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에서의 마지막 저녁 풍경

by 낭시댁 2020. 7. 17.

이날도 자서방과 새 집에서 집 정리를 하고는 또 시댁으로 저녁 식사와 잠자리를 위해서 돌아왔다. 

열쇠를 받는 첫날부터 우리가 그 집에서 지낼거라 생각하셨던 시어머니께서는 웃으시며 이럴거면 그냥 계속 같이 살자고 하셨고 우리는 내일부터는 정말로 새집에서 지낼거라고 말씀드렸다.ㅎ 

거실에는 샴페인 테이블이 차려져 있었다. 

베르나르아저씨께서 오늘은 방문전에 미리 연락을 주신 모양이다 ㅎㅎㅎ  (매번 갑자기 들이닥치셔서 시어머니가 안좋아하셨다.)

 

이스탄불이 제일 먼저 도착했구나~

 

자서방은 소떼른 와인을 한병 꺼내와서 우리의 마지막 밤을 기념했다. 

 

얼마전 아버지날에 자서방이 시아버지께 본인과 똑같은 루미녹스 손목시계를 선물로 드렸다. 미리 부탁받고 내가 한국에서 올때 사가지고 온 것... 매우 좋아하셨다. 

 

잠시후 베르나르아저씨의 아내분도 오셨는데 대화의 주요 토픽은 우리 부부이야기였다. 이것저것 관심있게 많이 물어보셨다.

나더러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묻길래 내가 농담으로 고양이들을 돌보며 지내느라 매우 피곤하다고 했다가 분위기가 싸해져서 진심 진땀;; 자서방이 옆에서 대신 이전 내 경력을 설명하더니 요즘에는 블로그나 글쓰기에 빠져지낸다고 다시 대답해서 그나마 살렸다. 다음에는 나도 그렇게 대답해야겠다. 여기선 고양이 갖고 농담하면 안되겠다. 

시어머니께서는 윗층에 가시더니 포토북을 몇개 꺼내오셨는데 그 중에는 내가 처음보는 것도 있었다. 

맨 앞 표지의 요망한 모웬의 사진은 내 작품이었다.ㅎㅎ

가족 앨범들을 보면서 나는 너무 감동을 받았다.

앨범마다 내 사진이 어찌나 많은지... 심지어 시어머니께서 찍으신 처음 보는 내 사진들도 많았다... 

그리고 우리 결혼식 앨범을 내가 분명 만들어서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본인께서 새로 하나 더 만드셨다는 것도 얼마나 그 이벤트를 소중히 여기시는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시어머니는 모든 손님들에게 그리 하셨을 것 처럼 사진을 설명하고 우리 친정 식구들까지 일일이 손님들에게 소개를 하셨다. 

베르나르 아저씨네가 떠나시고 우리 식구들끼리 테라스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나는 이미 취해서 식사는 하는둥 마는둥했고, 알딸딸한 정신에 헛소리를 자꾸 했다. 

"전 취했어요. 그만 먹어야겠어요. 음... 다들 식사하시는데 즐거우시라고 제가 노래나 한곡 할까요?" 

"그래, 그래라~" 

다행히 자서방이 싫다고 해 주어서 어쩔수 없이 노래는 접었다. ㅋㅋ 안말렸으면 잊을 수 없는 마지막 날이 됐을지도...

 

그리고 곧 정원으로 내려가서 고양이들이랑 꽤 격렬하게 놀았다. (밤 10시까지는 해가 있어서 낮이 참 길다.)

처음에 모웬이랑 둘이 놀고 있었는데 눈깜짝할 사이에 이스탄불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펄쩍펄쩍 뛰는통에 깜짝 놀랬다. ㅎㅎ 너도 취한거니...

유난히 설치는 이스탄불

 

시어머니는 일부러 작별인사비스므리한 멘트들은 모두 차단하셨다. 바로 코앞으로 이사가면서 그것도 작별이냐면서... 어차피 맨날 고양이들 보러 올 것도 다 알고 있다고 하셨다. 

네... 당연하지요...

"내일 아침에 냉동실에서 가염버터 꺼내가는거 잊지 말고, 베게도 내가 주문한게 아직 안왔으니 너희 쓰던거 우선 가져가거라. 잼이랑 토마토 소스도 더 담아놨단다."

"네~ 참, 저희 수건도 더 필요해요~"

내 친정도 아닌데 편하게 달라고 하는 내가 스스로 놀랍다. ㅎㅎ

고양이들이랑 놀다가도 테라스에서 여전히 식사중인 가족들의 모습을 눈으로 꼭꼭 담았다. 

마지막 저녁식사가 끝나고도 자서방은 날이 좋다며 조금 더 있자고 해서 시부모님께서 잠자리에 드실때까지도 우리 둘은 이야기 하며 오래오래 남아있었다. 고양이들도 우리가 자러 갈때 까지 곁에 있어 주었다. 

내일부터는 진정 프랑스 생활이 시작되는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