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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외로운 싱글, 한 커플의 아름다운 프로포즈가 나를 아프게...

by 낭시댁 2016. 12. 24.

태국에 오기전 싱가폴에서 3년간 회사를 다녔더랬다. 

여자혼자 살기에는 그만한 나라가 없다 싶을정도로 안전하고 깨끗하고 좋았다.

단 하나

그때는 그렇게나 외로웠다. 

외로운 또래 친구들끼리 주말마다 뭉쳐서 밥도 먹고 술도마시고 떠들썩하게 지냈지만 내님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아무리 요란하게 놀아도 항상 외롭고 고독하기만 했다. 


그날도 우울한 나날중 하루였다. 

부산에서 온 친한 동생과 오차드에 있는 분위기 좋은 어느 바에 가서 초저녁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너무 이른시간이라 손님도 별로 없는데 너무 노래를 못하는 음치의 한 남자가 무대에서 자꾸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거슬렸다.

저사람은 노래도 못하는데 왜자꾸 노래를 해서 우리를 괴롭히는걸까.. 제발 그만좀 해..


그남자가 사라지고 이제 노래 잘하는 진짜 가수가 노래를 하게 되었고 우리는 그 음치 가수를 이내 잊어버렸다.


너무 외로운 우리는 딱히 할일도 없었으므로 몇시간째 바에 앉아서 공허한 수다를 이어가고있었다.

"어머 언니 저 남자 또왔엉... 노래 못하는 남자... "

너무 당당하게 기타를 매고 노래도 못하면서 가수폼을 잡고는 무대위로 올라가는게 아닌가..

알고봤더니 앞에 자기 여친을 위해 몇시간씩 노래 연습을 했던거였나보다. 

너무 아름다운 그녀가 앞에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우아하게 박수를 쳐주고 웃어주고 있는게 보였다. 

이쁘네...

감동적이네...

우리는 어느새 괜히 덩달아 감동받고는 속도없이 열렬히 같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러다 노래가 드디어 끝났다. 훈훈하게 손뼉쳐주고 끝났기를 바랬는데 노래를 또한다.

아직 우리는 같이 박수 쳐주고 좋아했다. 딱히 할일도 없고 공허한 영혼들이었기때문에..


그때 두번째 곡명이 부르노마스의  Marry You 였는데 갑자기 남자가 "I think I wanna marry you"하면서 무대를 성큼 내려가서 무릎을 꿇고 여친에게 반지를 내미는게 아닌가..

으악 소름~!!

우리 두명은 괜히 감정이입돼 가지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막 빠져들고 있었다. 여친보다 더 감동했을지도 모른다 ㅎㅎ

그녀가 "Yes"를 나직하게 했는데 잘 안들려서 온 정신을 귀에 집중을 하기도 했다. 누군가가 친절하게 "She said YES~!!" 라고 외쳐주어서 우리를 포함해서 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고 박수를 쳐주었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근데 우리가 왜.. ㅋㅋㅋㅋ

갑자기 현실로 정신이 돌아왔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표정인것 같았다.


그 그룹이 무대에서 내려오지를 않고 한참이나 계속 시끄럽게 떠들고 사진을 찍고 난리부르스를 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우리는 괜히 머쓱하고 더 외로워져서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쐐기로 했다.

둘이 말없이 난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연신 한숨을 번갈아 쉬다말고 눈이 마주치고는 한바탕을 깔깔 웃었다 ㅋㅋㅋ

우리 아까 왜 뭐땀시 쓸대없이 열광하고 감동한거니 ㅋㅋㅋ

언니 난 눈물까지 흘렸어.

어.. 나도..

여자 이쁘더라

짜증나

남자 노래도 못하는데 

쟤들은 예스했으면 좀 가지 왜 안가고 앞에서 계속 저러고 있는대니 시끄럽게

막 괜히 쓸대 없이 이름도 모르는 그들을 디스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솔직히 아름다운 커플이었다.

너무 부럽고 배가 아팠다 ㅎㅎㅎ 그때 그 사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니.. 


소현아 잘 지내니 

난....... 결혼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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