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준비하시던 시어머니께서 주변에서 어실렁 거리고 있던 나를 발견하시고는 말씀 하셨다.
“파스타에 넣게 가위가지고 가든에 가서 바질좀 잘라올래?”
“네~ 얼마나요?”
“많~이"
가위를 들고 나가면서 생각했다. 많이는 얼마만큼 일까..
지금은 못 놀아줘. 나 간만에 할 일이 생겼거든-ㅎㅎ
아무튼 [바질 많~이]에 대한 의문을 안고 무작정 나갔다.
이전에 잘린 가지들의 흔적을 살피며 소심하게 한줄기 잘랐다가 이대로 [많~이] 자르다간 이 집 바질이 남아나질 않을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나는 바질을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가져가고싶지 않기도 했다ㅎ)
그 잠시동안 가만히 서서 어찌나 고민을 했던지 ㅎㅎ 그러다 이파리 큰거 몇개만 손으로 따서는 그냥 돌아가서 여쭤보기로 했다.
시어머니는 내 손에 들린 바질을 보자마자 “오 고맙다. 그거면 충분해~” 라고 하셨다. 우리엄마랑 똑같으셩.. 가위는 왜 가져가라고 하신걸까.
시어머니께서 시키시는 대로 나는 파스타에다 그대로 뜯어서 섞어 넣었다.
“안씻고 그냥 넣어요?”
“줄기도요?”
시어머니는 두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하셔서 그대로 따랐다. 조용히 서서 쳐다보던 자서방이 뒤에서 힘차게 고개를 젓고 있었지만 무시했다. 시어머니는 오늘 낮에 고양이들에게 분명 “내가 이집의 신이다” 라고 하시는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시엄느님 저 이제는 무엇을 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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