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댁에서 보낸 배터지는 크리스마스

by 낭시댁 2021. 12. 27.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어제 먹은 것들도 아직 소화가 덜 된 상태였는데 크리스마스 점심식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잘 먹겠다는 각오로 소화제까지 챙겨먹고 시댁으로 갔다.

유리잔이 정말 많다. 물잔, 샴페인잔,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잔들- 

다행히(?) 식사를 하려면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고 다른 사람들이 샴페인을 마시고 있을때 나는 물만 한잔 마셨을 뿐이다. 자서방이 나더러 오늘 많이 먹으려면 술은 좀 덜마시는게 좋겠다고 조언을 했던 것이다.

우리 시어머니의 크리스마스 요리인 오리 오렌지 구이 되시겠다! 내가 완전완전 좋아하는 거~~~! 샴페인 안마시고 기다린 보람이 느껴지는 메뉴다.

인원수가 많아서 빵은 오븐에도 굽고 식사내내 토스터기에서도 계속 구워지고 있었다. (토스터기를 아예 다이닝룸에 갖다놓음)

그리고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푸아그라가 실로 곱게 잘려졌다.

정말 맛있겠다...

오늘도 소떼른 와인!

남편은 오늘 나의 과음을 단속(?)하겠다는 명목으로 내 와인잔을 접수하더니 자기 잔으로 같이 마시자고 했다. 사실은 나랑 잔 같이쓰는거 참 좋아함.

푸아그라와 잘 구워진 바삭한 빵으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

푸아그라를 각자 두세조각씩 먹고 났을때 나는 시어머니를 도와서 메인 메뉴를 테이블로 가져왔다.

오리기름에 고소하게 구워진 감자와 오렌지 오리구이.

짭쪼름하고 부드러운 오리안심에 향긋한 오렌지를 입혀서 구우셨다.

오리구이를 맛볼때는 자서방이 레드와인을 건네주었다.

오리스테이크가 너무 맛있어서 한조각 더 먹을까 잠깐 갈등했지만 치즈를 먹기위해서 참았다.

나는 시동생에게 모든 치즈를 조금씩 잘라달라고 당당하게 주문했다. 뭐든지 조금씩은 모두 맛보아야하니까. 아... 쓰고보니 이런게 식탐인가싶다... ㅡㅡ;

그런데! 왜 샐러드는 뒤늦게 나오는건가요... 고기랑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요. 내가 중얼중얼 불평을 했더니 자서방이 시어머니께 이르겠다며 장난을 쳤다. 프랑스는 원래 샐러드를 본식 끝나고 먹는단다... 고기랑 같이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요...

시동생이 정성껏(?) 잘라준 '모든 치즈 조금씩'.

아직 치즈를 배워가는(?) 치즈린이라서 골고루 맛을 비교해가며 여러가지를 맛볼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치즈를 여전히 먹고있을때 시어머니께서는 어제 먹다 남은 부쉬드노엘을 한조각씩 잘라와서 나눠주셨다.

저 배불러서 더이상 못먹는데요... 하면서도 내 손은 왜 케잌을 냉큼 받고 있는걸까. 남편은 나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실은 내가 더 어이없었거든...? 나 정말 식탐있나봐 ㅠ. ㅜ

식사를 가장 늦게 마친 나는 거실 소파에 누워계신 시어머니 옆으로 가서 빛의 속도로 낮잠에 빠져들었다.ㅋㅋㅋㅋ

자서방이 집에 가자고 나를 깨웠을때 나는 눈을 뜨자마자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저녁 안줄거야..."


시댁에서 배터지게 점심을 먹고 낮잠까지 자고나서 남편손에 이끌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흠... 이 팔자좋은 며느리는 하는일도 없는데 왜이리 피곤한지 모르겠네... 아 많이 먹어서 위장은 바쁘겠구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