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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크리스마스 오후를 즐기는 프랑스인들

by 낭시댁 2020. 12. 28.

크리스마스 점심을 다 먹고 났을때 이미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거나 고양이들과 놀면서 쳐지고 있는데 시동생이 나더러 시내에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배도 부른데 집에서 늘어지면 뭐하나 싶어서 나는 바로 좋다고 벌떡 일어났지만 시부모님과 자서방은 춥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힝...

결국 나와 시동생 둘이서만 외출을 했다. 시아버지의 차를 가지고- 

참고로 동서는 어제 저녁에 시댁에 와서 잠을 자고 아침을 먹은 후 다시 딸과 오빠네 가족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떠난 상태라 나는 얼굴도 아직 보지를 못했다. 

아무튼 시동생은 학교 선생님답게 조곤조곤 안내를 해 주어서 지루하지 않게 산책을 할 수가 있었다. 

우선 스타니슬라스 광장주변에 주차를 한 후 광장 반대쪽으로 성당, 구시내 그리고 공원을 돌아서 스타니슬라스 광장으로 돌아오자며 시동생이 동선을 먼저 제안했다. 

 

 

7월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이 되면 이 곳에도 군인들의 퍼레이드가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낭시의 작은 샹젤리제같은 곳인가보다 ㅎ 

 

 

곳곳에 뭔가가 설치돼 있어서 나는 재활용품 수거함인줄 알았다. ㅋㅋㅋ 그랬더니 시동생이 달려가서 직접 보여주었다. 4면에 서로다른 모양의 거울들이 있어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주는... 그냥 거울이었다. 아이들이 곳곳에서 까르르 거리며 즐기고 있었다. 

다행히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구시내로 나왔다. 

 

 

저분이 샤를드골이다. 시동생이 열심히 설명해 주었지만 너무 빨리 말해서 그냥 끄덕끄덕하고 있었다. 독일과 용감히 대항한 인물이라고만 대충 이해했다. 

 

 

나를 안내해 주는 임무(?)에 굉장히 열정적이었던 시동생은 성당안에도 보여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구시내 골목으로 가자고 방향을 틀었다. 

 

 

사실 자서방과 몇년전에 함께 걸으면서 다 둘러본 곳이긴 하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날에 산책은 더 특별한 법이니까...

구시내에 있는 건물들은 다들 일이백년이 넘었다고 했다. 심지어 돌로 포장된 길은 훨씬 더 오래되었겠지...

 

 

구시내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해가 져물어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길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양옆으로는 타일을 깔았지만 오래된 모습도 그대로 간직하며 조화롭게 개발을 한 모습. 건물들도 마찬가지고...

 

 

앞에 파스텔톤 첨탑은 박물관이고 뒤에 첨탑은 성당이다. 둘다 모두 오래된 건물들인데 너무 예뻤다.

 

 

이제 공원으로 들어가는데 머리위 키큰 나무들에서 까마귀들이 어마어마하게 울어댔다. 

 

 

공원에 놀이기구들이 운영중이었는데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꽤 붐볐다. 

 

 

크리스마스 오후를 신나게 즐기는 아이들과 흐뭇하게 그걸 지켜보는 어른듯. 그리고 그 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공작새들. 뜨거운 뱅쇼, 와플, 시나몬 향기도 가득했다. 

물론 코로나를 생각하면 이 마저도 위험하겠지만 그래도 잠깐 스쳐가며 들뜬 분위기를 느끼는 것 만으로도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아, 공작새들이 사람들 사이로 대여섯마리 돌아다니고 있는데 서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공작새들이 우아한 몸짓으로 기웃거려도 그냥 닭취급 받는 느낌이랄까...

 

 

옆에는 작은 동물원이 있는데 토끼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제일 좋았다. 원숭이 염소등등이 있지만 나는 얘네가 제일 예뻤다. 동키들 ㅎㅎ

 

 

공원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석양!! 

 

 

가족단위로 나와서 크리스마스 오후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좋은데 ...

자서방의 옆구리가 그리워졌다. 참내... 별로 춥지도 않구만!! 

 

 

우리는 공원을 나와서 스타니슬라스 광장으로 진입했다. 

 

 

들어서자마자 흥겨운 음악소리가 온 정신을 빼앗았다. 

그러고보니 나는 이번에 어느곳에서도 크리스마스 케롤을 듣지 못했다.

심지어 이곳에서 울려퍼지는 노래의 가사는 멕시코~ 어쩌고 이런 노래였다 ㅎㅎㅎ 살짝 중독성이 있어서 곧 따라서 흥얼거림. 

역시 이곳 크리스마스는 종교가 아닌 명절일 뿐인가보다. 

 

 

스타니슬라스아저씨는 올해도 따뜻한 유리구슬안에 계신다.

 

 

 

시동생이 와이프에게 보내준다길래 독사진을 몇장 찍어주었고 우리는 금방 이 북적거리는 광장을 빠져나왔다. 

 

 

광장을 나오는데 예쁜 물고기 장식들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조명과 몽롱한 음악과 어우러져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시동생은 잠시 매형네 집에 들러서 와이프와 인사를 하고 가자고 했다. 

코로나때문에 안으로 들어가긴 뭐하고 그냥 밖에서 동서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의 친정식구들은 창문으로 환하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쥬와이유 노엘!!" 

"쥬와이유 노엘!!" 

언젠가 마스크 없이 다시한번 인사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크리스마스가 이제 모두 끝났다. 조촐했지만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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