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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가 챙겨주시는 새집 살림

by 낭시댁 2020. 7. 12.

이삿날이 코앞에 다가온 요즘 택배가 끊임없이 도착하고 있다.

이곳 택배아저씨들은 어찌나 부지런들한지 아침 7시-8시 사이에 대부분 방문을 한다. 자서방 출근을 배웅하느라 일찍 일어나는 내가 대부분 받고 있는데 주로 우리를 위해 시어머니께서 온라인으로 주문하신 물건들이다. 

오늘도 한가득 택배 선물을 받았다. 

이불보와 칼세트 등등- 

스텐레스 작은 그릇은 큰 사이즈로 착각하시고 샐러드볼 하라고 주문하신거라고 ㅎㅎㅎ 저걸 보고 둘이서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는 새로 주문해 주셨다.

내가 오늘 받은 물건들을 늘어놓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어느새 옆에 오셔서 칼 상자를 열어주고 가셨다. 그래도 이게 더 보기좋지않겠냐며 ㅎㅎ

그리고는 또 뭐가 필요한지 본인께서 직접 작성해 두신 리스트를 꺼내서 체크를 하신다. 

"테이블보도 주문했고, 베게도 주문했고, 세제도 됐고... 커튼은 일단 집 상황을 보고 내가 해결해 주마... 양념은 내가 주면 되고... 후추 그라인더도 샀고 후추는 베트남에서 사온게 있으니 그걸 담아서 줄거야. 넌 간장이 필요하겠지? 다음에 사이공에 같이 가자. 그 전까지는 반병 남은 간장은 네가 가져가서 먹으렴...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정말 우리 시어머니는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것들까지 챙기고 계셨다. 

지하실 한켠과 다이닝룸 구석에 우리 물건들이 쌓이고 있다. 슈퍼에 가실때마다 꼭 한두가지씩 사다 주시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내어주시면서 목록을 비교하고 계신다.

죄송한 말이지만 우리 친정엄마였으면 절대 따라갈 수 없는 꼼꼼함과 쿨함이시다. 생색도 전혀 내지 않으시고 내 자식들이니 당연히 내가 챙겨야지 하신다. 거기다가 내가 외국인이라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많을거라는 것도 알아주시고- 

컵, 식기, 냄비, 후라이팬, 오븐용 도구들 심지어 와인 오프너까지도 하나하나 다 챙겨주셨다. 

 

저녁에 시어머니께서 나더러 말씀하셨다. 

"너희집에 내 방 하나 마련해 줄거니?"

"네 당연하지요! 언제든 얼마든지 머무세요. 요리도 해 주시고. 오실때 모웬도 데려오시면 더 좋고요." 

참 뻔뻔하게도 대답했다. 

옆에 있던 자서방은 한 술 더 떴다. 

"아, 안그래도 와이프더러 매일 냄비들고 저녁에 엄마한테 다녀오라고 할랬는데 엄마가 직접 와서 요리해 주면 더 좋지!" 

시어머니는 막 웃으시며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다. 


"저희 이사가고 고양이들 안보이면 걔네가 제 가방으로 숨어든걸거예요. 제 잘못 아니라는거 미리알려드릴게요."

"안돼 안돼... 걔네는 정원 없으면 못살아."

또다시 솔로몬 자서방의 대답-

"내가 전에 말했지? 좋은 방법이 있다구. 엄마아빠가 우리 집으로 이사하시고 우리가 여기서 고양이랑 사는거지. 고양이도 우리도 모두 행복한 해결책이지?" 

"아 그럼 되겠다!"

우리는 부부 공갈단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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