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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잡채로 프랑스 시댁에서 점수땄다.

by 낭시댁 2021. 1. 6.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시댁에서 식사를 하거나 음식을 갖다 먹는일이 잦다보니 냉장고속의 야채들이 시들어 가고 있었다. 

오전에 냉장고를 청소하다말고 냉파 요리로 잡채를 만들기 시작했다. 

청경채, 당근 그리고 버섯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잡채가 제격이었다. 

만들다보니 양이 너무 많아졌다. 힘겹게 야채들과 당면을 섞다가 맛을 보았는데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나 맛있는거!!! 

 

 

시어머니께 좀 갖다드리고 싶어서 메세지를 보냈다.

"혹시 원하시면 지금 좀 갖다드릴수 있어요. 너무 많이 만들었는데 맛있어요."

그랬더니 시어머니께서 좋다고 하셨다. 일전에 이미 내 잡채를 드셔보셨기 때문에 잘 알고 계시다.

 

어설픈 프랑스어지만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하하하

 

시어머니께서 부셰알라헨을 싸주셨던 그릇에 잡채를 가득 담았다. 

 

 

그렇게 담고도 여전히 많이 남았다. 이거는 오후에 자서방 배고프면 먹으라고 해야지... 남으면 내일 잡채밥도 해먹고...

 

 

거실에 있던 자서방에게 시댁에 간다고 대충 말하고 신발을 신고있었더니 영문도 모르는 자서방이 어리둥절해 했다. 밖에 추우니 두꺼운 자켓을 입고 가라고 했지만 나는 대충 후두점퍼만 입고는 후다닥 나갔다. 요리를 하다보니 몸에 열이 후끈후끈해져서 추운것도 잘 못느꼈다.  

시댁에서는 점심식사를 하기 직전이었는지 시동생부부가 테이블을 세팅하고 있었다. 시아버지께서는 멋쟁이 모자와 함께 외출복 차림으로 나를 맞이해 주셨다. 

"봉쥬!! 어디가세요?"

"아니, 블랑제리에 갔다가 지금 돌아왔단다. 너희 줄 바게트도 사왔지."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드린 잡채그릇을 품에 소중히 끌어안으시고는 큰 소리로 시동생 부부에게 말씀하셨다. 

"이거 좀 보렴. 이거 정말 정말 맛있는거야. 아직도 따뜻하구나. 오~ 맛있는 냄새!! 사썽 트헤봉!!!"  

이때 어색하게 웃고 있는 동서앞에서 살짝 눈치가 보이기 시작...;; 

"그럼 전 바로 가 볼게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하시는 시어머니의 목소리를 뒤로한채 후다닥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시아버지께서 방금 사오신 바게트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이거 증말 맛있음...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시아버지가 이 가게만 고집하시는 이유가 바로 주인아줌마때문이라며 농담으로 말씀하시지만 이집 바게트는 정말 최고다. 그리고 그 집 아줌마 별로 안이쁨... 


집에 왔더니 자서방이 뿌듯한 얼굴로 현관에서 맞아주었다. 꽤 감동받은 표정이었다. 

"이러니까 우리엄마가 널 사랑하시는거지. 크리스마스때도 엄마가 내 동생한테 네 자랑 많이 하신거 모르지? 넌 항상 행복이 가득한 사람이라서 옆에 있으면 즐겁다고 하셨어. 몇번이나 그런식으로 말씀하셨어."

"정말? 동서가 들었으면 질투했겠는걸. 방금도 살짝 미안하던데..."

"우리엄마 아마 지금도 그녀 앞에서도 네 자랑 한참 하고 계실거다."

잠시후 시어머니께서는 잡채가 너무 맛있었고 동서가 특히 잘 먹었다고 말씀하셨다.

자서방은 온종일 듣기 좋을 소리를 계속 해주었다. 직장동료들에게도 내가 얼마나 똑똑하고 친절한 아내인지 하도 자랑을 해서 내 얼굴도 모르는 그들은 이미 자기를 부러워한다나 어쨌다나. 그 사람들도 언제 한번 집에 초대해야겠네... 잡채해서...ㅋㅋㅋ 

실은 내가 먹으려고 만들었던 잡채인데 결국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큰 점수를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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