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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어느덧 2020년의 마지막 밤이 와버렸다.

by 낭시댁 2021. 1. 2.

통금때문에 원래는 마지막 밤을 시댁에서 보내고 다음날 새해까지 함께 맞이할 계획이었지만 결국은 그냥 나와 자서방은 집에서 따로 조용하게 보내게 되었다. 

저녁 8시부터 이 지역 통금이 시작되던것이 내일부터는 저녁 6시로 앞당겨진다고 한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의외로 접종자 수도 아직 많지 않다고 하고 변이 바이러스도 퍼지는 마당에 언제까지 코로나가 일상을 계속 지배하는 상황이 지속 될런지... 

아무튼 우리끼리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겠다는 우리의 의견을 시어머니께서는 존중해 주셨고 대신에 낮에 잠깐 들러서 나더러 음식을 가져가라고 하셨다. 

오후에 시댁에 들렀을때 시어머니께서는 부엌에서 한창 음식준비로 바쁘셨다. 

 

 

분명 아무것도 안하신다고 하셨는데...?

 

 

왼쪽은 사과 타르트, 오른쪽은 미라벨 타르트인데 잘라 주신다는걸 그냥 내일 와서 먹겠다고 말씀드렸다. 

 

 

이 빵은 푸아그라와 함께 먹으라고 하셨다. 어쩜 이렇게 예쁘게 구우셨을까... 

 

 

시어머니께서는 종이 상자에 음식들을 골고루 싸 주셨다. 반찬통에는 멜론과 파인애플도 담아 주셨다. 

메인 요리는 부셰 알라헨 (bouchée a la reine). 내가 그냥 간단하게 부르는 이름은 빵에 담긴 스프- ㅋㅋ
부셰알라헨을 위한 빵은 블랑제리에서 사오신거라고 하셨다. 안에 들어가는 크림소스에는 송아지고기와 버섯등이 들어갔는데 먹기전에 팬에 데워서 빵에 담으라고 알려주셨다. 

 

 

과일이 담긴 통 아래에는 푸아그라가 두 접시 깔려 있었고 함께 먹을 빵도 따로 싸주셨다.

시동생 부부와 고양이들에게도 인사를 나눈 후 나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을 기약하며...  (비록 마지막 날 저녁은 함께 하지 못하지만 새해 첫 점심식사는 함께 하기로 했다.)

 

 

 

 

이른 저녁 자서방과 나는 푸아그라 두접시 중 한 접시를 빵과 와인과 함께 맛을 보았다. 저 두툼한 푸아그라라니...!

언뜻 보면 분홍소세지 같이 생겼다. 

그리고나서 부셰알라헨을 준비했다. 

 

 

패스트리 빵은 오븐에 데우고 크림스프는 팬에다가 데웠다.  

 

 

부셰알라헨은 자서방이 매우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이다. 단골 레스토랑에 가면 꼭 주문하던 메뉴-

그나저나 외식 해 본지가 언제냐...

 

 

 

따끈따끈할때 빵에다 조심조심 담았다. 그리고나서 두껑을 살짝 얹었다. 

내가 만든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한 비주얼이다. 

 

 

이것이 바로 2020년 우리 부부의 마지막 저녁상이다.

플레이팅이고뭐고 아무데나 대충 담아서 그냥 먹고 마셨다. 우리에게 플레이팅은 중요치 않다. 뭘 먹고 마시느냐, 그리고 누구와 함께 하느냐 그것이 중요할 뿐!!! ... 이라고 스스로 변명을 하면서...

우리는 이걸 먹으면서 영화 백투더퓨처를 보았다!! 한해의 마지막날 밤에 "백투더퓨쳐"라니... 1985년 영화인데 심지어 1955년으로 돌아간다. 어릴적 작은 티비로 본 기억은 나는데 줄거리는 전혀 기억에 없었다. 정말 너무너무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이미 보셨겠지만 다시 보시는걸 강추합니다!!)

 

 

 

나는 이 부셰알라헨을 먹을때- 두껑을 먼저 먹은 후 숟가락으로 안에 내용물을 하나씩 퍼먹었다. 그런데 자서방이 그걸 보며 살짝 비웃었다. 그리곤 보란듯이 나이프로 통채 촥촥 능숙하게 자르고는 씨익 웃기... 있기 없기... 두껑도 그대로 덮어놓고 잘도 잘랐구나... 

아무리 따라하려고 해도 내 나이프와 포크는 맘처럼 안움직인다. 분명 같은 나이프인데...

 

밖에는 불꽃놀이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아랫층 가수총각은 오늘 힙합음악이 꽂혔나보다. 파티를 하는지 난리가 났다. 그리고 윗층 베트남 가족들은 온종일 요리를 하는지 요란한 도마질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래... 오늘은... 오늘이니까. 

"남편. 내년에는 우리 더 행복하자!"

"어후... 지금보다 더?" 

"그래. 최소 올해만큼만 행복하자. 그리고 아픈데 없기!"  

 

저녁을 다 먹고나서 시어머니께 사진과 함께 감사 메세지를 보내드렸다. 그랬더니 시댁에서는 이제 아뻬리티브를 끝내고 저녁식사를 하려던 참이란다. 저녁 9신데... 

내일 점심때 봬요~ 잘먹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의 가정에 새해에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한해동안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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