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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에서 맞이한 나의 첫 새해

by 낭시댁 2021. 1. 3.

2021년 1월 1일.

2021년이라는 숫자도 몇달 있으면 익숙해 지겠지...? 

새 나이는 안익숙해 지던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처음으로 자서방이 사준 요가매트를 개봉했다. 40분간 초급수준의 요가를 열심히 한 후에 반신욕을 하고 구석구석 때도 밀었다. 왠지 새해 첫날이라 그래야 할 것 같았다. ㅍㅎㅎ 어릴적 우리 할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던것 같다.

그리고 집 청소도 꽤 신경써서 하고나서...

점심식사를 위해 자서방과 시댁으로 갔다.  

 

 

 

 

캣타워에서 졸다가 시큰둥하게 쳐다보는 모웬.

참 반갑게도 맞아주는구나.

심지어 이스탄불은 며칠째 모습도 볼 수가 없다. 이 추운날 야외를 배회하는거냐...

 

 

 

온 집안에 고소한 버섯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이런 특별한 날 먹으려고 시어머니께서 저장해 두신 야생버섯들이 팬에서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지고 있었다. 

 

 

 

 

오늘도 시부모님께서는 어김없이 식사전에 먹을 푸아그라를 준비하셨다.


6년전인가 난생처음 자서방과 태국에서 푸아그라를 먹었을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대체 이걸 무슨맛으로 먹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자서방은 계속해서 빵에다 작게 한조각 푸아그라를 얹어서 와인과 함께 권했지만 나는 시큰둥했다. 그런데 이제는 자서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걸 왜 그리 좋아하는지를...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현지에서 먹지 않으면 그 맛을 느끼기가 어려운 것 같다. 와인과 또 곁들이는 다른 음식들의 조화도 중요하고 분위기도 중요한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맛있는 막걸리를 갖다 놓는다고 해도 프랑스에서는 그 맛이 절대 안날테니까... 

 

 

 

 

가운데 접시는 우리꺼- 시어머니께서 갈때 가져가라고 꺼내주신건데 내가 저기다 올려놨구나... 일전에 감자전을 구워서 갖다 드리느라 가져왔던 접시이다. 그리고 버섯구이도 아직 갖다놓으면 안되는데 내가 괜히 미리 테이블로 갖다놨다가 잠시후에 먹을때 시어머니께서 한번더 팬에다 데우셔야만 했다. ;;

 

 

 

 

식사에 앞서서 우리는 푸아그라를 먹었다. 시어머니께서 구우신 빵과 함께- 

시어머니께서는 우리가 푸아그라를 남길까봐 걱정하셨지만 나는 자서방이 있는데 그런 걱정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자서방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푸아그라와 와인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내 모습을 보며 자서방은 프랑스인이 다됐다고 했다.   

잠시후 시어머니께서는 본식인 오리스테이크를 내오셨다. 

 

 

 

 

장작처럼 차곡차곡 쌓인 오리 스테이크위에 오렌지 조각들이 얹어져있었다.

오븐에다 오렌지와 함께 구웠다고 하셨는데 실제 오리 고기에 오렌지 향이 향긋하게 베어있었다.  

 

 

 

 

야생버섯 볶음과 함께 먹었다. 너무 맛있었지만 이미 배가 너무 불러서 많이 먹을수가 없었다. 

 

 

 

 

남은 오리스테이크와 푸아그라는 시어머니께서 모조리 싸서 우리에게 주셨다. 먹어도 먹어도 만족할 줄 모르는 자서방의 표정을 눈치채신것 같다. 

 

 

식사가 끝난 후 자서방은 케잌을 가지러 갔고 그 사이 나는 테이블 위에있던 모든 와인잔을 치워버렸다. 나중에 돌아온 자서방은 새로 와인잔을 꺼내와야만 했다. 

 

 

나를 위해 자서방이 케잌의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온 식구들은 망부석처럼 기다려야만 했다. 생각보다 사진찍는게 길어지자 시어머니께서 우리 케잌 언제먹냐며 웃으셨다. ㅎㅎㅎ

 

 

우리 모두가 이정도 크기로 한조각씩 먹을 동안 자서방은 3조각을 먹어치웠다. 맨 마지막에 딱 한조각이 남았을때 시어머니께서는 얼른 치워버리셨다. ㅋㅋㅋ 자서방은 그거도 마저 먹을 생각이었던것 같다. 집에서 잘 못 얻어먹고 사는걸로 오해하시면 어쩌나 싶기도 했지만 다행히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자서방의 먹성을 잘 알고 계신다. 특히 오늘은 푸아그라, 와인, 오리스테이크, 초코케잌까지 자서방이 유난히 좋아하는것만 준비하셨으니...

길고 길었던 점심식사를 마치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오늘 우리는 저녁식사를 생략하기로 했다. 자서방이 그 정도로 먹고 저녁까지 먹겠다고 했다면 나는 양심이 없다고 말했을것 같다. 

우리는 시어머니께서 싸주신 푸아그라와 오리스테이크를 소중히 안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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