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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에서 생일 축하를 받았다.

by 낭시댁 2021. 5. 9.

작년 이맘때쯤 시댁에서 지내면서 시부모님께 내 생일을 축하 받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해가 지났다.

시어머니께서 초대하신 시간에 맞추어 우리 부부는 오후에 시댁으로 건너갔다.

시댁 거실에는 우리 시부모님뿐만 아니라 옆옆집에 사시는 시부모님 친구, 아니아주머니도 와 계셨다. 아니아주머니의 생신이 하루전이었는데 같이 케잌을 먹자고 초대하셨다며 시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셨다.

관련 포스팅 보기: 이웃 아니아주머니네서 저녁식사

자서방이 유독 반가워서 자서방의 무릎에 올라가는것이 아니다. 자서방이 모웬의 의자에 앉아버려서 저러는것이다.


예쁜 은방울 꽃은 마리필립아주머니께서 선물하신거라고 하셨다. 프랑스도 5월1일이 근로자의 날인데 이날 프랑스에서는 서로 이렇게 은방울 꽃을 선물한다고 하셨다. 우정과 행운을 의미하는거라고 하셨다. 올망졸망 탐스러운 꽃송이들이 너무 예쁘다.

시어머니께서 냉장고에 보관해 두셨던 케잌을 꺼내셨다. 내가 좋아하는 생또노레다!


케잌을 자르기에 앞서서 시어머니께서 선물 상자를 건네주셨다. 으... 난 시어머니 생신때 꽃화분만 드렸는데 ㅠ.ㅠ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민망한 기분이 더 앞섰다.


모두가 바라보는 앞에서 선물 상자를 풀어보았다. 모두들 내 얼굴만 빤히 바라보고 계심 ㅡㅡ;;


옴마나...
나에게 필요한게 무엇인지 나보다 더 잘알고 계시는 시어머니시다.

나는 원래 어깨에 매는 큰사이즈의 숄더백을 선호해 왔는데 프랑스에 와서보니 장보러 동네 나갈때 이런 작은 핸드백이 매우 유용하다는걸 깨달았다. 사실 그동안 나는 시어머니께서 쓰시던 낡은 가죽 핸드백을 물려받아서 메고 다니고 있었는데 (나는 매우 만족하고 있는데) 시어머니께서는 그게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가만... 내가 얼마전 자서방이 인터넷으로 여자 핸드백을 검색하는걸 우연히 봤었단말이지....? 나는 자서방에게 슬쩍 물었다.

"이거 혹시 당신 아이디어아니야? 얼마전에 당신이 핸드백 검색하는거 봤었는데?"

"원래 내가 핸드백을 사주려고 했지. 근데 막상 선택하는게 어려워서 엄마한테 전화드렸더니 엄마가 이미 핸드백을 선물로 사놨다고 하시더라구. 우리 엄마 엄청 빠르시잖아."

옆에서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마음에 드는지 재차 물어보셨다.

"당연하지요! 너무 예쁘고 감동스럽고 감사드려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신걸까요."

잠시후 아니아주머니께서도 나에게 수국화분을 건네시며 생일 축하를 해 주셨다.

"즈와이유자니벡세흐! (생일축하해요!)"

"저는 아무것도 준비한게 없는데요...ㅠ.ㅠ 감사합니다!"


시어머니께서는 아니 아주머니를 위해서 예쁜 꽃다발을 준비하셨다.


곧 시어머니께서 케잌에 불꽃초(?)를 꽂고 불을 붙이셨다. 불꽃이 시끄럽게 타오를때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생일축하 노래를 힘차게 독창하기 시작하셨다 ㅋㅋㅋㅋㅋㅋ 우리 시어머니 최고!!!

이전 포스팅 보기: 무뚝뚝한 남편대신 생일축하노래 불러주신 시어머니

나는 노래를 몰라서 못따라 불렀고 ㅋㅋ 나머지분들도 곧 같이 불러주셨다.


야속한 고양이들아... 내가 너네한테 이것밖에 안되니... 축하해주는 시늉이라도 좀 해다오...


부엌으로 케잌을 다시 들고 들어가서 한조각씩 접시에 담았다.

이 디저트 접시들은 파리에 사는 시어머니의 조카인 마리가 선물로 보내준 것인데 접시마다 서로 다른 프랑스의 디저트 그림이 이름과 함께 프린트 돼 있다. 시어머니께서는 나를 위해 특별히 생또노레 접시에 케잌을 담아주셨다.


커피와 함께 먹으니 더 맛있었다.

잠시 후 시아버지께서는 생또노레 (나만큼 좋아하신다.) 한 조각을 더 드시려고 부엌으로 가셨는데 허겁지겁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 나오셔서 무슨일이 생긴줄 알았다. 시아버지께서는 케잌위에 데코로 있던 초콜렛 (생일 축하라고 써져있는)을 내 접시에 고이 올려주고서 다시 들어가셨다 ㅎㅎㅎㅎㅎㅎ 너무 진지하셔서 나는 웃을 타이밍을 못찾고 있었는데 자서방이 옆에서 큰 소리로 웃었다.

모웬은 어느새 아니아주머니 옆에 자리를 잡고 졸고있었다. 역시 고양이의 탈을 쓴 강아지같단말이지...

프랑스가 너무 건조해서 우리 둘다 손이 어찌나 거칠어졌는지... ㅠ.ㅠ  


무뚝뚝한 남편이지만 나는 남편을 만난 덕분에 이렇게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거다. 그러니 나는 항상 남편에게 고마워해야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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