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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프랑스 술문화 그리고 소맥

by 낭시댁 2019. 8. 10.

어느날 저녁에 식사를 하는데 새로 딴 와인을 맛보며 자서방이 말했다. 

"이거 2년전 크리스마스때 노에미가 준 와인인데, 기대 안하고 있었는데 아주 맛있네? 학생이라 비싼 와인은 못샀을텐데 이렇게 잘 골랐네" 

시아버지도 한모금 하시더니 맛있다고 하셨다. 

시댁 와인에 대부분 날짜와 함께 구입처나 선물을 준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그 와인을 마시면서 선물을 준 사람을 떠올리는건 참 좋은 부분이라고 항상 생각했다. 

자서방은 자기 와인에는 추가로 두껑에 엑스자를 크게 그려 놓는다. 아무도 마시지 말하는 뜻인것 같다. 

자서방은 특히 와인을 고르는 부분에 있어서 은근히 자부심이 큰 것 같다. 많이 안비싸도 맛있는 와인을 고를 줄 안다는 와인부심이 넘치는 프랑스인이다. 

그러니까 프랑스인이라고 해서 모두들 와인맛을 잘 아는게 아니라는 점이 나에게는 놀라웠다. 자서방은 항상 시아버지나 남동생이 고른 와인이 별로 맛이 없을때는 '나만큼 모른다니까' 하는 식의 거만함(?)이 느껴지는 멘트를 하기도 한다. 잘나셔쎄요..ㅎㅎ  

 


 

식사중에 자서방이 시부모님께 말했다. 

“얘가 처음에 프랑스 와서 놀랬다고 했어. 저녁시간 다 됐는데 식사대신 술을 줘서ㅎㅎ 그러다 저녁을 늦게 오래동안 먹는것도 너무 다르다고. 우리는 식전에 술을 마시잖아? 한국은 식후에 마셔. 완전 달라. 그리고 식후에 마시는 술은 완전 누군가가 쓰러질때까지 마시지 ㅎㅎㅎ 식구들 중에 나 혼자 멀쩡했던 날도 있었고, 내가 나 혼자 고꾸라진 날도 있었고....

그렇다..

자서방은 맨 처음 한국에 인사 왔을때 이미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주량으로 첫인상을 파악한다는 부분에 대해 경고(?)를 들은바가 있어서 부어라 마셔라 지가 젤 많이 마셔서 우리 오빠나 형부가 혀를 내두르게 했다. 

그러다.. 작년에 우리 삼촌이 준 소맥에 완전히 맛이 가서.. 그날..ㅠ.ㅠ  콘크리트에다 절을 하고 이마를 깨먹었지... ㅠ.ㅠ  

아무튼 이마를 깬 부분은 빼고 열심히 자서방은 한국의 술문화에 대해 떠들었고 시부모님은 그걸 흥미롭게 들으셨다. 

나도 레드와인을 큰 잔에 든채로 거들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 앞에서 이렇게 고개 들고 쳐다보면서 술을 마시는걸 무례하다고 하기도 해요. 어른들 앞에서는 이렇게 옆으로 마셔야 해요. 아 술 받을때도 꼭 두손으로 잔을 이렇게 들고서....”

하면서 와인잔으로 시범을 보였는데 내가봐도 와인잔으로 하기에는 웃긴 시범이었다ㅋㅋㅋ 

“그리고 또 한국에선 술을 마실때는 왕창 마셔요. 취할때까지요ㅎㅎ 그래서 빈속에는 술을 안먹는거에요. 여기 식전주 마시듯 한 두잔을 마시는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밥을 후딱 먹고나서 술을 오~래 많~이 마시죠~하하"

 

프랑스에서도 와인이나 샴페인만 마시는게 아니라, 식후에 수다 떨면서 독한 술도 한 잔씩 마신단다. 그리고 디저트 먹고 또 독한술 한 잔씩 하고 그렇게.. 대신 취할때 까지 마시는 경우는 많이 없지.. 너 독한거 원하면 지하실에 미라벨주 있으니 마셔도 되고~"

한국에서도 나는 원래 소주는 많이 안마셨다. 맥주를 많이 마시다가 나이를 먹으니 이상하게 맥주가 안받는다. 트름만 자꾸 나고 다음날 왠지 소화가 안되는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점점 술은 멀리 하고 있는데 시댁에서는 와인을 매~~~일 마시다 보니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고..

 


 

시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여긴 한국이 아니니까 맘껏 마셔라. 이만한 와인을 이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다른데서는 많지 않아. 네가 어떻게 마시건 어떻게 받건 여기서는 아무도 뭐라 안 할테니~ ”

 

자서방은 ㅎㅎ 이제 소맥은 다신 안마실거라고 항상 말한다. 

사촌동생 네일샵 개업하던 날 같이 놀러 갔었는데 우리 외삼촌이 자서방에게 소맥을 그렇게나 멕였다... 문제는 자긴 안마셨다는... 그래서 자서방이 지금도 삼촌한테 화가 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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