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전 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시위와 버스 파업때문에 프랑스어 수업을 마친 후 집에 한시간이나 걸려서 걸어서 돌아왔던 날이었다.
집에 도착했더니 자서방과 무스카델이 지친 나를 열렬히 반겨주어서 기분이 좀 풀어졌다.
피곤해서 가방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떨구고 물을 마시러 갔는데 자서방이 갑자기 깜짝 놀래며 말끝을 흐렸다.
"와이프 양말이..."
음?
아... 뒷꿈치에 커다란 구멍이! 말그대로 발에 불나게 걸었구나. (매주 이틀씩은 버스파업때문에 걸어다녔던 것 같다.)
작년에 겨울 양말 발가락에 작은 구멍이 났길래 내가 딱한번 꿰매 신은적이 있었는데 그때 남편이 어찌나 정색을 하던지. 가난해보이게 왜그러냐며 옆에서 심각하게 뜯어말리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서 내가 장난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 또 꿰매야겠네."
이렇게 무심하게 말하며 물을 마시는 나를 보며 자서방이 또 방방뛰었다.
"절대 안돼! 내가 사줄거야! 양말!"
"이거 한국에서 가져온거라 아까워서 그래..." (물론 농담이다.)
눈을 부라리는 남편의 반응에 깔깔 웃다가 내 뒷꿈치를 다시 돌아봤는데... 오 이런!
양쪽이 다 뚫려있었네? ㅋㅋㅋㅋㅋ 나 진짜 몰랐다고ㅋㅋ
"앜ㅋㅋㅋㅋ 양쪽 다 이런줄은 몰랐네 ㅋㅋㅋ"
"그거 당장 벗어. 내가 바로 버리게."
내가 진짜 꿰매신을까봐 놀랬나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망가진건 나도 복구 못한다고...
우리 친정언니한테 자서방의 반응을 들려주었는데 우리 언니는 자서방보다 더 진지하게 말했다.
"양말 부쳐줄게!"
앜ㅋㅋㅋ 자서방이 양말 사준댔어ㅋㅋㅋ
오래전 이모집에 얹혀 살면서 학교 다니던 시절, 이모가 갑자기 돈을 주며 이렇게 말한적이 있었다.
"이모부가 너 새 신발 사 신으라고 이 돈 너한테 주래. 너 운동화 떨어진거 본드로 붙여 신는거 봤대."
그 운동화가 너무 편해서 그랬다고, 본드 붙이고 감쪽같이 해결되었으니 새 신발 안사도 된다고 거절했지만 이모는 그냥 운동화 안 살거면 그 돈으로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끝까지 주셔서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본드질(?)은 아무도 안볼때 해야 되는거라는 교훈(?)을 얻었다.
이제 양말 꿰메는것도 남편 안볼때 해야겠군ㅋㅋㅋㅋ
무식아, 아빠한테 엄마 양말 사오라그래. 발목 양말로...
아... 다들 나를 짠하게 바라보는구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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