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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에어컨 없이 여름을 즐기는 프랑스인들

by 낭시댁 2019. 6. 30.

나와 자서방은 일년내내 에어컨이 빵빵한 태국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나보다.

시댁에도 거실과 부엌이 있는 1층에만 에어컨이 있고 침실에는 모두 선풍기만 있을 뿐이다. 낮에는 1층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잘때는, 특히 열이 많은 자서방은, 좀 힘들다. 


2년전에도 이 무렵에 프랑스에 왔었는데 그때는 더워서 힘들었던 기억이 없는데 올해는 왜이렇게 더운걸까..

이곳은 요즘 밤 열시나 돼야 해가 지는 탓에 다들 저녁을 늦게 먹는다.

저녁 7시 반쯤에 자서방 친구들과 펍 테라스에서 만나 간단히 맥주를 마셨는데 우리는 너무 더웠다.  
펍 몇군데가 한데 모여있는 곳이라 테라스에는 엄청난 인파들이 앉아있었는데 그중 더워서 힘표정은 나랑 자서방 뿐인것 같았다.

"근데 이렇게 더운데 왜 실내에 있는 테이블들은 모두 비어있는거지?"

"실내? 저기 에어컨 없어. 다들 여름에는 저녁마다 이렇게 테라스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걸 좋아하거든. 내가 한국에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이거야. 테라스가 없더라고.. 그래도 이곳 여름은 한국보단 사정이 나은게, 보통 1-2주 정도만 덥다가 기온이 떨어지거든. 한국처럼 여름 내내 덥지는 않아서 에어컨이 없는 가정이 많아.” 

“뭐 한국은 여름에 비도 자주오고 요즘에는 또 대기오염도 심하고.. 아 그래도 이렇게 더운데 우리만 더워하는거같애 다들 즐거운 표정이잖아”  

자서방은 친구들이 못듣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따가 저녁 식사도 아마 테라스에서 하게 될테니 각오해ㅎㅎ”

맥주를 마신 후 친구들이 추천한 브라질 레스토랑으로 함께 이동했지만 아쉽게도 문이 닫힌 상태였다. 시원한 그늘에 있는 테라스들은 모두 만석이었고 다들 행복한 얼굴들이었다.

몇 골목을 둘러보다가 마땅한 곳을 못 찾아 살짝 지쳐가던 중이었는데 맨앞에 서서 걷던 자서방이 에어컨이 있는 실내 레스토랑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들어갔다. 따라 들어가서 보니 아쉽게도 빈 테이블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에어컨... 다시 나가기 싫은데... 

그렇게 실망하던 찰나 직원이 나타나서 우리를 2층으로 안내해 주었다. 

와우.. 우리밖에 없다. 에어컨이 우리만을 위해 돌아가고 있다! 감동 ㅎㅎㅎㅎ 



에어컨 정면 자리가 나에게 양보되었고 행복하게 음식을 즐겼다. 에어컨이 없었다면 음식이 이만큼 맛있었을까..

 

나는 전채요리로 레몬 새우가 얹어진 감자와 아보카도 샐러드를 주문했고 (완전 맛있었다) 본식으로는 크림소스 텐더로인과 파스타를 주문했다. 텐더로인 딱 하나를 집어 먹고 만족하고 있을때 자서방이 주문한 돼지 요리가 뒤늦게 나왔는데 내가 그만 그 족발 비주얼에 홀리고 말았다. 내 표정을 보던 자서방이 알았다며 자기가 주문한거랑 바꾸어 주었다. ㅎㅎ

 

프랑스에서 족발이라니 ㅎㅎ 

근데 족발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낮은 온도로 오래 익혔다가 튀긴거라고 했다. 대만족.. 보기보다 살도 너무 많아서 마지막 한조각은 자서방한테 넘겨줬다. ​

​모두가 만족했던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당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나왔을때 이미 밤 10시 반이 다 된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를 태워다 주었던 친구에게 일찍 내려달라고 한 후에 몇 블록을 자서방과 손잡고 걷기로 했다. 

“나 걷는거 엄청 싫어하는거 알지? 근데 와이프가 걷는거 좋아하니까. 특히 아까 저녁을 많이 먹었으니까 운동 해야지?” 

“그래 해가 지니까 이제 좀 덜 더워서 좋다~” 

 

근데 정말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때 온도가 21도를 가리키고 있었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테라스에서 아침을 먹다말고 자서방은 춥다며 외투를 꺼내와서 입을 정도였다. 프랑스 머무는 3주동안 너무 많이 덥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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