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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프랑스 가정에서 크레프 기계를 활용하는 법

by 낭시댁 2022. 8. 18.

지난 포스팅과 이어집니다. 

프랑스 친구네 고향집 방문기

 

아뻬리티브를 끝내고 고모님께서는 저녁식사를 준비하셨다. 

 

식탁 가운데에 있던 크레페 기계가 가열되기 시작한 것이다. 

크레프, 크레이프, 크레페... 다양한 발음들이 있지만 프랑스발음으로는 크헵- 이라고 부른다. (일전에 내가 크레페라고 했더니 자서방이 웃었음...) 

고모님께서 국자로 대충 반죽을 부으신 후 잠시 후 뒤집으셨는데 너무 예쁜 팬케잌이 뚝딱 탄생했다.  

각자 크레프를 하나씩 찜해서 검정색 네모난 뒤지게로 뒤집기도 하고 그 위에 원하는 토핑을 얹어서 완성한다. 

세가지 치즈(에멘탈, 모짜렐라, 꽁떼), 볶은 버섯 그리고 정봉중에서 원하는대로 얹어 먹는다. 

나는 버섯과 정봉을 넣고 치즈도 골고루 넣어봤는데 에멘탈이 가장 진하고 맛있었다. 

두번째판은 더 예쁘게 나왔다. 

나에게는 완전히 신세계였다. 크레프는 디저트로만 생각했는데 메인 요리로도 이렇게 맛있다니! 

 

"저희 시어머니의 부엌에도 온갖 신기한 요리 기계들이 있지만 이 크레프 머신은 처음봐요!"

 

아버님과 이모님은 내가 너무 잘먹어서 흐뭇하게 지켜보시다가 대답하셨다. 

 

"프랑스에서는 아주 흔한 기계란다. 이제 시어머니께 크레프 기계도 하나 장만하시라고 해야겠네!" 

 

"이렇게 자주 드시나요?" 

 

"손님이 있을때는 자주 먹지. 아주 간단하거든."

달달하고 청량한 씨드흐도 한잔씩 마시니 최고의 만찬이다!

난생 먹어보는 살레(짭짤한) 크레프는 감동의 맛이었다. 다들 디저트로 넘어갔을때도 나는 여전히 남은 버섯과 정봉을 싹싹 긁어모아서 살레 크레프를 먹었다. 사실 배가 터질때까지 계속 먹을수도 있을것 같았다. 

디저트도 크레프다ㅋ 

 

짭짤한 정봉이나 치즈를 넣는대신 이번에는 홈메이드 잼을 얹어서 달콤하게 먹는것이다. 다음날 아침 식사도 갖가지 홈메이드 잼을 얹어서 크레프를 먹었다. 이 기계하나로 저녁식사, 디저트 그리고 아침식사까지 훌륭하게 해결하다니! 신통방통한 기계다!! 

 

홈메이드 딸기잼을 얹은 크레프 디저트

식사 후 가브리엘과 둘이서 테이블을 치우고 있을때 가브리엘이 나에게 말했다. 

 

"크레프 진짜 맛있죠! 저도 너무 좋아해요!" 

 

"응! 나에게는 커다란 발견이었어!" 

 

"정말로 이걸 처음 먹어봤다고요?" 

 

내가 크게 끄덕이자 친절한 소년 가브리엘은 나에게 또다른 멋진 음식을 알려주었다. 

 

"혹시 햄버거 먹어봤어요? 그거도 정말 맛있는데!" 

 

"........??? 버거킹??" 

 

"네! 버거킹도 있고 맥도날드도 있고요. 감자튀김이랑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리는줄 알았는데 진지한 표정이다ㅋㅋㅋㅋㅋㅋㅋ 흔해빠진 크레프를 내가 처음먹어봤다고 했더니 햄버거도 못 먹어본 줄 알았나보다. 자기 기준으로 햄버거는 크레프만큼 맛있는 음식인 듯하다.

 

"아... 이틀전에도 햄버거를 먹었단다. 나도 햄버거 참 좋아해." 

 

뻘쭘할까봐 나도 햄버거를 좋아한다고 강조한것이다ㅋ 

 

나중에 카린에게 이 대화를 들려주었더니 카린도 배꼽을 잡고 웃었다. 🤣🤣 너무 순수하고 착한 소년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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