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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께서 태국에서 가장 사랑하는 음식

by 낭시댁 2018. 2. 13.

시부모님께서 태국에 머무시는 동안 나는 단 한번도 집에서 요리를 못 해 드렸다. 

지난번 떡국 실패 (ㅠ.ㅠ)사건 이후로 자서방은 이제 시부모님 오실때 집에서 먹자는 소릴 안한다. 떡국때문이 아니라곤 하지만 나는 그게 맞는거같다.. ㅠ.ㅠ 

"우리 부모님 성격알잖아. 우리가 본인들때문에 조금이라도 신경쓰는걸 너무 싫어하셔. 어차피 태국 음식도 너무 좋아하시고 집주변에 식당도 많잖아. 가격도 크게 부담 없으니 그냥 매일 나가서 사먹자. 신경쓰지마" 

그렇게해서 우리는 아침 식사만 빼고 매 끼니를 외식으로 먹게 된 것이다. 

그래도 왠지 못난 며느리가 된 것 같아 나는 마음이 불편하다. 진짜 맛있는 요리도... 할 수 있는데.... 시무룩... 

그렇게 매일 외식을 하다가 시어머니께서 인생메뉴(?)를 만나게 되셨다. 

원래 매운건 절대 안드시는 분인데 (안타깝게도 한식이 아니라) 이 태국음식으로 인해 매운맛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되신것이다. 너무 좋아하시는걸 보니 우리도 기분이 좋았다. 하루에 한번씩 이걸 드셨던것 같다. 

바로 매콤 치킨 캐슈넛 라이스!! 

솔직히 내 입에는 이것보다 닭강정이 훨씬 맛있다. 

아무튼 그날도 시어머니는 이 태국식당에서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셨다. 그리고는 말씀하셨다. 

"나 정말 이거 너무 사랑해. 프랑스 돌아가면 이거 계속 생각날거같은데.. 혹시 이거 레시피 아는사람?" 

우린 고개를 절래절래..

계산서를 가지고 온 직원에게 시어머니는 치킨 케슈넛에 뭐뭐가 들어가냐고 물으셨다. 

직원은 칠리소스가 들어간다고 했다. 시어머니는 그리고 또 뭐가 들어가냐고 물으셨고 직원은 "예스~ 칠리소스~" 만 연발했다. 나와 자서방은 시어머니께 전혀 도움이 안되어드리고 쿡쿡 웃기만 했다. 멀리서 보고있던 매니저가 달려왔다. 매니저도 역시 "칠리소스~ 예스~"라는 말만 반복했지만 시어머니는 포기 하지 않으셨다. 

이게 너무 맛있어서 프랑스에 돌아가면 병이 날것 같으니 직접 만들어먹을 수 있게 좀 도와달라고 매니저에게 간절히 설명하셨다. 

그런데 매니저의 답변이 너무 놀라웠다. 

"아 그럼 내일 저녁에 다시 오시면 키친팀에 말해둘테니 직접 요리하는 과정을 직접 보시겠어요?" 

와우... 

우리가 비록 거의 매일 찾아오긴 했지만 이런 친절을 경험하다니... 특히 시어머니가 너무 감격하셨다.

그 다음날 시어머니는 아침부터 들떠계셨다. 저녁에 무료 쿠킹클래스가 너무 기대가 된다고 치킨캐슈넛 얘기만 종일 하셨다. 

저녁때 우리는 일부러 식당이 바쁜 시간을 피해서 느지막히 찾아갔다. 거의 밤 9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직원들이 우리를 환하게 맞아주었다. 주방팀에서 이미 인지하고 있으니 편하게 가서 구경하라고 했다. 

넷다 치킨 캐슈넛으로 메뉴를 통일해서 주문하고 시어머니는 바로 주방으로 달려가셨다. 

나도 그뒤를 쪼르르 따라갔다. 

손님이 많이 빠진 시간에 맞추어 와서 다행이었다. 아니면 주방 직원들한테 미안했을것 같다. 

직원들은 너무 친절했다. 재료를 하나하나 추가할때마다 와서 보여주고 설명해 주었다. 

 

 

 

닭강정과 요리 과정은 비슷했다. 닭고기에 튀김옷 입혀 튀긴 후 캐슈넛과 양념에 버무렸다. 

 시어머니는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만족스런 식사가 끝난 후 계산서를 받았는데, 직원이 맴버쉽 카드까지 만들어 주었다. 매번 5프로씩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카드였다. 시어머니께서는 그날 할인받은 금액의 서너배 정도를 팁으로 주고 오셨다. 

다음날은 시어머니와 마트에가서 태국 칠리소스를 샀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옆에있던 태국인 여성의 도움을 받아 좋은 제품을 고를 수가 있었고 시어머니는 그걸 10병이상 구매하셨다. 나와 그 태국여성은 같이 입이 따악- ㅎㅎ 시어머니는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이걸로도 왠지 모라랄것 같구나. 다음에 너희가 프랑스에 올때 이걸 좀 사다줘야겠다. 그때쯤이면 나도 맛있게 만들 수 있게 되겠지?"

 

지금도 나와 자서방 둘이서 이 태국식당을 가면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너무 친절한 로컬 식당을 알게 돼서 우리도 너무 좋다~ 

 

 

 

그래도.. 닭강정이 더 맛있는데... 

다음엔 꼭 맛있는 닭강정을 해 드리고야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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