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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프랑스인의 아내라면 와인을 배워야 한다는 남편

by 낭시댁 2019. 7. 3.

오후에 고양이들과 테라스에서 놀고있던 나에게 자서방이 말했다. 

“넌 프랑스인이랑 결혼 했으니 와인은 제대로 오픈할 줄 알아야지?”

그냥 오픈하면 되는거 아닌가? 하지만 나는 와인을 직접 오픈해 본적은 없구나.. 

일단 와인을 골라오자고 하는 자서방을 따라서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실 와인저장고에는 (내 기준으로) 엄청난 수의 와인들이 있는데 그 앞에서 자서방은 잠시 고민하며 이병 저병 살피더니 마침내 한병을 골라냈다.

“ㅎㅎ사실은 내가 사놓은걸 찾는거야. 아빠나 동생이 고른 와인은 내가 믿을 수가 없어서.. 내가 사논건 이렇게 두껑에 표시를 해놨거든ㅎㅎ”

와인과 오프너를 가지고 와서는 자서방이 이것 저것 설명을 해 주었다. 뭐 별로 복잡한건 아니네.. 

설명하는 대로 내가 와인을 열었더니ㅎㅎ 자서방은 진심 뿌듯한 표정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조용히 계시던 시어머니께서도 저쪽에서 원더풀을 외치며 손뼉을 같이 쳐 주셨다ㅎㅎ 이게 대단한 일인가..

“자 넌 이제 이 와인의 첫잔을 받을 자격을 얻었어” 

자서방이 첫잔을 요란한 동작으로 따라 준다. 아마도 내가 프랑스에서 지루해 보여서 이렇게라도 기분을 띄워주려나보다.. 



“처음 바로 따서 마시는 거 보단 잠시 와인이 숨을 쉬게 해 준 뒤에 마시는게 좋다. 전에 이만한 용기에 와인 따라놨던거 기억하지? 찌꺼기는 가라앉고 와인이 공기랑 접촉하면서 맛도 더 부드럽게 해 주거든. 지금은 그런거 없으니까 잔을 좀 돌려서 마시는게 좋아. 봐봐 잔바침 아래를 요렇게 쥐고 살살 돌리면 잘 돌아가지? 향도 올라오지?”

“자 향을 맡았으면 이제 한모습 살짝 마셔봐”

“점심때 마신거랑 비교해서 어때?”

“음.. 난 이게 나은거같애. 뭔가 알콜 향도 거의 안나고 부드러워”

자서방도 한모금 마셔보더니 내 말이 동의한다. 

“음 그러네 이게 확실히 낫네.”

“이렇게 그랑크루 클라쎄 1855라고 적힌 와인은 기본은 하니까 와인 살때 참고해도 돼. 아까 마신 와인도 그랑크루 클라쎄긴 했는데 차이가 나지? 이건 가성비 대비해서 진짜 맛있다. 역시 내가 잘 골랐어”

사실 자서방이 말한 이 모든것들은 그동안 내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또 들은것들이다. 자서방은 와인앞에선 했던말을 자꾸 한다. 근데 너무 열심히 말해서 나도 그냥 열심히 들어준다. 아 와인을 직접 오픈한건 처음이고ㅎㅎ

“이제 너 진짜 와인에 대해서 점점 눈을 뜨기 시작하는거같다” 

“그 말 5년전에도 똑같이 말했어.”

“음 그동안은 그냥 기분 좋으라고 빈말 한거고 이번에는 진짜야. 스위스항공에서 마신 와인 진짜 맛 없었는데 넌 그거도 바로 알아봤잖아?”

“아 그때.. 스위스 와인 달라고 할 걸 괜히 남편 눈치 보느라 보르도 달라고 한 게 실수였어..”

“내가 항상 말하잖아. 프랑스 와인이라고 다 맛있는게 아니라니까”


확실한건 내가 본 모든 프랑스인들은 와인앞에서 모두 수다쟁이가 된다. 


칭찬 받았다고 좋아서 식전과 식간에 총 네잔을 마셨더니 취기가 올랐다. 자서방은 프랑스에 있는 동안은 맘껏 즐기라며 취하는건 걱정 말란다.


식사후 테이블을 정리하다말고 자서방이 와인의 코르크를 주며 말했다.

“이거 간직할래? 최초로 오픈한거니까 의미 있잖아. 그리고..ㅋㅋㅋㅋ 오늘 내가 양파를 많이 먹어서 자다가 유용할지도 몰라 ㅋㅋㅋㅋ”

아 무슨말이냐면 ㅋㅋ 자서방은 양파를 많이 먹으면 가스가 많아 진다. 즉 저걸로 틀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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