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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어머니표 카술레

by 낭시댁 2021. 12. 31.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사촌 누나네 식구들과 미니는 파리와 벨기에 등으로 되돌아가고 시댁에는 평화(?)가 다시 찾아왔다.

시어머니께서 카술레를 잔뜩 만드셨다고 자서방과 나를 점심식사에 초대하셨다.

미니가 떠난 후 모웬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듯 평온한 모습이었다.ㅋ
그리고 이스탄불은 여전히 나를 문지기로 취급했다.

넌 나만 보면 문열어달란 소리밖에 안하냐...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우리 친정엄마가 명절 끝날때마다 하시는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식구들이 찾아올땐 참 반갑더니, 다 떠나고 나니 또 좋네. 호호" 

빠떼와 샐러드로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빠질 수 없는 레드와인 까지-

그리고나서 오븐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카술레 (Cassoulet).

겨울마다 시어머니께서 꼭 한번씩은 만들어 주시는 음식인데, 흰콩에 오리나 소세지등을 넣고 오래 오븐에서 익힌 것이다. 콩은 강낭콩처럼 크지만 맛은 우리나라 메주콩과 흡사했다.

오늘도 나는 오리 다리 당첨!
소시스도 한조각 주세요~ 골고루 맛보게요~ ㅋ

맛있다는 말을 몇번이나 하는 자서방과 시동생을 보면서 문득, 오랜만에 엄마의 집밥을 맛있게 먹고있는 장성한 두 아들을 보시며 시어머니께서는 얼마나 흐뭇하실까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맛있게 먹다말고 나는 헛소리를 우아하게해버렸다.

"이건 소시스 드 '마르세유'인가요?"

"넌 또 이름을 바꿨구나. 이건 소시스 드 '뚤르즈'란다. 이스탄불보고도 한동안 암스테르담이라고 부르더니 호호호"

내가 아무래도 우리 친정엄마를 닮아가는것 같다... ㅡㅡ;

식구들이 나로 인해서 웃을수 있었으니 그걸로 되었다. (내가 제일 크게 웃었다. 민망함을 날려버리고 싶은 몸부림이었다.)

오리고기는 매우 부드럽고 쫀득하고 '뚤루즈' 소세지의 짭짤한 맛이 콩에 베어서 간이 딱 맞았다. 다만 너무 오래 익혀서 콩이 으깨졌다며 시어머니께서 아쉬워하셨다.

시어머니께서 후식 케잌을 가져오셨을때도 나는 여전히 혼자 카술레를 먹고 있었다. 혼자만 많이 먹은건 아닌데 너무 떠드느라 속도가 뒤쳐진것 같다.

시어머니께서 칼로 케잌을 자르시자, 시아버지께서는 나더러 빨리 사진을 찍으라고 하시며 시어머니를 멈추셨다. 이미 찍었답니당😋

상큼한 오렌지 크림이 들어간 초콜렛 케잌이었다.

과일맛나는 케잌을 별로 안좋아하는 자서방도 이건 너무 맛있다며 두조각이나 먹었다.

조명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오렌지 초콜렛 케잌

"그럼 우리 12월 마지막날 저녁때 또 볼까?"

맘 같아선 우리집으로 초대하고 싶은데 시어머니께서는 시댁에서 저녁식사를 하는게 더 좋겠다고 하셨다. (하긴 우리집에서 식사하게 되면 시부모님께서 너무 많은 것들을 무겁게 들고오신다ㅋㅋ 와인, 샴페인, 아뻬리티브, 후식 케잌등등...)

그리고 시아버지께서는 나에게만 은밀히(?) 말씀하신것이 있다.

"조만간 우리는 굴을 또 먹어야지?"

"네!! 좋아요! 언제먹어요?"

"네가 원하는 아무때나!"

우리는 둘이서 좋다고 싱글벙글 웃고있는데 굴을 안좋아하는 시어머니, 남편, 시동생은 그저 우리를 시큰둥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 맛을 모르다니... 안타까운지고...

"저는 아무때나 콜입니다!!"

철제통은 오렌지잼이 든 노네트-

집으로 돌아올때 시어머니께서는 카술레 남은것을 한통 담아주셨고 시동생은 과자를 선물로 주었다. 스위스에서 사온 페헤호호셰라고 했다. 시동생의 프랑스식 발음이 웃겨서 또 나는 대놓고 웃어버렸네ㅋㅋ 프랑스어를 오래하면 폐활량이 좋아질것 같다. 페헤호호셰.... 페헤호호셰...

카술레도 얻어왔고 시댁에서 이미 얻어왔던 빵이나 과일들도 집에 쌓인 상태라 아무래도 한동안 집에서 요리 할 일이 없을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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