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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화목한 프랑스 가정의 흔한 점심식사 풍경

by 낭시댁 2022. 8. 24.

카린과 내가 시내투어를 마친고 집으로 돌아오자 고모님께서는 점심 아뻬리티브를 준비하셨다.

"내가 만든 호두와인 마실사람?"

"저요, 저요!!"

나혼자 크게 대답했다. 다들 사람들은 호두와인 대신에 청량한 씨드흐를 마셨다.

콜리플라워를 생으로도 먹는 줄 몰랐다. 고모님이 만드신 크림치즈소스에 찍어먹으니 크레커 뿐만 아니라 모든 야채가 다 맛있었다.

너무 예쁜 분홍색 하디!

아뻬리티브가 끝난 후 고모님께서 여러가지 샐러드를 내 오셨다.

삼색 토마토위에 치즈와올리브를 얹은 화려한 샐러드를 선두로 쿠스쿠스, 당근라뻬, 무라뻬, 삶은감자+당근 샐러드가 줄줄이 나왔다.

"우와, 혼자 다 준비하시느라 바쁘셨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호호, 친절하구나."

샐러드를 먹고 있을때 아버님께서 빵을 자르기 위해 일어나셨다.

"자, 빵은 어느쪽으로 자를까?"

"이쪽이요!"

가브리엘이 가리키는 쪽으로 칼질을 시작하시는 자상하신 아버님. 그리고 항상 웃고 있는 가브리엘은 보기만 해도 기분좋은 소년이다.

샐러드를 먹고 있을때 고모님께서 닭꼬치구이를 내오셨다.

레몬소스를 뿌린것과 허브를 뿌린것 두가지 였는데 나는 레몬으로 골랐다. 샐러드와 닭고기까지 전부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아버님께서는 나에게 치즈를 좋아하는지 물으셨다.

"프랑스에 오기전에는 치즈맛을 몰랐어요. 아직도 하나하나 알아가는 중이지요."

"냄새가 독한것도 먹어봤니?ㅋ"

장난기 가득한 아버님의 표정을 본 카린은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희한하게 저는 염소치즈만 냄새가 독하고 나머지는 다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오호! 그럼 이것도 맛보거라!!"

부엌으로 신나게 달려가시는 아버님을 말리다가 결국 단념한 카린은 나에게 "꼭 먹을 필요는 없어." 라고 말했다.

"자, 알자스와 보쥬에서 생산되는 멍스떼흐 치즈란다! 냄새 맡아봐."

"냄새는 그리 심하지 않은데요?"

"아하! 이건 신선한거라 덜해. 이번에는 이거 냄새맡아봐! 이건 좀 오래됐거든ㅋㅋ"

이때 카린이 아버님께 정색했다😆😆


"오래된건데 먹을수 있어요?"

"오래되면 이렇게 치즈가 흘러내리기 시작해.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부드럽게 변한 치즈를 바게트에 발라먹는걸 좋아했어. 그럼 바게트 사이사이마다 치즈가 가득 메워져서 진하게 발라먹을수 있거든."

이때도 카린은 옆에서 "옛날사람들 이야기" 라고 강조했다.

나는 신선한 멍스떼흐 치즈를 한조각 잘라서 작은 빵조각과 같이 먹었는데 맛이 나쁘지 않았다. (아직 치즈를 알아가는 중이라 맛을 잘 모름)


고모님께서는 또다른 치즈를 가져오셨는데 이게 꽁떼였나...?

동그란 기구속에 들어있었는데, 기구가 뻑뻑한지 가브리엘이 한참동안이나 낑낑거리며 한조각을 긁어내더니 그걸 나에게 내밀었다.

오 이런 영광이!! 역시 매너소년이다. 가브리엘이 잘라준거라 더 맛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렇듯 와인과 바게트뿐만 아니라 치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식사후 다같이 테이블을 치우고나니 예쁜 디저트 접시들이 다시 놓여졌다.

"우리 할머니께서 물려주신 접시란다. 예쁘지?"

고모님의 할머니께서 쓰시던 접시면 엄청 오래된 것이다. 접시마다 서로 다른 과일 그림이 있어서 가브리엘은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과일이름을 프랑스어로 알려주었다.

디저트는 딸기, 파인애플, 블루베리가 섞인 과일믹스와 직접 구우신 달콤한 브리오슈였다.

우리 시어머니께서 구우시는 브리오슈와 흡사했고 맛있었다.

프랑스에서는 이렇듯 음식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과 진지하게 음미하는 습관 덕분에 식사자리가 더 즐겁고 사람들은 가정적이고 또한 서로 집으로 초대하는 문화도 발달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좋은 문화이다. 특히 나처럼 먹는 즐거움이 행복과 직결되는 사람에게 프랑스는 참 잘 맞는다.

리넷, 밖에 나갈래?

배부르게 식사를 끝낸 후 우리는 다같이 거실 소파에 늘어졌는데 가브리엘은 고모님과 함께 방학숙제를 시작했다. 식탁보가 걷히고 테이블은 이제 책상으로 바뀐 것이다.

선생님이셨던 고모님께서 옆에서 밀착지도를 해 주고 계신데 가브리엘은 풀이 죽었다ㅎㅎ 그러거나 말거나 고양이 사이토는 약올리듯 꼬리를 탁탁 내리치며 책상으로 변한 테이블 위에 한가롭게 늘어졌다.

진정한 여름방학을 즐기는 사람은 가브리엘이 아니라 내가 아닌가 싶다. 이거슨 나의 신나는 여름방학인거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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