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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프랑스에서 고양이와 함께 이사하기

by 낭시댁 2023. 10. 3.

이사 당일 아침이 찾아왔다. 

 

이삿짐센터에서는 오전 8시에 온다고 했지만 우리 부부는 7시에 기상을 했다. 

 

무스카델을 먼저 새 아파트에 옮겨놓기 위함이었다. 

 

무식아, 인나봐. 너 먼저 이사시킬거야. 

그렇게 속편하게 자고 있을때가 아니라고

내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않는구나. 

 

우리부부는 서둘러 무스카델을 케이지에 넣고, 무식이가 제일 좋아하는 담요와 사료,물, 무식이 화장실을 차에 싣고 급하게 새 아파트로 갔다. 

 

이사하는데 가장 방해를 서로 안받을수 있는 공간이 어디일까 고민하다가 결국 욕실로 무식이의 임시거처를 결정을 했다.

 

자서방은 언제 준비했는지(참 세심하다) 미리 프린트해 온 진입금지 표시를 욕실 문밖에다 붙였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들어가는것을 막기 위해서-  

자쿠지위에 안성맞춤인 공간이 있길래 무스카델의 담요를 깔아주었다. 

영문도 모르고 낯선장소에 끌려온(?) 무스카델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아침에 내가 설명할때 좀 듣지 그랬니... 이사 끝낼때까지 여기에서 조금만 참아줘... 이게 최선인것 같았어. 

이삿집 센터에서 도착할 시간이 다돼가므로 우리는 어렵지만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미안해... 금방 올테니 혼자 기다리고 있어... 물이랑 사료랑 화장실 다 여기있어...

 

8시가 되자 이삿짐 센터에서 3명의 장정들이 도착했다. 

 

 

집안의 모든 공간들을 꽉꽉 채우고 있던 박스들은 그 세사람에 의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명은 집안에서 옮기고 한명은 엘레베이터, 그리고 나머지 한명은 트럭에서 각각 짐을 옮겼는데 그 속도가 엄청 빨랐다. 

직원들이 테이블을 분해하고 있을때 자서방이 슬쩍 말했다. 

"그 테이블은 우리 증조할머니께서 쓰시던거랍니다." 

 

조심히 다뤄달라는 소리를 돌려서 하는거겠지. 자랑도 할겸.

 

이분들은 능숙하게 해체하고 꼼꼼하게 포장을 해서 가구들을 옮겼다.  

소파도 내려가고... 

거실이 완전 휑해졌다. 

구석구석에서 무스카델의 드레곤볼(?)이 굴러나왔다. 내가 자서방에게 드레곤볼을 찾았다고 보여주자 자서방이 말했다. 

 

"나는 그거 오늘 4개나 발견했어."

 

"오 나는 이거 하나봤는데 두개만 더 찾으면 되는구나!" 

 

무스카델이 심심해할때마다 하나씩 호일을 뭉쳐서 던져준건데 무스카델은 가구밑으로 죄다 던져넣었던것이다.

 

"침대밑에 한입먹고 버린 사료들도 있더라. 한자리에서 안먹고 햄스터처럼 물고 다니면서 먹었나봐." 

 

이제서야 드러난 귀여운 무식이의 만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초콜렛 까먹은 포장지도 맨날 차고 놀더니 소파밑이나 침대밑으로 던져넣은것이다. 

 

저 목이 묶인 생쥐는 자서방의 만행이었다. 무식이한테 흔들어주면서 놀아주던건데 소파밑에서 수년째 고통받고 있었던것이다. 

 

트럭으로 한번에 다 옮기지 못해서, 1차로 이삿짐을 가지고 새 아파트에 왔을때 무스카델이 잘 있는지를 먼저 확인했다. 

낯선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자 매우 불안해하는 무스카델. 

담요속으로 웅크리더니 머리까지 집어넣으려고 했다. (이런모습은 또 처음이다;;) 맴찢...ㅠ.ㅠ

자서방이 결국 무스카델의 숨숨집을 가져다 놓았다. 

이게 뭐하는 시츄에이션이냐!

 

1차 이삿짐을 모두 옮긴 후 직원들과 자서방은 큰 가구들을 가지러 한번더 이전 아파트로 떠났고 집에는 나와 무스카델만 남았다. 

 

다른 사람들의 인기척이 사라지자 무스카델은 밖으로 나오겠다고 울어대기 시작했다.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었다. 욕실문을 긁어대며 나오고 싶어했지만 나는 꺼내주는 대신에 내가 들어가서 한참을 놀아주었다. 설명도 열심히 해줬는데 집중을 하지 않네... ㅡㅡ; 

 

 

 

아, 한참후 돌아온 자서방이 나에게 무언가를 또 발견했다며 보여주었다. 

"침대밑에서 와이프 양말을 찾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한쪽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이사 이야기는 다음포스팅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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