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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프랑스인 점원

by 낭시댁 2022. 8. 4.

얼마전 카린이 프랑스 브랜드 옷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해서 따라나갔다.

날씨가 완전 더운날이었는데 아주 시원한 복잡으로 나온 그녀.

카린은 프항떵이라는 몰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가게를 포함해서 여러 국내 브랜드들을 나에게 구경시켜주었다.

하지만 나는 옷 쇼핑에는 큰 흥미를 못 느끼는것 같다... 특히 요즘 나오는 스타일들이 내눈에는 왜이리 난해해 보이는걸까... 내가 나이를 먹긴 먹고 있나보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고스란히 느끼며 우리는 시원한 그늘이 있는 테라스를 찾아 들어갔다.

과일향이 나는 달달한 맥주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카린은 점원에게 추천을 부탁했고 덕분에 나는 맛있는 빨간 맥주를 주문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드미 뻬쉬" 라는 생소한 음료를 시켰다.

"드미 빼쉬는 맥주에다 복숭아 시럽을 섞은거야. 달달하고 복숭아향이 좋아서 너두 좋아할 것 같아."

과연 향이 너무 좋았다. 나도 다음에 도전해 봐야지. 오늘도 새로운 것을 하나 더 배웠다.ㅋ

하여간 이 노란땅벌! 오늘도 남의 맥주를 탐내는구나. 착한 카린은 이 녀석이 꼴까닥하기전에 얼른 구해주었다.

잠시 후 점원에게 계산서를 요청했더니 그 점원은 살갑게 영어로 나에게 질문을 해 왔다.

"어디서 오셨어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자, 그는 프랑스어로 뭐라고 빨리 말하면서 두손을 자기 배위에 올려놓고는 배가 부르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말귀를 못알아들어서 내 배가 부르다고 말하는줄 알고 발끈했다.ㅋㅋ


"뭐요? 제 배가 왜요??"

그 점원은 완전 당황해 하면서 영어로 다시 말했다.

"아뇨아뇨, 저는 한국 음식을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말한거였어요."

아... 난또... 혼자 오바했네ㅋㅋㅋ

내가 민망해하고 있을때 또 다른 한식러버인 카린은 눈을 빛내며 그에게 되물었다.

"무슨 음식을 드셨나요?"

"떡볶이요! 제 친구 여친이 한국인인데 그녀가 만들어줬어요. 매워서 눈물, 땀이 났지만 그래도 너무 맛있었어요!"

내 경험으로는 유럽인들에게 떡볶이는 호불호가 심했던 것 같다. 떡의 식감과 어묵이 너무나 생소한 재료인것 같은데 그걸 좋아했다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카린은 집까지 나를 태워다 주겠다고 했는데 그 전에 잠시 들를곳이 있다고 했다.

취미부자인 그녀에게는 은밀한 취미가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바로 만화책이었다.

와.. 만화책냄새 진짜 오랜만이다....! 중학교때 만화책 엄청 빌려봤었는데..... 친구들이 블루나 풀하우스에 빠져있을때 나는 신일숙님 만화책을 더 좋아했다. 아르미안의 네딸들 쵝오...

그보다 더 어릴적엔 이웃에서 만화방을 정리했다며 만화책을 쌀자루에 가득 담아서 갖아준적이 있었다. 여름에 옥상에 진열해 놓고 아빠를 포함해서 온식구들이 여름내내 돗자리위에서 읽던 기억도 떠올랐다. 장마철 꿉꿉했던 만화책 냄새가 생생하다.

카린은 본인이 좋아하는 만화책을 골랐다. 나는 만화책은 무조건 대여만 하는건 줄 알았다.ㅋ


나도 오랜만에 만화책이 보고싶다. 물론 한글로 된거... 카린은 나더러 이제 프랑스어 소설책을 시도해 보라고 하는데 그건 아직 엄두가 안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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