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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자서방의 와인 수다는 계속 된다

by 낭시댁 2019. 7. 9.

​내 생애 첫 와인을 오픈한 이후부터 자서방은 모든 와인을 나에게 오픈하도록 훈련(?)을 시키고 있다. 오프너도 지금까지 서로 다른 세가지를 사용해 보았다. 코르크를 한번에 뺄 수있는 간편한 오프너가 있었으면서도 계속 어려운걸로 시켜왔었구만- 


저녁에 와인 한병을 오픈하면 보통 다음날 저녁 식사 전에 다 비우고 있다. 평소에는 술 자체를 거의 마시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비해 많이 마시고 있는것이다. 

“프랑스인들이 매일매일 이렇게 와인을 많이 마신다고 생각하면 오해야. 이 똑같은 와인 한병 가격이 태국에서는 열배까지도 비싸지니까 프랑스에 있을때 마셔두는게 좋지 않겠어? 와인 한잔으로 식사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이제는 이해가 가지?” 

한번에 다 마시지 못하고 남은 와인은 펌프질로 공기를 뺀 후 고무마게로 막아둔다. 이렇게 하면 2-3일정도는 보관 할 수 있다고 한다.


점심 테이블을 차리면서 자서방이 어제 마시다 남은 보르도 와인을 가져오면서 시아버지께서 드시다 남긴 와인도 한병 같이 들고왔다. 남은 와인을 보관하는 또다른 장치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바같은데서 한 글라스씩 판매할때는 이런 장치를 사용해야만 해. 이건 와인을 아예 오픈 하지 않은 상태로 사용하는거고 이안에 일종의 가스가 들어있어. 와인을 따를때 여길 눌러 주면 가스가 병 안으로 주입되면서 와인이 배출되는 거야. 공기의 투입을 막는거지. 공기 접촉을 막을 수 있으니까 와인을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와인은 아직 나에게 신기한 것 투성이다ㅎㅎ 내가 신기해 하면 자서방은 더 신나서 떠든다. 

 


“이거 마셔볼래? 보르도랑 또 다른 맛일거야” 

기왕 따라논거니까 한입 마셔 보았는데 영 내 입맛은 아닌듯.. (잔에 벌이 앉아있는걸 보니 모두 벌에게 양보하고 싶은 맛이랄까..)

“이건 좀 신맛이 나는데? 색깔이 연해서 그런거야?” 

“이건 버건디야. 들어봤지? 보르도와는 또 다른 지역이야. 보르도의 진한 와인색과는 다르지. 그리고 와인 맛이 색깔이랑 항상 연관 되지는 않아.”

“버건디? 아 브르고뉴! 들어봤어”

내 발음이 그렇게 웃긴가보다. 다들 웃었다. 마치 내가 크루와상을 맨 처음 말했을 때 처럼- 

아무튼 브루고뉴는 보르도와 다르게 와인 만들때 여러가지 포도를 쓰는게 아니고 한가지 포도만 사용된다고 했다. 무슨 용어를 썼는데 그건 기억나지 않음- 

 

오늘 점심 메뉴는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시어머니께서 내가 오랫동안 을 못먹어서 생각날 것 같다시며 밥을 해서 마늘과 간장에 볶아 주셨다. 그리고 작게 썬 라따뚜이닭고기- 정말 맛있게 먹었다.


자서방은 점심을 다 먹고 나서 나에게 지도를 몇가지 보여주며 설명을 다시 이어갔다. 
프랑스내 주류로 유명한 지역들을 설명해 주었고, 보르도 지역중 우리가 마셨던 와인들이 제조된 위치들을 짚어주었다. 

“꼬냑은 들어봤지? 이 꼬냑 지역에서 나는 브랜디만 꼬냑이라고 불리는거야. 그래 샴페인처럼- 꼬냑은 일본인 중국인들이 굉장히 좋아해서 많이 산다고 하더라. 아마 한국인들도 좋아할 것 같아” 

“프랑스인들이라고 모든 와인을 잘 아는게 아니야. 그러니까 전에 내가 아빠한테 이만한 와인책 사드린거 봤지? 같은 이름의 와인도 해마다 맛이 달라지고 암튼 굉장히 복잡해. 여러가지 와인을 맛 보다보면 선호하는 와인들이 좁혀지고 비슷한걸로 계속 마시게 되는거지”

​​며칠전에 오샹에서 보르도 와인을 사다가 “second vin”이라고 써진걸 보고 물은 적이 있었다. 

“두번째 와인? 이건 뭐야?”

“아 쓰공방- 보르도에서 난 최상의 포도를 엄선해서 좋은 와인을 제조한 후에 남은 포도들로 제조가 된거야. 포도 품질만 빼고 나머지는 똑같은 방식으로 만든거지. 당연히 가격은 더 저렴해 지지만 맛이 항상 떨어진다고 생각할 필욘 없어. 운이 좋으면 쓰공방도 맛있을 수 있거든!” 

​알아갈 수록 흥미로운 와인의 세계. 실은 남편의 열정에 호응 해 주다가 시작된거지만- 

난 아직 갈길이 멀다. 그러므로 더 많이 마실 필요가 있다...는 훌륭한 구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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