집이 비었네.
근데 저긴 또 어떻게 올라가서 사진을 찍은거람 ㅋㅋ
자서방과 나는, 아마도 새끼들이 다 커서 엄마새와 모두 날아가 버렸나보다고 결론 지었다.
조금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아쉽다.
그래도 우리집에 이런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니, 뒤늦은감은 있지만 너무 기분이 좋고 신났다. 부디 행복한 우리 부부의 기운을 받아서 새들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맘껏 모험도 하고 멀리멀리 날아가 누구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집은 그대로 있으니 나중에 생각나면 또 찾아주기를~
어렸을때 시골에 살았었는데, 해마다 봄만 되면 제비가 우리 지붕아래 똑같은 자리에 집을 짓곤 했다. 새끼새들이 머리를 내밀로 지저귀는걸 해마다 보고 자랐다. 제비집은 저런 지푸라기집에 아니고 약간 진흙같은걸 섞어서 튼튼한 집을 지었는데, 겨울에 제비들이 떠나면 우리 할머니가 항상 제비집을 허물곤 하셨다. 봄이오면 제비들이 다시 새 집을 지을거라고 하시며... 그럼 정말 희한하게 똑같은 자리에 다시 튼튼한 집이 생겼다. ㅎㅎ
어렸을때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좋은 선물을 준 새들과 자서방에게 땡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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