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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결혼기념일 여행 가시는 시부모님

by 낭시댁 2021. 6. 1.

시부모님께서 내일 바르셀로나에 여행을 가신다.

시어머니의 이모님이 그곳에 사시는데 어릴적부터 매년 방학때만 되면 그곳에서 방학을 보내오신 시어머니께서는 성인이 되신 후에도 매년 시아버지와 함께 이모님을 방문하신 것이다. 특히 어머니를 일찍 여의셔서 이모님께 더더욱 의지하며 살아오신듯 하다. (자서방의 이종사촌 누나인 마리도 같은 이유로 시부모님과 각별하게 지낸다.)

연세가 드신 지금도 시부모님께서는 매년 바르셀로나에 방문하시지만 이제는 호텔에 머무시는게 더 편하다고 하신다. 이모님께서도 연세가 있으시기 때문에 잠자리까지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으신 것이다.

작년에는 코로나때문에 바르셀로나에 못가셨기때문에 올해는 특히 더 들뜨셨다. 매년 이맘때쯤에 가시는 이유는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시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고급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미 예약도 마치셨다며 며칠 전부터 자랑하셨다.

비행기표는 이미 몇달전에 예매하셨었는데 그동안에 코로나가 심해져서 항공이 모두 취소될까봐 조심초사하셨는데 다행히 문제 없이 내일 출국을 하실 수 있게 되셨다. 그동안 백신도 2차까지 모두 맞으셨고 해외 출국을 위해 규정에 따라 코로나 검사 음성결과도 받으셨다.

"오후에 잠깐 집으로 와줄 수 있겠니? 떠나기전에 모웬 약 먹이는것 좀 보여주려구..."

시부모님께서 여행을 가실 때마다 고양이들을 내가 돌보아왔기 때문에 이제는 제법 익숙한 일이지만 모웬이 방광이 안좋아져서 요즘 다시 약을 먹고 있는 중이라서 그 설명을 들으러 잠깐 시댁으로 건너갔다.

일주일동안 내가 너희들의 새 보스가 되어줄것이다. 음흐흐흐...

시어머니께서는 고양이들을 돌봐주는 비용을 나에게 지불하겠다고 하신다. 내가 없을때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지불하시던 금액이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몇번이나 거절했지만 계속 고집을 부리셔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대신에 오실때 자서방 좋아하는 정봉(jambon) 좀 사다주세요."

어차피 사다주실 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드렸다.

뭔가 기운이 없어 보이는 모웬이다.

약이 맛이 있는지 억지로 먹일 필요도 없이 잘만 받아 먹었다. 오히려 너무 잘 먹으니 이스탄불이 군침흘리며 기웃거리는 중 ㅎㅎ

옆에서 군침흘리는 이스탄불에게는 간식을 줬다.

ㅋㅋㅋㅋ옆집 고양이 틱스도 고개를 빼밀고 구경하고 있길래 틱스에게도 간식을 갖다줬다.

얘는 씹지도 않고 그냥 삼키네... 쨘해서 두개 줬다.
너 식탐이 좀 있구나...

시어머니께서는 노트북컴퓨터를 켜서 결혼기념일을 몇번이나 축하하셨던 그 미슐랭 레스토랑의 사진을 보여주셨다.

헉뜨... 1인당 300유로...;; 거기에 와인이랑 샴페인을 포함하면 얼마가 되는 것입니꽈.... 그 호텔 1박비와 맞먹는 가격이었다. 그래도 이 한번의 식사를 위해 몇달을 설레며 기다리시는 시어머니를 보면 또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듯도 하고...

시어머니께서는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을 싸주셨다. 당근+샐러리 하뻬 (rapé), 가지+토마토 소스 (이건 파스타를 삶아서 섞어 먹으라고 하셨다.), 렌틸 샐러드 그리고 멜론 반쪽과 훈제 연어를 주셨다. 내가 다 먹을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자 어차피 우리가 안먹으면 다 버려야 한다고 하셔서 모두 받아들고 왔다.

시어머니께서는 미슐랭 레스토랑만큼이나 설레는 것은 오랫만에 비행기를 타는 거라고 하셨다.

고양이들은 걱정마시고 두분 즐겁게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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