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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유쾌한 자서방 친구들

by 낭시댁 2019. 7. 25.

자서방 친구들과 만나서 저녁식사를 한 지 일주일만에 다시 한번 더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지난 포스팅 보러가기: 에어컨 없이 여름을 즐기는 프랑스인들 

 

저녁 7시반에 자서방 친구중 헤미라는 거구(내눈에는)의 친구가 시댁앞까지 우리를 데리러 와 주었다. 

동네 어귀에서 커플이 자전거를 타고 뒤에 수레같은걸 달아서 강아지를 태우고 가는걸 보았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잽싸게 찍는다고 찍었는데 강아지는 안나왔네..  아쉽다..​

그리고 또다른 자전거 탄 남자가 백팩에 바게트를 사서 어딘가 급하게 가는 모습을 보고도 사진을 찍었다. ㅎㅎ 내눈엔 모두 신기해~ 

"남편, 저 남자 바게트갖고 어디 싸우러 가나보다ㅋㅋ"

☞지난 포스팅 보러가기: 프랑스에서는 바게트로 싸운다며?ㅋㅋ

자서방은 한숨한번 쉬고는 헤미에게 내가 전에 말했던 걸 모두 들려주었다. 

헤미는 웃으며 프랑스 사람들이 바게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주절주절 제법 진지하게 얘기해 주었는데 뭐 대부분 내가 목격한 내용들이라..

 

​자서방 친구들을 만날때 마다 먼저 모이는 노천펍 피노키오에 도착했고 곧 이곳에서 자서방의 또다른 친구인 필립과 제롬을 만났다. 

필립과 헤미는 비슷하게 거구이고 수염도 덥수룩하며 목소리가 큰 마초남들이다. 나는 항상 그 두사람은 바이킹 관련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ㅎㅎ  (실제로 한사람은 병원에서 일하고 한사람은 프로그래머일을 한다) 반면 제롬은 매우 젠틀하고 섬세한 초식남 느낌이랄까..

나는 자서방 친구중에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이 제롬이라서 항상 제롬이 가장 편하다. 모두들 굉장히 오래된 친구들이고 나에게도 다들 친절해서 너무 좋은 사람들이다.   

이날 제롬은 새로산 전동 보드를 타고서 맨 나중에 나타났는데 다들 한번씩 타보기도 하고 관심을 많이 받았다. 

나도 타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원피스입고 저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꽈당할까봐 ㅎㅎㅎ 노메르씨..ㅎㅎ

헤미가 팔다리가 까맣게 탔길래 자서방이 휴가 다녀온거냐고 물었더니 파란만장한 휴가 스토리를 들려 주었다. 

얼마전 파리에서 유명한 헤비메탈 공연이 있었는데 그걸 볼 겸 바이크도 탈 겸 두가지를 한번에 하기위해 바이크를 타고 5시간이 걸려서 파리 콘서트에 다녀왔다고 했다. 그건 정말 미친짓이었고 다시는 못할 짓이라며 ㅎㅎㅎ 헤미의 에너지는 항상 주변을 즐겁게 한다 ㅎㅎㅎ 

헤비메탈 그룹중에 밴드이름이 ㅋㅋ 울트라 보미라고 있단다.. 우리말로 울트라 오바이트...ㅋㅋ 걔네가 막 이렇게 공연한다고 흉내내고 나는 웃다가 넘어가고ㅎㅎ

내년에도 무슨 유명한 그룹 (나는 말해도 모름) 공연이 있어서 제롬 필립 헤미 세명이서 보러 간다며 계획을 짜는데 제롬 의사와 상관없이 제롬네 집에서 일박 하고 아침에 일찍 떠나기로 결정이 되었다. 제롬의 표정은 나와 자서방만 보았다.ㅋㅋ 

남자들의 수다는 확실히 여자들이랑 다르다. 매우 단순함. 

"우리 와이프가 맨날 요리한다고 웽- 믹서기 돌리는 소리때문에 미치겠다"

"워킹데드가 점점 재미가 없어지지?" 

"나 손목시계 새로 샀다~" 

대답은 서로 맞장구 쳐주거나 혹은 놀리거나ㅎㅎㅎ 

 

피노키오에서 맥주 두잔씩 마시고 나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서 다같이 일어났다. 

일주일 전에 갔다가 문이 닫혀 있어서 못 들어간 브라질 레스토랑을 다시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테라스 테이블이 이미 가득차 있었고 실내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결국 이번에도 못가고 그냥 나와버렸다. 

시간이 너무 늦어지고 있어서 근처에 있는 그리스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는데 손님도 없고 종업원도 없고.. 썰렁..

사장님 혼자 나오셔서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는데 우리는 다시 나갈까.. 망설이던 찰라 사장님이 테라스에 테이블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아, 손님들이 모두 테라스에 있는거구나'  하는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다같이 테라스로 나갔는데ㅎㅎ 테라스에도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다시 나갈까 하며 선뜻 앉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맨 마지막에 들어온 제롬이 낑낑거리며 들고온 전동보드를 접고 있는걸 보고서 누구도 다시 나가자는 말을 못했다. 

사장님은 아무 테이블이나 원하는데 앉으라고 하셨지만 거기에 앉을만한 테이블은 딱 한군데 밖에 없었다. 서로 모양이 다른 테이블들이 세개 정도 있었는데 나머지 두개는 의자들이 접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손님 받은지 오래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메뉴를 들고서도 내가 선뜻 고르지를 못하고 말했다.

"여기 손님 온지 오래된 것 같은데.. 재료들이 과연.. 신선할까요..?" 

헤미가 웃으며 대답했다. 

"에이 돈워리~ 여기 예전에 몇번 와봤는데 괜찮았어요. 근데 그때는 손님이 좀 있었는데.. (한번 훑어보며) 뭔가.. 이렇지는 않았는데.... 안 와본지 좀 오래돼서... 괜찮아요 괜찮아. 여기 맛있을거예요. (목소리를 다시 줄이며) 내일 설사할 수도 있고...

헤미 표정이 너무 웃겨서 다들 웃다가 결국 주문을 완료했다. 

​사장님이 과하게 친절하셨다. 이날 우리가 떠날때 까지 손님은 우리 뿐이었고, 아마 어제도 그제도 손님이 없었을 것 같다는 느낌에 모두들 동의했다 ㅎㅎㅎ 

 

​"헤이! 저기좀 봐! 누가 우릴 지켜보고 있었어!" 

누군가 소리쳐서 가리키는 방향으로 돌려 보았더니 고양이 한마리가 저렇게 나무위에 숨어서 우리를 정탐하고 있었다 ㅎㅎㅎ 

어찌나 모양새가 웃기고 귀엽던지 다들 난리났었다. 사진찍느라고 ㅎㅎ 

저 나무울타리 바로 너머가 우리가 가고 싶어했던 브라질 레스토랑의 테라스였는데 신나는 라틴음악이 여기까지 들리고 손님들의 즐거운 수다소리가 우리가 있는 장소와는 매우 대조되는 느낌이었다. 

"에잇! 안되겠다. 저 브라질 레스토랑에 내가 지금 예약한다. 다음주 화요일! 다들 괜찮지? 이번에는 모두들 부부동반으로 하자, 어때!" 

모두들 동의했고 저 울타리 너머, 그 꿈의 브라질 레스토랑으로 드디어 가보게 되는구나 싶어서 다들 좋아했다.

"샤돌프! 이리온~" 

고양이의 콧수염을 가지고 즉석에서 누군가가 이름을 지어서 부르는데 그 작명센스에 감탄을.. 프랑스어로 고양이가 .. + 아돌프 해서 샤돌프.. 

가만.. 유럽에선 함부로 들먹이면 안되는 이름이 아니었나.. 나도 모르겠다. 일단 나도 웃기니까...ㅎㅎ 

그리하여 얘는 샤돌프가 되었다. 자세히 보면 귀여운 앞머리도 있음 ㅎㅎ 

다음날 자서방은 이 샤돌프 사진들을 시부모님께도 보여드렸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브라질 레스토랑에서 드디어 꿈의(?) 식사를 할때도 샤돌프는 거기도 제집인 마냥 활보하고 있었고 거기서도 모두에게 관심받는 고양이었다. 

음식 사진을 너무 안찍어서 후회했다. 

음식들이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고 무엇보다도 굉장히 푸짐했다. 

마치 사장님이 하루치 재료를 다 우리에게 쏟아 부으신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ㅎㅎ 그럴지도..

메뉴에도 없었는데 전채요리에 요거트도 푸짐하게 내 주셨고 무엇보다도 저 감자가 엄청나게 맛있었다. 베이컨과 함께 구운건데 엄청난 크기의 접시에 담겨나왔다. 샐러드도 다 먹고 나니 큰 접시로 한번 더 갖다 주셨다. 

와인도 스테이크도 모두 맛있었다. 

나는 배가 불러서 후식을 패스 했는데 헤미가 후식으로 요거트 비스므리한 걸 시켜서는 나더러 한입 먹으라고 먼저 줬다. 헤미는 항상 뭘 마실때도 먼저 나에게 한입 먹어보라고 준다. 자서방이 하는걸 옆에서 보고서 아마 새로운 걸 많이 맛보여 주려고 그러는것 같다. 싫다고 하면 이건 꼭 먹어봐야 된다고 ㅎㅎ ​

자서방 친구들을 만나면 모든 대화가 통화는것도 아닌데도 나는 너무즐겁다. 못알아 듣는 부분은 자서방이 통역도 해주고 친구들도 되도록 영어를 많이 쓰려고 애쓰기도 하고. 항상 즐거운 친구들이다. 

그사람을 알려면 그 친구들을 보라는 말. 자서방도 내 친구들을 보고서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자서방의 부모님과 친구들을 맨 처음 만났을때 이 사람이 더 좋게 보였었다. 

아 갑자기 내 친구들도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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