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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프랑스인들이 항상 불평만 하는것은 아니다.

by 낭시댁 2022. 8. 7.

며칠전 나는 카린과 함께 낭시 시내에 있는 태국식당에 다녀왔다.

카린은 전날 예약을 미리 해 두었다며 메세지를 보내왔다.

[나는 내일 한국어로 내 남자친구를 너에게 소개할거야.]

[그래! 기대할게!]

한국어 공부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도 프랑스어로 자서방 소개를 준비해야 하나... 하고 잠깐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자서방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때마다 반복했던 것 같다.ㅋ

다음날 나는 트램을 타고 시내로 나갔다. 이날도 엄청엄청 더웠다. 귀찮아서 썬글라스나 썬크림도 무시하고 사는 나지만, 이렇게 뜨거운 날에는 그늘을 찾아다니게 된다.

아무리 더워도 테라스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다.

카린이 예약한 태국식당에 도착했다. Khao Thip 카오팁?

물론 실내가 더 시원하긴하겠지만... 야외가 좋은데.... 더우려나...?
내가 갈등하고 있었더니 사장님이 내가 원하는 테이블에 앉으면 파라솔을 쳐주겠다고 하셨다.

곧 카린도 도착했고, 우리는 태국 맥주인 싱하를 시켰다. 태국에 살때 딱히 좋아하던 맥주는 아니었는데, 프랑스에서 보니 두배 반가웠다. 가격은 두배가 넘고...

우리는 메인요리와 디저트가 포함된 17유로짜리 세트메뉴로 선택했다. 사실 팟타이가 먹고싶긴 했는데, 팟타이로는 세트메뉴가 안된다고 해서, 둘다 그냥 카이 팟 카 프라오 (매운 닭고기+바질 볶음)로 골랐다. 메뉴옆에 맵다는 표시로 빨간 고추가 3개나 찍혀있었다.

"두분다 매운거 잘 드시나요? 이건 맵기는 해도 유러피안 기준으로 매운거라 괜찮으실거예요."

친절한 점원의 안내를 들은 우리는 둘다 매운음식을 좋아하니 마음껏 맵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비주얼은 태국에서 보던거랑 좀 달라서 갸우뚱했지만, 맛을 보니 태국의 맛이 맞았다. (가게안에 태국인 중년여성이 있었는데 여자 사장님인듯 했다.)
딱 내 입맛에 좋은 매운맛이었는데, 유럽인들에게는 꽤 많이 매울것 같았다. 하지만 카린도 매우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그녀는 미리 예고했던 대로 한국어 발표(?)를 시작했다.

"내 남자친구는 전기기사입니다. 요리는 싫어하지만 먹는것을 좋아해요. 아, 요리는 스시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꽤 열심히 준비해 온 듯 했다.

그녀는 한국어로 문장을 말할때는 항상 높임말로 말한다. 아무래도 이게 더 유용할 것 같아서 나도 높임말로 문장을 알려주고 있다.

그녀는 최근 한국어 스터디모임에서 한국어로 숫자를 읽는 법을 공부했다며 지금 몇시인지 한국어로 말해보겠다고 했다.

"지금은... 열두시... 사십육분입니다!"

오올~~

"그런데 질문이 있어. 왜 한국어로 시간을 말할때, 시간은 열두시라고 말하면서 분은 열두분이라고 하지 않는거야?"

아... 진짜 그러네... 나는 거기에 대해 의문을 가져 본적도 없었는데 ㅡㅡ;;

내가 프랑스어 문법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을 하기는 해도 막상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어야말로 세상 최고로 어려운 언어가 아닌지..;;

디저트를 주문할때가 다 되었을때 사장님께서 웃는 얼굴로 나오시더니, 테이블마다 다니며 디저트 재료가 하나도 없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아침에 장보러 갔을때 재료 사는걸 깜빡했단다... 결국 세트메뉴가 아니라 단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팟타이를 먹었지!!"

내 말에 카린은 그저 웃으며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근데 다른 테이블 손님들도 다들 웃으며 괜찮다고 허허~ 사장님도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허허~

나만 언짢은건가...? 우리가 팟타이 먹는다고 했을때 디저트랑 세트로 먹을거면 안된다고 했으면서.... ㅡㅡ;

그래... 디저트값 굳었네... 집에가면 더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수 있으니까... 나도 다른 프랑스인들 처럼 너그러운 표정으로 웃어 넘겨야지...

시어머니께서는 프랑스인들에게 있어서 불평은 아주 일반적인 성향이라고 하셨는데 그것도 항상 그런것은 아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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