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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댁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by 낭시댁 2021. 12. 26.

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이 찾아왔다.

자서방과 나는 식구들을 위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를 들고 시댁으로 건너갔다. 저녁 6시도 안됐는데 벌써 어둑어둑하네..

산타가 다녀가신 듯 벌써 거실 한쪽 구석에 선물 꾸러미가 가득쌓여있었다. 점점더 꾸러미가 불어나더니 나중에 선물을 교환하는데는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나는 2층에 몰래 포장해서 숨겨두었던 자서방의 선물을 직접 가지고 내려오려다가 자서방 눈에 띌것 같아서 사촌누나의 남편인 프랭크에게 부탁해서 대신 가지고 내려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서프라이즈 준비ㅋ

나는 미니다! 

넌 누구냐...

모웬은 어디간지 안보이고 대신 이 낯선 녀석이 모웬의 자리를 꽤차고 있었다. 태어난지 4개월밖에 안된 이 파리지앵냥(?)은 기세가 아주 등등해서 이스탄불과 모웬 형님들을 모두 내 쫒고 당당히 소파자리를 혼자서 차지하고 있었다. 이름이 미니라는데 장차 멘쿤처럼 아주 커질 녀석이다. (믹스냥인데 엄마 아빠 둘다 대형 냥이들이란다.) 우리집에서 무스카델과 지내게 하려다가 미니네 집사인 사촌이 시댁에서 머무는 관계로 이곳에서 지내기로 했다고- (덕분에 쫄보형제인 이스탄불과 모웬이 더 쭈굴해 짐ㅋㅋㅋㅋ)

자서방은 지하실에 내려가서 1.5리터의 커다란 샴페인을 한병 가져왔다. 일전에 시부모님께서 샹빠뉴 여행중에 사오신 것이다.

시어머니께서 다이닝룸에서 꼬치를 준비하고 계시길래 내가 도와드렸다. 메추리알, 치즈, 올리즈, 토마토-

"이건 아뻬리티브예요?"

"오늘은 아뻬리티브는 따로 없구 그냥 식사겸 아뻬리티브겸 밤새 각자 알아서 갖다먹고 마시면서 배 채우게 만들 계획이란다."

아... 우리 시어머니 현명하시다.ㅋ 인원수가 많아서 거실에 아뻬리티브를 차리고 다이닝룸에 정찬을 차리고 디저트를 또 따로 준비하고 하다보면 너무 힘드셨을텐데 말이다. 한마디로 따뜻한 식사는 따로없고 술안주(?)로만 충분히 준비할테니 알아서 배부를때까지 갖다먹으라는 말씀되시겠다.

은근히 만만하게 봤는데 자정까지 먹고 마셨다가 배가 너무 터질것 같아서 자기전에 결국 소화제를 먹어야만 했다. 내일 또 먹어야 하니까...

샴페인뿐 아니라 자서방은 시댁에 보관하고 있던 소중한(?) 소떼른 와인도 한병 땄다. 사촌 누나네 커플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도 두병을 준비했고 우리가 마실것도 따로 추가로 주문해 두었던 것이다.

Cream de Cassis. 그냥 크림인줄 알았는데 이것도 술이었다. 샴페인 폭탄주...

그리고 사촌누나는 샴페인에 꺄시스크림이라며 섞었는데 나는 그것도 똑같이 따라서 한잔 마셔보았다. 시어머니는 아까운 샴페인맛 버린다고 속삭이며 말리셨지만.ㅋ

꽤 애주가인 나는 종류별로 한잔씩 맛본다는 명목으로 샴페인, 소떼른, 샴페인믹스 그리고 레드와인까지 총 4잔을 마셨고 적당히 취기도 돌아서 완벽했다.

자서방도 오랜만에 좋아하는 와인을 맘껏 마셔서 그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한 표정이었다. 쥬와이유 노엘!

음식들은 시어머니께서 진두지휘하지 않으셔도 알아서 각자 준비하고 가져와서 같이 나눠먹었다.

Tamara au Caviar 라고 써진 페이스트는 훈제 대구살에 캐비어가 섞여있는 거라고 하셨는데 카나페처럼 먹으니 뭔가 진한 훈제 연어맛과도 비슷하고 아무튼 너무 맛있었다. 


나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신선한 음식들이 많았는데 하나같이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한식없으면 못살줄 알았던 나에게는 놀라운 변화이다. 새로운 음식을 발견하고 맛보는 즐거움은 무한하다!!

이건 트러플 페이스트. 이것도 맛있었다.


미니버거는 두가지 맛이었는데 하나는 푸아그라 크림이었고, 또다른 하나는 오이가 들어간 닭고기. 사이즈도 작고 둘다 너무 맛있어서 부담없이 자꾸 집어 먹다가 너무 많이 먹어버렸다 ㅠ.ㅠ 다른것도 먹어야 되는데...

맛있는 안주들과 함께 샴페인 등으로 목을 축이는 와중에 선물 교환식이 시작되었다.

각자 선물 꾸러미로 가서 이름을 호명해서 나누어 주었는데 두명씩 진행을 해도 선물이 너무 많아서 끝이 없었다. 그리고 아이처럼 기쁜 표정으로 선물을 풀어보는 표정들을 구경하는것도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 시어머니께 언니가 보내준 약과와 한복 장식품을 열어보시고는 너무 고맙다며 손키스를 진하게 세번 날리셨다. 

와인병에 한복 장식을 바로 입혀보고 다들 예쁘다고 언니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언니야 고맙다-)

나도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아서 사실 하나하나 자세히 확인하지를 못했다. 아직도 부엌에 그대로 쌓여있는 선물 꾸러미들은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조용히 정리할 생각이다.

바질, 레몬, 강황 크레용. 말그대로 크레용처럼 생겼는데 돌돌 깍아서 요리할때 넣는거라고 한다. 완소템!

손재주 좋은 노에미는 직접 만든 벽거울과 수제 초콜렛을 줬는데 직접 만든거라 특별한 선물이었다.

이 사진들 외에도 받은 선물들이 너무나 많다. 어릴적에 한번도 못받아본 크리스마스 선물을 프랑스와서 다 받는 기분이다.

내 선물은 없냥?

다들 각자의 선물을 풀어보느라 시끌벅적 정신없을때 나는 조용히 자서방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뭐야! 서로 선물 하지말자며! 선물하면 화낼거라며!" 당황하는 남편.

한국에서 주문한 에어 마사지기. 퇴근하면 맨날 발이나 다리가 아프다고 하는 남편에게는 꼭 필요한 선물이었다.

너무 좋아하면서도 나더러 이제는 직접 안 주물러줄거냐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 남편은 내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분명히 뭔가가 있다는걸 나는안다. 배송이 늦어지는걸거야…

길고 길었던 선물 교환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음식을 갖다먹기 시작했다.

나 배불러서 진짜 더 못먹는데... 성격상 또 하나씩은 꼭 맛을 봐야하는지라... 미안하다 내 배야... 니가 고생이구나...


배부르다면서도 계속 먹고 있는 나에게 우리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부쉬드노엘 먹을 배는 남겨야 한단다..."

으악.. 케잌이 있었지 참... ㅡㅡ; 이미 밤 11시가 넘었는데…

밤크림과 초코맛 두가지 케잌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케잌을 원하는지 주문을 받고 또 서빙을 했다. 다들 배불러서 케잌을 못먹겠다고 했으면서 막상 물어보니 거절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나역시... 배가 너무 불렀지만 두가지 케잌을 조금씩 맛을 보기로 했다.

거봐... 이렇게 맛있다니까 또...

집에와서 대충 씻고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내일 점심 먹으려면 빨리 소화시켜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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