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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은행 대출은 더 어려워지고 집값은 떨어지고 있는 프랑스

by 낭시댁 2023. 7. 26.

지난 주 토요일, 처음으로 부동산에서 손님과 함께 우리 아파트를 보러 찾아왔다. 

 

우리 부부는 오전에 후다닥 대청소를 해야만 했다. 평소 깨끗하게 살았다면 이 고생을 안해도 되었을텐데...

 

청소를 하면서 자서방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집보러 오는 사람이 계약 했으면 좋겠다." 

 

사실 부동산에서는 열쇠만 주면 자기네가 알아서 보고 가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빈집을 (정확히는 무스카델이 혼자 지키고 있는) 보러오게 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낯선 사람 시러..."

 

집을 보러온 사람은 젊은 여성이었는데 환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이 집이 마음에 든다고 말을 했다. 자서방은 신이나서 중개인보다 자기가 더 많이 떠들었다.

솔직히 우리가 집보러 다니면서 나는 단 한번도 집주인이 직접 이렇게 앞장서서 안내해 주는 경우는 본적이 없었는데... 

 

"이집은 저희가 3년이나 살았어요. 집을 살 수만 있었다면 샀을거예요. 교통도 편하고 무엇보다 매우 조용하거든요!" 

 

"네 정말로 그래 보여요." 

 

"이거랑 이거는 원래 있던거구요... 이건 저희가 따로 산건데 원하시면 놓고 갈수 있어요." 

 

자서방은 매우 열정적이었고, 손님으로 온 그 여성은 이것저것 (중개인이 아니라) 남편에게 질문도 했다. 

 

마지막으로 중개인이 우리에게 지하실과 차고 열쇠를 달라고 했을땐 자서방은 직접 가서 보여주겠다며 앞장서서 두사람을 데리고 나갔다.ㅋ

 

 

잠시 후 더운날씨때문에 땀을 뻘뻘흘리며 자서방이 돌아왔다. 

 

"어때? 이 집 계약할것같아?" 

 

내 질문에 자서방이 그제서야 지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일단은 굉장히 마음에 든다고 만족해 하면서 가더라. 그녀가 꼭 계약했으면 좋겠어. 낯선사람들이 매일 찾아오는건 별로야..." 

 

ㅋㅋㅋ 오늘하루치 미소를 다 고갈시켰나보다. 좀전에 그렇게나 환하게 웃으며 열정적으로 집을 구경시켜주더니 말이다. 

 

 

어제 저녁에는 자서방이 문득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집값을 9천 유로나 깎았잖아. 나는 진짜 큰 기대 없이 일단 오퍼를 해 봤던건데 집주인이 정말로 그렇게나 많이 깎아줘서 사실 놀랬어. 왜 그랬을까 생각을 몇번 해 봤는데 오늘 뉴스를 보니까 요즘 은행대출이 그렇게나 어렵대. 프랑스에서 요즘 은행 대출을 신청하는 직장인중 50%가 대출 승인을 못받고 있대." 

 

"직장이 있는데도?" 


"응. 요즘 대출이자가 너무 올라서 직장이 있음에도 은행에서는 상환 능력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하는 케이스가 많다는거지." 

"우리는 시부모님이 빌려주시니 정말 운이 좋았구나. 그런데 상황이 그렇다면… 집 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빙고! 사실 우리가 집주인한테 제시한 가격은 이미 시장가격 이하였거든. 우리보다 앞서서 이미 그 아파트를 사려던 사람이 있었다고 했잖아? 가계약까지 했었는데 은행대출을 거절당했던거래. 계약이 파기된 경험이 한차례 있었으니 우리한테는 행운이 된거지." 

코로나 봉쇄때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내 집마련의 꿈은 더 멀리 가버리는건가 하고 걱정이 컸는데 또 이렇게 운이 따라주었다.

 

무엇보다 선뜻 큰 돈을 빌려주시는 시부모님 덕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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