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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프랑스 보쥬, 산행중에 만난 귀여운 염소떼들

by 낭시댁 2022. 9. 2.

보쥬라는 산의 이름이 이 지역의 이름이 된 만큼, 보쥬에는 곳곳에 등산코스가 펼쳐져 있다. 그래서 등산하는 사람들이나 자전거로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가 있다.  

지난번에 시부모님과 왔을때는 걸을 일이 별로 없어서 살짝 아쉽기도 했는데, 이번에 드디어! 나도 등산을 하게 되었다. 

우리의 등산가이드는 든든한 마갈리. 그녀는 오늘의 코스에 대해 "간단한 등산 (une petite randonnée)" 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7.5km... 2시간 반코스는... 쁘띠가 아니잖아....???

 

내 표정을 보고 두사람은 웃었다. 프랑스에서는 이 정도면 쁘띠라고... 

 

거기다 등산 초보인 나의 차림새는 두 사람에 비하면 그냥 동네 마실가는 복장이었다. 일단 가벼운 등산가방이 아니라 책가방을 메고 있었고 (다행히 카린이 물병을 내것까지 준비해왔다.) 특히 신발이 문제였는데.. 나는 진심 간단한 산행이라고 하길래 시엄니가 물려주신 키높이 운동화를 신고 있었던 것이다. 😂😅 난감하네이... 

 

카린은 원래 백팩이랑 등산화도 빌려주겠다고 했었는데 내가 거절했던것이다. ㅍㅎㅎ 이럴줄은 몰랐지.. 

 

괜찮아 괜찮아. 내가 또 산은 생각보다 잘 탄다. 아주 어릴적부터 삼촌들 따라 (원피스에서 샌달신고도) 선산 이곳저곳에 성묘 다니던 가닥이 있어서...  

 

주차장 근처에 있던 작은 폭포 (이 폭포의 이름이 작은 폭포다. Petite cascade). 여기서 우리의 등산은 시작되었다.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등산이나 캠핑을 질색하는 우리 자서방은 죽었다 깨어나도 싫다하겠지. 그럼에도 신은 참 공평하다. 친구들과 함께 이런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해 주시니 말이다. 

작은 폭포라고는 하지만 실제 물소리는 굉장히 크고 시원했다. 가뭄만 아니었다면 꽤 장관이었을것 같다. 

등산 코스가 워낙에 많아서 기호와 색깔로 군데군데 표시가 되어있다. 

빨간 엑스, 초록 원, 검은 네모 등등.. 우리는 빨간 원을 따라갔다. 작은 폭포에서 큰 폭포로 향해가는 여정이었다. 7.5킬로... 안쉬고 걸으면 2시간 반이라지만... 

이미 초반부터 우리는 길을 잘 못 들어서, 험한 바위들을 헤치고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아직은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음.. 

길이 너무너무 가파르고 자연 그 자체다. 안전장치 이런거 없음... 무엇보다 등산로 이정표가 너무 없어서 길을 여러번이나 잘못 들었다는 점이다 ㅡㅡ; 2시간 반으로는 어림도 없겠다는 현실을 이때 깨달았다. 

 

"자자 힘내자구! 30분정도 숲에서 산책하는 테라피가 15유로나 하더라구. 우리는 지금 공짜로 더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거지!" 

 

파이팅 넘치는 마갈리의 목소리에 나는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계곡물.gif

그래도 경치과 공기는 끝내줬다. 새소리도 좋고 우리 옆으로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너무 좋았다! 

그헝드 까스카드! 큰폭포로 아직까지는 제대로 걸어가고 있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제대로 가고 있는게 맞는지 몇번씩이나 불안했다. 

프랑스인들도 돌탑을 쌓는구나ㅎㅎ 쌓고 기도도 했으려나...? 

내 질문에 카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재미로 쌓은게 아닐까? 라고 대답했다. 

블랙베리를 발견하자마자 하나를 땄더니 카린이 나더러 먹지말라고 얼른 말렸다.ㅋㅋㅋㅋ 너무 길가에 있던거라서 먹을 생각은 없었다. 사진만 찍을꼬야... 

우리의 대장 마갈리는 본인이 챙겨온 등산 책자를 수시로 펼쳐서 경로를 확인했다. 

 

계속 시원한 숲길을 걷던 우리 눈앞에 펼쳐진 뜨거운 벌판길- 

각자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쓰고서 지친 걸음을 다시 이어갔다.   

 

그런데.... ㅠ.ㅠ 막다른 길이 나온것이다. 

이곳에서 떠오른 고1 야영때의 추억ㅋㅋ

고1때 야영 갔을때 이정표를 오해하는 바람에 (공사하는 사람들이 달아 놓은 빨간 리본을 따라갔다.) 산을 넘어 다른 도시로 넘어간 적이 있었다. 우리반이 2등으로 가고 있었는데, 큰소리로 반가를 계속 불렀더니 뒤에 오는 다른반 친구들이 그 소리를 듣고 우리를 따라왔다. 몇시간을 헤매다가 결국 어느 마을로 들어가서 낯선집 마당에 우르르 쓰러졌는데 그집 할머니께서 물도 갖다주시고 전화기도 빌려주셨다. 114에 물어서 야영지에 전화했더니, 1등으로 온 한 반만 들어오고 해질때가 다 되도록 아무도 안와서 발칵 뒤집어졌다고..ㅋ 결국 버스, 트럭등등 갖은 차를 몽땅 동원해서 우리를 데리러 와주셨다. 그날은 모든 일정 다 취소되고 저녁먹고 그냥 쉬었다.

친구들아 기억나니... 나는 아직도 그때 우리가 만든 반가를 가끔씩 부른단다. 한번 두번 세번 네번 도전해! 도전해! 계속 도전해!해! 

 


 

이제 우리는 뜨거운 땡볕길을 다시 돌아가야한다.... 저길 다시... 여기서 우리 세사람은 갑자기 말수가 줄었다.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동물들의 소리!!

 

멍멍! 음메에에..! 멍멍! 음메에에에.. 

갑자기 우리앞에 나타난 염소떼와 그 무리를 이끌고 있는 귀여운 강아지는 지친 우리에게 웃음과 활력을 선물해 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아지

이탈하는 염소가 없도록 주변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기특한 강아지! 

염소들의 주인 아저씨는 우리를 보고 먼저 "봉쥬" 하고 인사를 건네셨고 염소들도 음메메메메 하며 요란하게 우리앞을 지나갔다. 그중 한 염소가 내 가방에 관심가지고 다가왔다가 강아지한테 쫒겨서 얼른 무리에 다시 합류해서 또한번 웃었다.

맨 뒤에는 예쁜 소녀가 뒤쳐지는 염소들을 챙기며 따라가고 있었다.

길은 비록 잘못 들었지만 선물같은 만남이 있었으니 차라리 행운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또다른 웃긴 에피소드가 바로 이어졌다.  

숲으로 다시 들어왔을때 우리 맞은편에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좀전에도 우리 앞을 지나쳤던 사람이라 우리는 속으로 좀 놀랬다. 어떻게 두번이나 우리앞에서 반대 방향으로 걸어올 수 있는거지? 둘중 하나는 산을 뺑뺑 돌고 있는게 아닌지... 

 

결국 마갈리는 그 남자에게 말을 붙였다. 

 

"혹시 큰 폭포로 가려면 이쪽으로 가는게 맞나요?" 

 

그랬더니 그 남자 당황한 표정으로 우리가 지나온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으로 가는게 아니었어요?" 

 

"아뇨, 저희는 작은 폭포에서 오는 길이거든요." 

 

충격받은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는 그 남자를 그대로 지나친 채 우리는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런데 이 남자 갑자기 발길을 돌리더니 우리를 쫄래쫄래 따라오는게 아닌가.

 

"...... 당신도 길을 잃었나요?" 

 

내 질문에 그 남자는 "그런것 같아요...;;" 라고 머쓱하게 대답했고 우리는 까르르 웃었다ㅋㅋㅋ

 

저 뒤에 헤맑헤 웃고 있는 아저씨... 내내 저렇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상황이 너무 웃겨서 사진으로 박제해 둠 🤣🤣🤣

잠시 후 우리는 너무너무 멋진 뷰가 보이는 명당을 발견해서 쉬어가기로 했다. 우와!!!

여기서 점심도 먹고 좀 쉬었다가 가자! (이때 우리는 이미 2시간 반을 걸은 상태였다 ㅡㅡ;) 

 

우리가 물과 샌드위치를 꺼내서 먹고 있을때, 우리를 따라오전 남자가 뒤에 가만히 서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이때 살짝 소름이 돋았다. 

 

"아까 그 남자... 저기에 그대로 서있어... 우리 기다리는거 아니야..?? 여전히 웃고 있는데.." 

 

내 말에 두사람도 이미 봤다면서 그냥 무시하자고 했다. 하지만 자꾸만 뒷통수가 간지러워서 슬쩍슬쩍 돌아보게 되는걸... ㅋㅋㅋ 

 

워낙에 쉬어가기 좋은 명당이라 우리 뒤로 한팀의 가족들이 도착했는데 난 그 남자의 일행인 줄로 알았다. 그 옆에 같이 서 있길래ㅎㅎㅎ 

 

그러다 어느순간 그 남자는 떠났고, 카린은 웃으며 말했다. 

 

"마갈리때문일거야. 남자들이 저렇게 홀린듯 그녀를 따라오는걸 내가 한두번 본게 아니거든. [마갈리 마법]이라고 부르지!" 

 

아ㅋㅋ 그럼 마갈리 마법 때문인걸로ㅋ

 

 

힘들지만 즐거운 산행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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